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가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시용기간 또는 수습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용기간이 끝나면 회사가 해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지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시용 조항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근로자의 시용(수습)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CASE
A사는 B를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에 3개월의 시용기간을 두고, 시용기간 이후에는 A사의 결정에 따라서 본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였습니다. 3개월 후, A사의 대표가 생각하기에 B의 평소 태도가 불량하였기 때문에 시용기간이 끝나는 날,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 출근하지 말 것을 B에게 통보하였습니다.
‘시용’이란 본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무에서는 ‘수습’이란 용어를 ‘시용’이란 의미로 혼용하기도 합니다.
시용기간이 포함된 근로계약은 본 채용을 하기에 적절하지 못할 경우 향후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체결한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인 계약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해 계약서에 적힌 문언 그대로 당사자들에게 효력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 내용은 효력이 없거나, 제한적인 효력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일반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시용기간 이후 본 근로계약 체결 거절도 일종의 해고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를 갖추지 못한 경우 부당해고로서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시용 기간 이후 본 채용 거절의 경우 일반적인 해고보다는 그 사유가 넓게 인정됩니다.
시용기간이 종료되면 사용자가 마음대로 근로자의 본 근로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근로계약과 동일하게 엄격한 해고 사유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계약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법원은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문구 그대로 시용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용 조항의 효력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 절충적인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본 채용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될 수 있을까요? 사용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절차에 의해 근로자를 평가한 경우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근로자의 업무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에도 회사가 적절한 평가 절차를 시행하지 경우에는 본 채용 거절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본 사안에서는 A사가 B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절차에 따라 평가했다는 사정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B의 평소 태도가 불량하였다는 것은 다소 주관적인 평가로 보이는 면이 있으므로, A사 B에 대한 본 채용 거절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결론
회사의 입장에서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근로자를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시용기간을 둘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용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공정한 평가절차도 함께 도입하여야 회사 및 근로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제도가 될 것입니다. 시용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공정한 평가 절차를 마련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 글 :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 원문 [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CASE STUDY] #35. 근로자의 시용(수습) 제도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