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큰 고비 넘었다”…트럼프 “2주 내 정상회담”
한국과 미국이 30일(현지시간)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당초 예고된 25%에서 15%로 인하되고,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에너지 제품 구매를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협상단과 면담한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 “국민주권 정부 첫 통상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SNS를 통해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협상 타결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 국민주권 정부의 첫 통상분야 과제였다”며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략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오늘 드디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며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며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15% 관세율은 앞서 미국과 협상을 마친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이다. 8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투자하기 위한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구체적인 투자 구조를 공개했다.
김용범 정책실장 “일본 대비 36% 규모 펀드”
한국 정부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브리핑을 통해 협상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며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서는 “추후 부과 예고된 반도체·의약품 관세의 경우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정부 출범 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미 양국 간 호혜적 결과 도출 방안 마련을 위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치열한 고민을 거쳤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 조성
김 정책실장은 “이번 합의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가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며 “우리 조선 기업과 미국 기업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 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로 조성된다.
김 정책실장은 “펀드 투자 분야를 고려한다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대비 작은 규모, 무역수지 반영
펀드 규모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우리 투자 펀드 규모를 경제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한국과 일본의 2024년 기준 무역 적자 규모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통계 기준으로 한국이 660억달러 흑자, 일본이 685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며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총 3,500억달러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 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펀드 운영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 산출물을 미국 정부가 인솔 책임지기로 했다”며 “합리적이고 사업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또한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쌀·소고기 추가 개방 제외, 범부처 협력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에서는 한국이 민감 품목을 보호했다. 김 정책실장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6월 출범 이후 촉박한 일정 속에서 미국과의 통상 협의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주무부처인 산업부, 기재부, 외교부, 농림부, 국무조정실 등 여러 관계 부처와 대통령실이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등 제조업 협력 방안 도출 과정에서 적극적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원팀으로 뛰었다”고 덧붙였다.
김 정책실장은 “31일 합의를 통해 수출 환경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며 “주요국 대비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미 관세 15%는 과거와 다른 교역 환경이자 도전인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혜적 결과, 한미동맹 강화 계기”
이 대통령은 협상의 의미에 대해 “협상은 상대가 있어서 쉽지 않다”며 “일방만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제조업 재건이라는 미국의 이해와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라는 우리의 의지가 맞닿은 결과”라며 “이를 통해 한미 간 산업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한미 동맹도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에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후속 협력 방안은 이때 논의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항상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향후 외교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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