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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의 전환점’ 차기 정부가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 정책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지는 건 아닐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전환점을 반영한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저출산과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를 급격히 감소시키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경제 구조 전환의 핵심 동력은 스타트업 생태계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21대 대선 혁신산업 정책제안서’의 핵심 메시지는 단호하다.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AI, 바이오, 핀테크 등 혁신산업 주도 경제로의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익숙한 성공 방정식을 믿어왔다. 제조업과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정식은 한때 우리 경제를 ‘한강의 기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그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다.

제안서의 첫 부분을 보면 현실 인식이 냉철하다. “한국 경제는 그간 제조업과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현재는 AI, 바이오, 핀테크 등 신산업 중심의 구조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음.” 탄소중립,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의 거대한 물결 앞에서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시가총액 순위의 변화는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한다. 1990년대에는 GE, 엑손모빌, 코카콜라 같은 50년 이상 된 전통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4년의 목록은 어떠한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불과 수십 년 전에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세계는 이미 바뀌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제안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6대 핵심 정책을 제시한다. AI 산업 생태계 주도권 확보, 플랫폼 규제 혁신, 근로시간 유연화, 망 사용료 제도 개선, M&A·CVC 활성화, 기후테크 육성까지. 각각의 정책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AI 부문을 살펴보자. 제안서는 “현행 AI 기본법과 데이터 관련 규제 등 스타트업의 AI 개발·활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영향 AI의 모호한 기준’, ‘생성형 AI 표시 의무의 적용 범위’, ‘사실조사 요건의 광범위성’ 등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규제가 아닌 진흥 중심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플랫폼 규제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다. 최근 발의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 스타트업의 대규모 투자 비중은 2021년 17%에서 2023년 8%로 급감했다. 중국에서는 강력한 규제 이후 월간 벤처투자 건수가 26.73%, 신규 스타트업 수가 18.72% 감소했다. 규제의 그림자는 길고 짙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려한 제안이다. 제안서는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고정된 룰보다는 빠른 실험과 적응을 통해 성장해가는 조직”이라며, 창의성과 몰입이 핵심인 스타트업에서는 근로시간 총량이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처럼 특정 산업과 직무에 대한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을 제안하고 있다.

망 사용료 문제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와 관련된다. 우리나라의 망 접속료는 미국, 유럽 대비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세계에서 망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한다. 상호접속고시의 발신자 종량제가 혁신적 콘텐츠 제공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제안서는 명확히 지적한다.

모험자본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M&A와 CVC 활성화를 강조한다. 국내 스타트업 M&A 규모는 22.5조 원이며, 이 중 42%가 해외기업에 의한 거래라고 한다. 또한 국내 CVC 투자는 2022년 1조 7,502억 원에서 2024년 3,056억 원으로 급감했다. 선순환 투자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기후테크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의 약 65%만 기존 기술로 감축 가능하다. 새로운 기후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제안서가 중요하게 다루는 또 하나의 주제는 스타트업의 고용 창출 효과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벤처·창업기업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74.6만 명을 고용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기업의 고용 증가율 2.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특히 벤처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청년 고용은 19.8만 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전체 기업의 청년 고용이 1.2%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 성장 → 투자 확대 → 일자리 창출 → 소비 진작 → 세수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사회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경로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AI 역량은 세계 6위 수준이지만, ‘운영환경’은 35위에 그치고 있다. 기술은 있으나 그 기술이 꽃피울 환경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붙잡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화에 과감히 몸을 맡길 것인가? 어떤 소설가는 이렇게 썼다.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더 많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진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더 많은 실험과 도전, 그리고 실패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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