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주 전 샘 알트먼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 세계 AI를 선도하고 있는 오픈AI의 CEO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딥시크(DeepSeek)이라는 중국 기업의 오픈소스 정책이었다.
오픈소스를 주목하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술. 얼핏 들으면 위험해 보이는 이 정책이, 어떻게 거대 기업의 CEO를 긴장시킬 수 있었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딥시크는 오픈소스로 가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얻었다. 하나는 비용 효율성이었다. 다른 하나는 혁신의 속도였다. 소규모 기업들, 연구자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AI 생태계는 더욱 다양하고 활기차게 변했다. 마치 수많은 개울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작은 혁신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얼마 전 한 스타트업 개발자를 만났다. 그는 딥시크의 R1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죠.” 그가 말했다. “AI 개발은 거대 기업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의 말에서 나는 변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공유가 아니었다. 가능성의 민주화였다. 그는 “이제 우리도 고성능 언어 모델을 자사 제품에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수천억 원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건 혁명적인 변화죠.”
우리는 서양식, 자본주의식 혁신에 익숙하다. 경쟁을 통한 혁신 말이다. 특허를 내고, 기술을 독점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하지만 동양의 지혜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유교는 공동체의 이익을, 도교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불교는 모든 것의 연결성을 이야기한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AI 인재 유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어제는 한 AI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술은 있는데, 그걸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요. 인재 양성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도전 과제들에도 불구하고, 딥시크가 열어준 새로운 길은 분명히 희망적이다. AI를 활용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AI 혁명의 새로운 장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구 언론들은 이를 ‘중국의 도전’이라고 부른다. 내셔널리즘의 렌즈로 이 현상을 해석하려 든다. 마치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 경쟁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라고 부르고 싶다. 딥시크는 우리에게 AI 기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폐쇄가 아닌 개방, 독점이 아닌 공유의 길이다.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서 AI 윤리를 연구하는 학자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그 혜택이 특정 집단에 독점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기술을 가두어 두고 이윤을 극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나누며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인가.
샘 알트만의 고백은 그 답이 무엇인지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뒤처진 것처럼 보이는 길이 결국 더 멀리 갈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마치 느리지만 꾸준히 흐르는 물이 결국 바다에 도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AI 기업들은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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