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기업들의 시작은 대부분 작았다. 페이스북을 떠올려보자. 지금은 메타라는 이름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고 있지만, 처음에는 하버드 대학의 작은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이 서비스는 단순히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서로 연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는 종종 큰 꿈을 꾼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세상을 바꾼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아주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우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전 세계 모빌리티 시장을 바꾼 기업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이라는 두 도시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시 잡기가 힘든 이 두 도시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작은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후에야 다른 도시로 확장했다.
“시장이 너무 작아 보인다”는 말은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작은 시장일수록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자신들의 아파트 거실에 에어매트리스를 놓고 숙박 서비스를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큰 컨퍼런스가 열릴 때 호텔 예약이 어렵다는 작은 문제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아침 식사도 제공했다. 그래서 ‘Air Bed & Breakfast’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의 에어비앤비(Airbnb)는 이렇게 작은 문제 해결에서 시작됐다.
틈새시장의 매력은 경쟁이 적다는 것이다. 큰 기업들은 보통 큰 시장만을 바라본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를 ‘틈새시장 전략’이라고 불렀다. 작지만 확실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다. 당시 시장의 강자였던 블록버스터는 이들을 경쟁자로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틈새시장에서 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바꾸어 놓았다.
작은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실패의 비용이 적다는 것이다. 큰 시장에 진입하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실패했을 때의 손실도 크다. 하지만 작은 시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테슬라도 처음부터 대중차 시장을 노리지 않았다. 고가의 전기 스포츠카로 시작해서 점차 대중차 시장으로 확장했다. 작은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기술을 검증받은 후에야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간 것이다.
한국의 토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히 계좌이체를 쉽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계좌이체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작은 시작이 큰 성공을 만든다는 것은 비단 비즈니스 세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큰 변화는 대개 작은 시도에서 시작된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 폴 그레이엄은 “작게 시작하라(Start Small)”를 강조한다. 그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시도하는 것’을 꼽았다. 작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큰 문제를 어설프게 해결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틈새시장’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틈새’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마치 등산을 할 때 정상만 바라보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길부터 하나씩 올라가는 것처럼, 비즈니스도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 방식일 것이다.
물론 이것이 쉽지는 않다. 투자자들은 더 큰 시장을 원하고, 경쟁사들은 더 빠른 성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한다”고 말한 것처럼, 진정한 성공은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시작이 결국 유니콘을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시장에서 철저하게 검증받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결이다.
지금 당신이 시작하려는 일이 너무 작아 보인다고 걱정하지 말자.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작은 시장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세상을 바꾼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시작했다. 당신의 작은 시작도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는 큰 변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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