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내수시장 둔화와 인구감소 전망 속에서 중국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첨단기술 기반의 차별화 전략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쉬인(SHEIN), 틱톡, 테무(Temu) 등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수출입 총액은 1조 2200억 위안(약 240조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성공 요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 분석, AI 기반의 재고 관리,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구축 등 전방위적인 경쟁력 확보에 있다. 특히 지투(極兔), 순펑(順豐) 등 물류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글로벌 신에너지차 시장의 59%를 차지했다. BYD(比亞迪)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은 유럽, 동남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장 취재 결과, 중국 신에너지차 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완성차 수출, 현지 공장 건설, 해외 브랜드 인수, 브랜드 직영 등이다. 특히 ‘현지 공장 건설 + 브랜드 직영’ 모델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별 맞춤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에서는 높은 전기요금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반면, 전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북유럽에서는 순수 전기차 모델을 중점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2024년 1~8월 중국의 반려동물 제품 수출량은 28만 32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 펫 용품, 친환경 소재 제품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미국 시장의 경우 2022년 기준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4674억 위안으로 중국(847억 위안)의 5배 이상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격차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음료 브랜드 미쉐빙청(蜜雪冰城)은 동남아 시장 진출 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설탕 함량을 30% 높였고, 가전업체 메이디(美的)는 태국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현지 생산기반을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단계적 현지화’ 전략이다. 탄산음료 브랜드 위엔치썬린(元氣森林)의 미국 시장 진출이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중국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작해 아시아계로 확대하고, 이후 현지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디지털 전환이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성공 사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둘째,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이다. 단순한 ‘현지 적응’을 넘어 현지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 관점의 투자다. BYD와 같은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초기에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더 이상 ‘저가 공세’로만 평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