[Startup’s Story #144] ‘음악으로 소통하던 낭만을 되살리고 싶다’ 아이디어보브 이인영 대표
아이디어보브는 소셜 음악 플랫폼 스위즐의 개발사로 곧 동남아와 미국에서 둥지를 틀게 될 스타트업이다. 이인영 아이디어보브 대표는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아이디어보브가 이제야 본격적인 글로벌 서비스로 발돋움하게 돼 무척이나 기쁘지만, 마음 한 켠에는 깊은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기업으로서 해외로 진출해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저작권법 상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틀수 밖에 없었다. 팀의 비전과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그렇게 눈빛이 빛나다가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만큼은 약간의 흔들림이 보였다. 잠깐의 침묵 속에 그동안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귀화선수로 주목받았던 안현수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사람 간의 연결고리이며 그를 위해 편리한 음악 공유 문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비전에는 흔들림이 없다. 음악으로 소통하던 낭만을 되살리고 싶다는 그에게 지금의 아이디어보브가 있기까지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및 국내외 음반시장,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셜 음악 플랫폼, 스위즐을 서비스하고 있는 아이디어보브 대표 이인영입니다. 아이디어보브는 음악을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편하게 공유하는 문화를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4년 차 스타트업이에요. 그 사이 굴곡이 무척 많았는데 이제야 글로벌 서비스로 본 게임을 뛰어 볼 첫 단계가 된 것 같아요. 지난 3년 동안은 공부만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아이디어보브의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하실 이야기가 많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그 이야기에 앞서 창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대학을 마친 뒤 바로 창업을 하셨다고요?
네, 대학 공부를 마친 뒤에 지금 창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웃음) 당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다 동기가 있었는데요.
우선 리처드 브랜슨(버진그룹 회장, 도서 『발칙한 일 창조 전략』 외 다수 집필)의 책을 읽고 창업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당시만 해도 창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저씨들이 정장 입고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한번 성공하면 그 노하우를 살려 또 다른 걸 만들어낼 수 있고요. 우리나라 대기업과는 다른 느낌이었죠.
사실 저는 컨설팅 회사를 갈 생각이었어요. 학부시절, 고려대 MCC(경영 컨설팅 클럽) 학회장을 하기도 했고요. 창업을 하더라도 BCG나 맥킨지 등의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가 나와서 하자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마라톤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마라톤을 뛴다면 1, 2등을 할 자신은 있지만, 1등을 했다 치더라도 무슨 의미일까 싶었던 거죠. 이봉주에게 황영조가 있었던 것처럼 전 우승자, 전전 우승자가 계속 있는 거잖아요. 결국 만들어져 있는 길을 가는 것보다 내가 낸 오솔길로 가서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또 하나의 선택 기준은 나중에 제가 책을 쓰거나 제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는 걸 가정했을 때, 어떤 선택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지를 생각해요. 그러면 생각보다 아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거든요.
외부 상황도 좀 보니까, 제가 아이폰을 샀던 때가 2010년이었는데요. 국내에 닷컴 붐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때의 시장 흐름을 보면 3년 정도 닷컴 붐이 일었다가 거품이 꺼진 후 10년 동안 암흑기였거든요. 자연스러운 시장의 사이클이었던 거죠. 그런 시장 흐름을 비추어봤을 때, 아이폰이 나왔을 때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죠. 마치 그런 거예요. 시소가 있는데, 한 쪽에 바나나가 있고 한 쪽엔 원숭이 세 마리가 있어요. 그럼 한 마리는 쉽게 바나나를 먹을 수 있고 그걸 본 두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러 가면 시소가 평평해지면서 겨우 따 먹을 수 있죠. 마지막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이 먹는 걸 보기만 하고 결국 먹지 못하고요. 마지막 원숭이가 되지 않고 30대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이루려면 당시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멋진 이야기네요. 대표님께 의미 있는 일은 음악을 공유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시장에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처음에는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아무 것도 몰랐어요. 소리바다는 불법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국내 저작권법 사이에서 시장을 찾아내는 게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던 거죠. 일전에 사이러스 황룡 대표 인터뷰 나왔잖아요. 저도 황대표와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했거든요. 유명 레이블들을 다루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테고 인디 레이블들은 괜찮지 않을까, 그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 좋아할 텐데 이런 생각이었어요.
처음엔 카톡 같은 채팅 플랫폼을 생각했어요. 주된 기능이 ‘같이 들을래?’하면서 mp3 파일로 음악 선물하는 걸 생각했는데, 아예 불가능하더라고요. 저작권 협회의 허가가 무조건 필요했고,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고 받은 사람이 직접 다운받는 형태로 하려고 해도 아이튠즈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한 게 유튜브를 활용하자는 거였어요. 유튜브로 음악을 공유하고 게임을 접목해 아이템을 팔겠다는 거였는데요. 이걸로 브레인빅뱅이라는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승을 하면서 시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게 2011년 12월이었죠.
지금의 스위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이야기가 이제 나오겠네요. 저작권 협회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테고요. 그 뒤로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브레인빅뱅에서 수상한 후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베타를 출시한 뒤 2012년 미국 테크크런치에 참가했어요. 게임 컨셉이나 유투브를 활용한 음악 공유 서비스라는 컨셉에 대한 피드백도 나쁘지 않았고요. 다만 당시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무척 높았고 유튜브 기반 음악 공유 서비스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고객 반응이 꽤 좋아서 게임은 접기로 했어요. 유투브 기반 음악 공유 서비스에 집중해서 한국에서 시작한 뒤에 글로벌 진출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미국의 저작권 협회 세 곳 중 가장 큰 저작권 협회인 애스캡(ASCAP)에서 받은 피드백 때문이었어요. 거기서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물었는데 유투브가 저작권 협회에 가입 돼 있으니 그 쪽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서비스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그때 다시 이야기 하면 된다고요. 그 말을 듣고 2012년 10월에 한국에서 보노사운드라는 이름을 내걸었고 11월에 안드로이드와 iOS 서비스를 모두 론칭했죠.
실제로 2014년 초까지 넉 달 정도 서비스를 하니까 몇 만의 유저가 생겼어요. 사람들이 모으는 음악리스트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런데 기대감에 부풀어 신이 났던 것도 잠시 국내 저작권 협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그렇게 서비스 하면 안 된다고요. 서비스를 계속 하려면 멜론과 같이 회원 한 명 당 400원의 요금을 내라고 하더군요. 저희 서비스는 무료 서비스인데, 그냥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해서 따졌어요. 페이스북에서 유투브 링크 공유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고 유투브 상의 광고도 노출해서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했는데 왜 안 되느냐고요. 그랬더니 페이스북은 외국 회사라서 이야기는 할 거지만 오래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사실 상 검열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어요. 속으로 외국회사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안타까운 이야기이네요. 음악 관련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없어졌던 시기가 있긴 했어요.
맞아요. 당시에 있었던 비슷한 서비스들이 그때 다 내려갔죠.
이대표님은 어떻게 대응 하셨나요?
무료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돈을 받을 순 없었어요. 결국 협상의 여지를 찾을 수 없어 서비스는 내릴 수 밖에 없었죠.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팀원들과 방법에 대해 의논한 결과, 아예 회사를 그만 두거나 글로벌 서비스로 전환하거나 하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어요. 그러다 5월 비론치에서 발표할 기회가 생겼고 글로벌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거죠.
방향 전환을 하면서 기존 ‘보노사운드’보다 조금 더 외국스럽게, 하우스파티에 특화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튜나이티드라는 서비스 명으로 바꾼 뒤 작년 하반기에 ‘트라이밸리 스타트업 위크엔드(미국 캘리포니아 더블린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의 해커톤에 참가했죠. 튜나이티드의 투자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2등을 수상하게 됐고요. 가능성을 또 한 번 확인했기에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개발 중에 있어요.
현재 ‘스위즐’과는 또 다른 이름이었네요. 지금 서비스가 되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저희가 이름이 총 네 번 바뀌었는데요. (웃음)
처음에 보노사운드로 서비스 하다가 글로벌 진출로 방향을 전환한 후 비론치에 참가할 때는 아이디어를 살짝 꼬았어요. 플레이리스트를 바탕으로 사람을 이어주는 뮤직 크라우드, 즉 음악을 활용한 데이팅 서비스로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미국에 갔더니, 미국에서 한국인이 데이팅 서비스를 하기가 무척 어려운 거예요. 아주 광대한 시장인데다가 기존 서비스들이 워낙 견고해서요. 조금 주눅이 든 상태에서 그냥 ‘예전엔 이런 거 했었어’ 하며 보노사운드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보노사운드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은 거예요. 용기를 얻었고 제대로 다시 해보자는 생각에 디자인을 새로 한 게 튜나이티드(Tune+United)였어요.
보노사운드에서 음악 기반 데이팅 서비스로 잠깐 갔다가 돌아왔고, 리뉴얼한 게 ‘튜나이티드’였던 거죠? (웃음) 그 다음은요?
튜나이티드에도 문제가 있었죠. (웃음) 거기 사람들은 이걸 튜나이티드라고 읽지 않고 티유나이티드라고 읽더라고요. 튜나가 연상된다는 피드백도 있었고요. 그래서 다시 ‘리스터에프엠(Listr.fm, List+‘-er’+FM)’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라스트에프엠과 발음이 유사하고 Listr가 읽기 어렵다는 피드백이 있었고요. 그때는 이미 앱을 출시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고민스러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주변 분들께 조언을 구했고, 하루 종일 사전을 뒤져가면서 결정한 게 지금의 스위즐(Swizzle)이에요. 이건 안 바뀔 거예요. (웃음)
보노사운드에서 튜나이티드, 리스트에프엠, 스위즐까지 서비스 명에 변경은 많았지만 ‘자유롭고 합법적인 음악 공유 플랫폼 만들기’라는 비전에는 흔들림이 없었네요. 서비스의 UX에도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발전이 됐나요?
보노사운드를 할 때는 전 그냥 토종 한국인이었고 스위즐은 조금 더 좋은 걸 많이 본, 글로벌화된 한국인이었달까요. (웃음) 보고 들은 게 많았으니까요. 심플하게 만든다는 게 가장 핵심이었어요. 사용자들이 어떻게 음악을 듣고 어떤 것에 꽂히는지를 알고 그것에 집중을 했죠. 보노사운드는 정말 온갖 게 다 들어 있었어요. 오죽하면 ‘자기가 음악과 관련해 상상했던 모든 게 다 들어 있었다’는 피드백도 받았겠어요.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색깔이 없었다는 거거든요.
현재 스위즐의 핵심 색깔은 무엇인가요?
플레이리스트를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 수 있어요. 이성친구건 회사 동료건 한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거죠.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2단계의 프로세스가 아니고 한 공간 안에 사람들이 같이 만들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요.
더불어 내가 만들어놓고 초대를 할 수 있게 해서 쿠오라(Quora, 소셜 지식 검색 서비스)같은 서비스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퓨전 재즈에 관심이 있는데 가수를 모를 수 있잖아요. 그럴 때 페이스북 친구나 퓨전 재즈 장르에서 별점이 높은 사용자를 초대해 음악 추천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거죠.
현재 사용자 간 인터랙션이 일어나고 있는 단계인가요?
현재 유저는 주로 동남아 유저로 7천 명 정도가 있는데요. 아직은 기본 기능만 있는 상태예요. 지금부터 한 달 반 동안 소셜 기능 업데이트를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초대하는 등의 인터랙션이 가능하게 되죠.
인터랙션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관건이겠네요. 구상하고 있는 게 있다면요?
지금 생각하는 건 게임 요소를 추가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추천을 받으면 추천해 준 것에 대한 별점을 매길 수가 있어요. 음악은 별점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이게 ‘플레이리스트 추천’이라는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서면 가능하거든요.
어느 플레이리스트가 파티에 대한 거라면 파티 음악에 관해 별점을 잘 받고 싶은 사용자는 다 신경 써서 추천을 해줄 거잖아요. 받은 사용자는 그 추천에 대해 점수를 줄 거고요. 그런 식으로 별점을 많이 받은 사용자 옆에는 ‘굿레코멘더(Good-Recommend)’를 띄워주는 거죠.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파생시키자면, 그동안 별점이 좋은데 오늘 하루 별점을 안 좋게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럴 때 활용할 수 있는 ‘하루 별점 지우기’와 같은 아이템들은 유료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스위즐의 수익모델이라면요?
가장 기본은 양질의 프로모션 채널이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하는 건 얻을 게 없기 때문이거든요. 저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니까 예를 들면, 타겟층이 좋은 나이키가 스위즐에 광고를 한다면 ‘러닝 시 듣기 좋은 음악 플레이리스트’ 이런 타이틀로 광고를 하나 거는 거예요. 그럼 사용자도 보기 싫지 않고 나이키가 직접 음악 추천을 한다고 하면 새로우니까 관심이 갈 거잖아요.
레이블들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아이유가 앨범을 냈다면 신규 앨범만 홍보하는 게 아니고 아이유가 즐겨 듣는 음악이라든가 같은 기획사 다른 가수 음악들이라든가 하는 식의 광고를 하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요. 맨 위에 첫 곡 정도만 타이틀곡을 걸고 다운로드도 되게끔 하고요.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는 것 외에 그냥 유투브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 스위즐에서 음악을 듣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투브는 사용자에게 편한 서비스가 아니에요. 콘텐츠 제공자의 입장에 더 최적화 돼있죠. 저희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의 특성을 살려서 사용자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췄어요. 장기적으로는 프랑스의 데일리모션이나 중국의 투도우(Tudou), 사운드클라우드 등 다른 오픈 음악 소스들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레이리스팅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한 곡에 대해 유튜브에만 해도 URL이 너무 많아요. 그걸 정식음원 URL과 연계하려고 해요. 통합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메타데이터를 유투브에 붙여서 조금 더 의미 있는 음악서비스를 하고 싶어요
스위즐은 미국과 동남아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계획이신데요. 글로벌 진출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동남아에서는 마케팅만 하면 지금 기능만으로도 금방 유저를 모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미국은 서비스의 완성도를 조금 더 높여야 할 것 같아요. 9월 테크크런치(TechCrunch) 이후 알릴 계획입니다.
동남아와 미국에 진출할 때 염두에 둔 시장의 차이점이라면 어떤 게 있나요?
미국은 이미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해 다양한 옵션들이 있기 때문에 차별성을 꼭 가져야 해요. 반면 동남아는 옵션이 별로 없고요. 로컬 서비스가 몇 개 있는데 국내 서비스보다 좋지 않아요. 즉, 괜찮은 서비스가 없으니까 유투브 내에서의 불편함만 해소 시켜줬음에도 많이 다운받고 써는 거죠. 이집트나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반응이 많이 오고 있어요.
동남아의 경우 마케팅도 거의 안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하루 3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2-3주 걸어놓은 게 다 인데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트래픽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이쪽으로 특화해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7월 중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더불어 케이팝(K-pop) 콘텐츠를 잘 쓸 수 있는 시장이라 8월 이후부터 케이팝 관련 서비스 회사와 제휴를 많이 할 거예요.
미국에서 스위즐은 어떤 차별성을 가지게 되나요?
성격은 동남아와 똑같이 갈 거예요. 다만 인터랙션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모델이 구축됐을 때 진출할 생각이에요. 이걸로 하우스파티 등을 연계하면 제대로 차별화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건 작년 하반기에 참가한 해커톤에서 받은 피드백이기도 해요.
해외진출 유경험자로서 해외 시장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요?
저는 특히 싱가폴에서 가능성을 많이 봤어요. 동남아 시장은 한국 회사가 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현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두고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거든요. 무척 호의적이었어요. 기술력도 한국이 3-4년 정도 앞서 있고요. 필리핀을 보자면 한국에 아이폰이 나왔던 2010년, 2011년의 시장과 비슷해요. 통신망은 느린데 사용량은 굉장히 많은 거죠.
더불어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 방송을 많이 봐요. 다들 런닝맨을 보고 있더라니까요. (웃음) 한국 드라마 무척 좋아하고 벽면에 이민호나 소녀시대 포스터 붙어 있고요. 케이팝도 대다수가 듣는 건 아니지만 꽤 많이 좋아해요. 좀 속된 말로, 처음부터 미국 가서 찬밥 신세로 뚫는 것 보다 동남아 시장에서 좋은 숫자를 만든 뒤에 미국으로 제대로 붙으러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요.
국내와 해외의 저작권 환경에 대해서도 해주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황룡 대표가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국내에 저작권 협회가 하나 더 생기잖아요. 저는 복수단체로 된 뒤에도 똑같아질까봐 걱정이에요. 그럼 만든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미국과 한국 저작권 협회의 차이는 그거였어요. 둘 다 유투브와 제휴가 돼 있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돼 있으니 ‘해 봐라’였고 한국은 ‘하지 마라’였어요. 한국 입장은 ‘제휴가 돼 있으나 제삼자가 쓰는 건 우리가 관장한다, 한국 동영상 법이 없으니 멜론에 적용되는 전송권법을 그대로 따르라’는 입장이에요. 법적 해석의 차이고 마인드의 차이인 거죠. 최근 이와 비슷한 이슈들이 많이 떠오르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새로운 게 나오면 일단 못 하게 하는 것 같아요. 기존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세력의 입김이 강한 거죠. 해보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안책을 찾아가며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가게끔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음반시장이 더 그렇고요. 그래서 새로운 저작권협회가 좋은 대안책이 되어주길 무척 바라고 있어요. 자리를 잘 잡으면 기존 저작권협회도 돌아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국에는 저작권협회가 세 곳인데 5:3:2로 나눠져 있어요. 두 군데에서만 결재가 되면 음악 서비스를 할 수 있고요. 환경이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국이 가장 보수적인 수준이에요. 그래서 동남아부터 시작해 남미, 유럽 순으로 진출할 계획이고요. 일본은 잘 모르겠어요, 일본은 아직 CD 시장인데다가 우리만큼 보수적이거나 더 심한 수준일 수 있어서요.
법인은 어느 쪽으로 설립할 생각이신가요? 한국에서는 아예 안하시는 건가요?
한국에서는 저작권 협회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안할 생각이고요. 싱가폴로 일단 예정하고 있어요. 사업의 안정성 등을 따져보면 싱가폴이나 미국으로 법인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태이고요.
사실 저희가 청년창업학교(정부지원프로그램) 지원을 받고 3년이 지났기 때문에 한국 회사를 지사화해도 문제가 되진 않아요. 그런데 의리라는 게 있잖아요. 스위즐이 유투브 기반 음악 서비스로 국내 최초이기도 하고 국내 기업으로서 글로벌로 나가 성공하는 게 꿈이었는데 할 수 없다는 게 무척 안타까워요. 계속 미련이 남아 고민스럽고요.
관련 지어서 여쭙겠습니다. 4년차 스타트업인데다가 국내 서비스로서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팀이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도 해주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세 가지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우선 싱가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싱가폴에는 정부 지원이 많거든요. 국내와 다른 점은 정부가 학교에 지원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 NUS(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싱가폴 국립대학) NTU(Nanyang Technology University, 난양 기술대학) 등 학교에서 창업가 교육을 무척 잘하고 있어요.
자금 지원의 형태도 달라요. 5억 원까지 지원해주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감사의 대상이 아니에요. 우리는 돈을 받아도 못 쓰는 상황이 많거든요. 제가 창업사관학교 출신 중 가장 처음 개인사업자를 등록한 경우라 거의 맨 몸으로 다 뚫었는데요. (웃음) 그렇다보니 싱가폴 친구들이 부럽더라고요. 돈을 마음대로 쓰게끔 해주거든요.
당연히 국가 자본이 낭비되면 안 되죠. 다만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아요. 악용에 대해 너무 걱정하기보다 지원을 확실하게 하고 악용됐을 때 엄벌에 처하는 제도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업에 진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스펙 정도로 생각하는 팀이 지원금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런 게 진짜 낭비인 거잖아요. 정말 열정 있고 제대로 비즈니스하려고 하는 2, 3년차 스타트업에게 제대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봐요.
같은 의견을 가진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났어요. 십분 공감하고요. 이어서 말씀해주시죠.
두 번째는 창업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창업의 목표는 결국 디스럽트(Disrupt)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을 바꾸는 게 목표인데 우리 스타트업들은 돈이 없는 게 한이에요. (웃음) 카카오의 경우가 자금이 있어서 5-6년을 버틸 수 있었고 그동안 정말 열심히 해서 이렇게 커진 거잖아요. 그런데 과연 그런 팀이 몇이나 있을까요?
결국 스타트업은 최대한 돈을 적게 써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과 연결이 되면 돈을 적게 쓸 수가 없어요. 사람을 몇 명 뽑았느냐, 매출이 얼마가 났느냐 이런 걸 묻고 평가 지표로 삼는다는 게 맞는 일인가 싶어요. 심지어 정직원으로 뽑아야 하거든요. 그럼 연봉의 10-20% 건강보험료로 나가요. 열 명까지 뽑아 봤는데 건강보험료가 정말 부담이 커요. 그게 밀리면 통장 압류가 되고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줄이고 줄일 수밖에 없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지원 받은 수많은 팀들이 저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 실업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실업난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업자가 실업자를 뽑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작 스타트업이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스타트업을 감싸고 있는 환경이 더 주목받는 기분이에요. 이렇다보니 창업자들은 주눅이 들어 있고요. 저도 그랬어요. 우리 단계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시도만 해야 하겠지 하고요. 그런데 최근 만난 투자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제 시각이 좁았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 가치가 아니라 앞으로의 가치로 투자도 사업도 추진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음반 시장을 재해석해 다시 장기적인 규모의 전략을 만들었어요.
긴 시간 대표님의 깊은 이야기에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스위즐의 올해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올해 백 만 유저를 모으는 게 목표예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자체적으로 커나갈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신경 써서 개발할 계획입니다. 7월, 8월에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어서 9월 테크크런치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이후 3개월 동안 유저를 모으는 것에 집중할 거예요.
한편으로는 동일한 타겟을 보고 있는 서비스들과 콜라보를 하려고 해요. 어떤 서비스이든 음악이 있으면 좋거든요. 현재 마이돌과 플리토, 케이팝유나이티드, 제이제이에스미디어와 이야기 중인데요. 음악을 보여주는 게 유튜브 링크밖에 없었는데, 그것에서 나아가 의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걸 API 형태로 웹에서든 앱에서든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고요. 예를 들어 플리토와의 콜라보라면, 엑소(EXO)의 찬열이 트윗한 게 있으면 플리토에서 번역이 되겠죠? 그 밑에 찬열 직캠보기 이런 게 뜨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서비스 간에 콘텐츠가 녹아들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위즐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시나요?
페북에 좀 ‘오글’거리는 글을 쓴 적 있는데요. 이걸 영상으로 만들고 싶어요. (웃음)
음악이 디지털화 된 뒤 음악을 더 쉽게 들을 수 있게 됐는데 나누기는 어려워졌어요. 음악을 나누는 건 불법이라는 부담감에 사람들 간 음악을 공유했던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 부분을 해결해주는 가장 편한 솔루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럼 사람들의 낭만이 다시 돌아오리라 믿거든요. 그게 스위즐의 목표예요.
음악은 사람을 이어주던 다리였습니다.
그 사람을 떠올리며 믹스 테이프를 만들고 그 안에 마음을 담곤 했습니다.
선물 받은 음악을 수십 번 돌려 들으며 그 사람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전하기 힘들었던 말도 음악에 담긴 가사로 넌지시 전하던 낭만이 있었습니다.
음악은, 수만 마일 떨어진 사람도 한 순간에 이어주는 마법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여 음악이 어느 곳에나 너무 쉽게 퍼져나갈 수 있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음악 선물은 불법이라는 멍에 아래 제약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음악은 나만의 것이 되었고,
더 이상 사람을 이어주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음악은 그러나,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기적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음악을 선물하고, 함께 감상하는 데 놓인 장애물들을 하나씩 허물어 갈 때,
다시, 사람들은 이전처럼 음악으로 마음을 전하고,
음악이 만들어 준 기억 속을 함께 여행하고,
음악으로 소통하는 삶의 낭만과 기쁨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2014년 7월 3일 이인영 대표 페이스북
인터뷰 녹취 정리 : 김보경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