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Lean Life] 4. 소통, 그 시작은?
창업도 인생도 린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희우의 린 라이프’
대화와 자기 정체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여느 종교지도자의 방문과 달리 이번처럼 큰 울림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주목했다. 특히 아픈 사람, 가난한 자들,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는 그의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의 이런 행동은 교황이 되기전 그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져 있어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일상의 연속이 삶이다. 일상에서 우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상은 혼자 사는 삶이 아니다. 더불어 어우러져 사는 것이 우리 사회다. 여러 대상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황은 17일 아시아 주교단 연설에서 “공감하고 마음 열 때만 진정한 대화 가능”하다고 말씀 하신바 있다. 또한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라고 말씀하신다. 그는 또 “다른 이들, 다른 문화와 대화를 시도할 때 출발점과 근본 기준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우리 정체성의 중요성도 언급하셨다.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함이 대화의 출발점이고 그래야 상대방과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것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가 된다. 그 시작점이 자기 정체성 이해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 있다.
Start with Why
이 부분은 싸이몬 싸이넥(Simon Sinek)의 책 ‘Start with Why’에서 ‘Why’의 중요성과 동일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나의 책 ‘쫄지말고 창업’에서도 ‘Why’가 왜 중요한 지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인생도 창업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왜 사는지, 혹은 자기가 왜 창업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고서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제대로된 소통을 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꿈꾸는 거대한 이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두달 전인가 아는 친구와 선배를 만나서 술 한잔 할 기회를 가졌다. 이런 저런 업계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부부의 대화 얘기까지 주제가 확장되었다. 한 선배는 최근 부부간의 대화가 거의 없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자녀와의 대화도 단절되어가는 수준이란다. 그 얘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대화는 모든 소통의 시작인데 그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데. 그래서 내가 몇마디 했다.
“형님, 와이프와의 대화가 사실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잡담, ‘Small Talk’부터 자꾸 해야 됩니다. 그런 잡담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되죠.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그걸 듣고 공감을 해줘야 됩니다. 가볍게 맞장구를 치든 호응을 하든 내가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끔 말입니다. 그래야 대회가 지속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더 잘 알아갈 수 있거든요.”
우리 주위에서 부부간의 대화가 거의 단절된 가정을 쉽게 볼 수 있다. 잦은 야근과 술자리 등이 한 원인으로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대화가 중단된 게 다 일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우리 안에 ‘성공하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 라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어서 일까? 여기에 광고인이자 작가로도 유명한 박웅현은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사회 초년병 때 야근이 많으니까 집에서 불만이 많았어요. 그때 선배들이 그러더라구요. 광고 잘하려면 가정을 포기해야 된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가정을 포기하면 광고를 왜 합니까? 가정을 포기하는 사람은 결국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하지 않은 사람과 일한다는 건 자신도 불행한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없다. 목적을 우선시 하는 삶은 그 과정을 피폐하게 단들고 결국 그 과정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그렇게 거둔 성공은 의미가 없다. 창업의 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과 어우러져 함께 하는 생활이 행복하면 그 과정에서 더 큰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하다보면 성공이란 곳에 가까와 질 수 있다. 그 시작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자기 정체성 ‘Why’에 대한 이해부터이다. 자기 존재이유를 알아야 어떻게 해쳐나갈 지 알게되고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스타트업 공동창업자간 신뢰와 대화
가정에서 대화가 어렵듯이 스타트업 내 소통도 쉽지 않다. 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공동 창업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비전을 통일시키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무척 어렵다.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깨치고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처음엔 잡담도 많이 하고 상대방 얘기에 공감도 많이하고 서로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나 조차도 ‘요즘예능’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으니깐. 그럴 때마다 난 내 말을 아끼고 상대방의 말을 더 많이 들으려고 했다. ‘요즘예능’ 팀도 공동창업자가 넷인데, 그것도 두명은 학교 직속 후배인데도 애들이(?) 말을 잘 안듣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같이 한 배를 탔는데 서로를 신뢰하고 믿고 나가야지. 안그럴거면 아예 한 배에 태우지 말았어야지. 가뜩이나 우린 서로 직장 다니며 가상의 팀(Virtual Team)을 꾸려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 못 믿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계인데.
스타트업에서 공동창업자간 신뢰의 기반은 무엇일까? 그건 실력과 인성인것 같다. 실력이 있어야 서로 믿고 맡길 수 있고 그 뭘하든 결과물에 납득이 된다.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위기 깨는 말이나 행동은 팀웍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인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 둘의 조화를 이룬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자신을 낮춰 찾고 또 찾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로 팀을 이루면 비교적 소통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그렇다고 잡담(Small Talk)을 덜 하란 얘기는 절대 아니다. 뭔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해도 서로 소통은 계속 해야 한다. 부부간에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끊임 없이 소통하지 않으면 관계가 소원해 지는 것처럼 말이다.
스타트업,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한 팀을 이뤄 뭔가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럴수록 우린 상대방을 이해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야 한다.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도록 열린 마음과 경청을 잊지 말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신 말씀처럼 말이다.
지난 주말 첫째 딸 영어숙제를 도와주다 또 회초리를 들고 소리지르는 나를 보았다. 와이프가 또 한소리 한다.
“애한테 소리 좀 그만 질러! 저리 갓!”
지 자식과의 대화는 여전히 어렵다. 또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