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조정실과 환경부가 합동으로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가 발표됐다. 339개 기업(중복 포함 450개소)에서 사업비 이중 청구, 수행 성과 중복 제출 등 다양한 부정 집행 사례가 적발됐고, 그 규모는 11억 2천만 원에 달했다. 이는 환경 산업의 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였다.
“돈이 있는 곳에 구멍이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녹색기업 성장을 위해 정부가 펼친 선의의 지원책이 일부 기업들의 꼼수에 의해 변질된 셈이다. 지원금을 받아 쓰는 과정에서 동일한 전자세금계산서를 여러 부처 사업에 중복 제출하거나, 한 사람의 인건비를 여러 프로젝트에 나눠 청구하는 식이다. 결국 같은 일을 하고도 두 번, 세 번 돈을 받아가는 구조였다.
가장 적나라한 사례는 A사의 경우다. 재료비 집행 후 발급받은 전자세금계산서를 각기 다른 부처 과제에 이중으로 청구해 총 1억 4천여만 원을 중복 집행했다. 회계 시스템만 잘 분리해놓으면 각 부처에서는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를 악용한 것이다. B사는 더 교묘했다. 과제수행자의 인건비를 두 개 부처 과제에 각각 100% 계상률로 등록해 8개월간 월급의 2배인 1,9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한 사람이 24시간을 일할 수는 없는데도, 마치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풀타임으로 수행한 것처럼 꾸몄다.
최종보고서 작성에서도 꼼수가 동원됐다. C사는 한 과제의 시제품 시험 사진과 내용을 다른 과제 최종보고서에도 그대로 베껴 넣었다. 보고서를 훑어보면 두 프로젝트의 사진이 완전히 동일하다. 같은 컵, 같은 전선, 같은 측정 기기가 배치된 모습이 두 보고서에 똑같이 등장한다. 복사-붙여넣기의 편리함을 너무 과도하게 활용한 셈이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행정적 편의를 넘어 연구 윤리의 심각한 위반이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도 문제였다. D사는 대표자가 가족이고, 과제수행 기간 법인 본점 소재지가 같으며, 사내이사로 동일인이 등기된 거래처에 외주용역비 등으로 3,200여만 원을 집행했다.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돈을 옮긴 셈이다. 형식적으로는 외주 용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 순환에 불과했다.
사업비 사용 기준 위반 사례도 다양했다. E사는 규정상 금형제작비를 총사업비의 20%(7,880만원)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1억 656만원을 써버렸다. 한도를 2,776만원이나 초과한 셈이다. F사는 동일 사진을 반복 사용한 허위 검수조서로 사업비를 집행했는데, 이렇게 부정하게 집행된 금액이 7,969만원에 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업계획서 임의 변경 사례다. H사는 협약 시 매출목표를 3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실제 달성하지 못하자 최종보고서에서 초기 목표를 15억원으로 슬쩍 낮춰 기재했다. 실제 매출 18억원에 대해 성과 달성도를 121%로 부풀려 보고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평가위원회마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매출액을 사업계획(15억원) 대비 초과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허위 성과 제출도 적지 않았다. I사는 협약 시작 전인 지난해 7월에 이미 고용한 직원을 신규고용 실적으로 보고했고, J사는 협약 이전에 출원한 특허(출원일자 ‘21.12.3.)를 과제수행 성과물로 둔갑시켰다. 실적 부풀리기의 다양한 변주가 펼쳐진 셈이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 중대한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2개소에 대해 고발 및 수사 의뢰할 예정이며, 76개 기업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최대 5년간 사업 참여를 제한하거나 보조금법에 따른 제재부가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환수 조치와 함께 제도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에 나설 예정이다.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크게 확대된 이 사업은 예비창업자·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과 중소환경기업 대상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813개 기업에 1,209억원이 지원됐는데, 이 중 41.7%가 부적정 사례로 적발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부 사례’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높은 비율이다.
이 사업은 당초 환경 분야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들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해 시장 진입과 성장을 도울 목적이었다. 그러나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부정 집행의 온상이 됐다. 2023년부터는 국고보조사업으로 편성돼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통해 동일 세금계산서 중복 제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됐지만, 모든 유형의 부정 행위를 막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인건비 사용기준을 구체화하고,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제한, 성과인정 기준 명확화, 사업계획 변경 절차 명시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업현황 및 변경이력 등을 관리할 전자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체계적인 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을 메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정 집행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감시 체계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원사업이 본래의 취지대로 쓰여, 진정한 녹색기업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 분야는 미래 성장 동력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부정을 저지르는 기업들로 인해 진정으로 혁신적인 환경기업들이 기회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점검 결과는 환경산업 지원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와 국무조정실은 제도개선과 지속적 사후관리를 통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녹색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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