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넓고, 경계는 희미해진다. 그 흐릿한 경계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4월의 끝자락, 상하이의 번화가에 한국 스타트업들의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왜 바다를 건너 낯선 도시의 골목을 누비고 있었을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주최한 ‘비즈니스 트립 in 상하이’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이는 단순한 해외 출장이 아니라, 내년으로 예정된 ‘컴업 2025’의 글로벌 연계 확대를 위한 전초전이었다. 마치 신중한 장기 선수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말을 놓는 것처럼, 코스포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포석을 두고 있었다.
행사의 무대는 상하이에 위치한 EIV 한중비즈니스센터였다. 이곳에 모인 7개의 한국 스타트업들—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각자의 꿈을 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첫날, 참가자들은 ‘팍슨 뉴코아’와 ‘조이 시티’ 같은 상해의 상업 중심지를 탐방했다. 마치 호기심 많은 문화인류학자처럼, 그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과 문화적 취향을 관찰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현장 학습이었다.
둘째 날, 행사는 더욱 진지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상우 코스포 의장과 박정근 이랜드 차이나 E-이노베이션밸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MoU)이 체결되었다. 이는 단순한 의례적 행사가 아니라, 두 조직이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을 위해 실질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진행된 스타트업 3분 피칭에서는 모비데이즈, 배터플라이, 비욘드메디슨, 스밈, 시지온, 이너부스, 포어텔마이헬스 등 7개 기업이 자신들의 비전을 중국 현지 관계자들에게 선보였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압축해 전달해야 했다. 삶의 모든 순간이 그렇듯, 이 3분이라는 시간은 그들에게 영원처럼 길고도, 또 순간처럼 짧았을 것이다.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중국 시장에 이미 진출한 선배 기업들—에이든랩과 비엠스마일—의 경험 공유였다. 이들은 중국이라는 광활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마치 험난한 산길을 먼저 오른 등산가가 후배들에게 지도와 나침반을 건네는 것처럼.
이틀 차 후반부에는 중국의 전기차 유니콘 기업 웨이라이(Nio) 전시관과 상하이의 대표적 도시 재생 공간인 콜롬비아 서클을 방문했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 장소들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도, 참가 스타트업들은 현지 생태계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했다. 때로는 이런 비공식적 만남에서 더 큰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마치 문학 작품의 여백이 독자에게 더 큰 상상력을 선사하듯이.
이번 ‘비즈니스 트립 in 상하이’는 코스포의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와 EIV의 현지 인프라가 결합된 산물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들이 중국 시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실질적인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이번 비즈니스 트립은 단순 시장 탐방을 넘어 중국 생태계 진입을 고려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실질적인 역량 강화 활동”이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올해 컴업 또한 글로벌 연계를 강화한 형태로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스포는 향후 부산, 제주를 비롯해 도쿄, 비엔나 등 국내외 주요 거점과 연계한 사전 행사들을 계획 중이다. 이는 마치 거미가 촘촘한 거미줄을 세계 곳곳에 펼쳐나가는 것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결국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국경을 넘나드는 비즈니스의 시대에, 한국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계에 들려줄 것인가? 답은 계속해서 써내려가야 할 미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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