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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성공을 지탱하는 실패의 역사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이상한 공허함이 느껴진다. 마치 누군가가 복잡한 영화를 보고 “교훈적이네요”라고만 말하는 것 같은 단순함. 혹은 정교한 시계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알려주는군”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피상성. 그래,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라면, 왜 우리는 그 비옥한 토양의 성분을 분석하지 않는 걸까?

스타트업 세계의 무대에는 성공한 기업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들의 실패 경험은 어디에 있는가? 어둠 속에 묻혀 있다. 커튼 뒤편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결과물만 갈채하고, 과정은 무시한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이야기하면서도 실패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발견된 해법을 찬양하면서, 그 시행착오의 세부사항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최근 접한 이탈리아 학자들의 “창업 여정에서 실패의 역할(The Role of Failure in the Entrepreneurial Process: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라는 문헌 연구는 이런 불균형에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74편의 스타트업 실패 연구를 분석하며 실패라는 지형을 네 가지 영역으로 체계화했다. 이 분류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지도 제작자의 작업과도 같았다.


자원의 사막

인생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경험이라는 자원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경험이 풍부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이것이 항상 맞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때로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문제 해결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이것은 아인슈텔룽 효과—한 번 익숙해진 접근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때문이다. Aspelund, Berg-Utby, 그리고 Skjevdal(2005)의 연구는 기업가 팀의 경험이 오히려 ‘같은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으로 인해 스타트업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존에 성공했던 방식을 계속 고수하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전의 지도로는 새로운 지형을 탐색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누멜라와 그의 동료들(2016)의 연구에 따르면, ‘상당한 규모의 실패’ 후에 기업가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을 줄인다고 한다. 이것은 흥미로운 역설이다. 실패의 깊이가 깊을수록 배움의 높이도 높아질까? 아니면 실패의 충격이 클수록 상처도 깊어져 다음 도전을 망설이게 될까? 야마카와와 카돈(2015)은 후속 벤처의 생존 가능성이 이전 실패의 정도와 반비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상처가 클수록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코드와 그의 동료들(2016)의 영국 스타트업 연구에서도 이런 복잡성이 드러난다. 그들은 초기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예측하는 데 있어 기존 경험의 영향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일부 상황에서는 경험이 도움이 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오히려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의 부재는 기업가가 외부 충격과 위기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미지의 숲을 헤매는 것과 같다. 모든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어떤 길이 함정으로 이어지는지 알 방법이 없다.

성별도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최근 에버트, 브레너, 그리고 브릭시(2019)의 연구에서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남성 주도 벤처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결과는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적 장벽에 대한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같은 지형을 탐색한다 해도 일부 탐험가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장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 부족은 스타트업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칸타메사와 그의 동료들(2018)은 적절한 자금 확보 실패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생존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너무나 자명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정적 자원 없이는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물 없이 사막을 건너려는 것과 같다. 잠시는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혼조와 카토(2019)의 연구는 초기 자금 조건이 스타트업의 출구 전략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전략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이것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재정적 제약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자금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자원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근본 요소다.


결정의 미로

작은 선택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것은 전략의 문제다. 재무 관리, 자금 소진 속도, 국제화 전략, 혁신 방향성 – 이 모든 결정이 스타트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는 신생 벤처 실패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마틴과 웰시(2018)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에서 위험 최소화와 기회 최대화 사이의 균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는 마치 지도 없이 탐험을 떠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장비가 좋고 체력이 뛰어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오네티와 그의 동료들(2012)에 따르면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사업의 초점, 위치, 방식을 결정하는 구조화 방법”으로 정의된다. 그것은 회사의 정체성과 같다.

“타이밍”은 자주 언급되어 진부해 보이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이밍에 관한 결정이 가장 어렵다. 너무 일찍 시장에 진입하면 고객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너무 늦게 들어가면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일 수 있다. 엑셀슨과 뷔르스트롬(2019)은 비즈니스 모델 진화에서 타이밍의 역할이 결정적임을 보여주었다. 완벽한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덜 위험한 타이밍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위험 최소화와 기회 최대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마치 탐험가가 안전과 발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과 같다. 너무 안전하게 가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너무 모험적으로 가면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


제품과 시장의 불일치

제품/시장 적합성은 가장 자주 언급되는 실패 원인 중 하나다. 칸타메사와 그의 동료들(2018)과 송, 송, 패리(2010)의 연구에서도 이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이는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오아시스와 같다. 설령 그 물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깨끗하다 해도, 그곳에 가는 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타이밍은 제품 출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다. 레베스크와 그의 동료들(2017)은 확립된 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생산 결정 경쟁에서 타이밍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여주었다. 너무 일찍 출시하면 시장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너무 늦게 출시하면 경쟁자들이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유행을 너무 앞서가거나 너무 뒤따라가는 것과 같다. 너무 앞서가면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뒤따라가면 진부하게 느껴진다.

고객의 제품/서비스 관심도 중요하다. 이상적으로는 신생 벤처가 제품/서비스의 시장 세그먼트를 적절히 식별해야 한다. 칸과 루(2018)는 적절한 시장 세그먼트 식별이 개발도상국 국제 신생 벤처의 생존에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탐험가가 자신의 발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아는 것과 같다. 누구를 위해 탐험하는지 모른다면, 어떻게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흥미로운 점은 아스펠룬드와 그의 동료들(2005)이 발견한 급진적 혁신 기반 제품과 신생 벤처의 생존 전망 간 긍정적 상관관계다. 혁신적인 제품은 산업 표준이 확립된 후에 리더십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송과 그의 동료들(2010)은 기술 표준이 아직 등장하는 중인 산업에서는 실패율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것은 마치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 성공하면 크게 성공하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검증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하고 학습하는 반복적인 과정. 이것은 마치 지도 제작자가 실제 지형과 자신의 지도를 계속 대조하며 수정하는 것과 같다. 초기 스케치가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이다.


환경의 장벽

환경적 맥락은 스타트업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디에 있는가가 무엇을 하는가만큼 중요하다. 이는 마치 식물이 자라는 기후와 같다. 같은 종자라도 다른 기후에서는 다른 성장 패턴을 보인다.

에버트와 그의 동료들(2019)은 신생 벤처의 위치 결정이 그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도시냐 농촌이냐, 개방된 환경이냐 폐쇄된 환경이냐, 유사 기업들이 주변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 배티스텔라와 그의 동료들(2017)은 개방형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것은 마치 탐험가가 선택하는 기지의 위치와 같다. 적절한 위치는 탐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불리한 국내 시장 조건은 신생 벤처의 해외 진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자본 접근성을 위해 더 발달된 금융 시장이 있는 국가에 본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푸이그와 그의 동료들(2018)은 국제 제조 신생 벤처의 생존과 성장을 연구하며 이러한 전략적 위치 선정의 중요성을 밝혔다. 이것은 마치 더 나은 자원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과 같다.

자카라키스와 셰퍼드(2001)는 열악한 시장 조건과 강한 경쟁도 실패 원인으로 지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은 재정 자원 부족과 결합하여 신생 벤처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할 수 있어 실패를 초래한다. 이것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 탐험하는 것과 같다. 평소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도 극한 조건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외부 파트너와의 관계 발전은 신생 벤처에 이점을 제공하여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디모브와 드 클레르크(2006)는 벤처 캐피털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실패율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투자자의 전문성을 신생 벤처에 주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관계는 양날의 칼이다. 누멜라와 그의 동료들(2016)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의 강한 영향력은 과신을 초래하고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신생 벤처에 깊이 관여하는 외부 투자자는 자신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실패를 외부 요인에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마치 탐험가가 후원자의 기대와 압력에 휘둘려 자신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외부의 지원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형들의 교차점…서로 연결된 실패의 요소들

이 네 가지 지형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얽혀 있고, 서로를 강화한다. 피소니와 그의 동료들(2021)은 이러한 영역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한다.

인적 자본은 자금 조달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험 많은 기업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쉽다. 체보와 안데르손(2006)의 연구에서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적절한 자금 조달과 팀 역량이 함께 언급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험은 또한 기업과 제품에 관한 많은 전략적, 일상적 경영 결정을 좌우한다. 자금 조달 능력은 기업이 속한 맥락/환경에서도 비롯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는 회사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마치 복잡한 지형에서 각 요소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 산의 높이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기후는 식생에 영향을 미치며, 식생은 다시 토양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런 복잡성은 단순한 인과관계를 넘어선다. 실패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그것은 여러 요인의 미묘한 상호작용의 결과다.


지도를 완성한 후

프레토리우스(2009)는 “쇠퇴는 실패에 선행하며, 이는 성능 악화의 최종 상태다”라고 말한다. 그는 계속해서 “회생은 쇠퇴의 징후와 원인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실패로부터의 학습은 사후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고 덧붙인다.

이것은 중요한 통찰이다. 실패한 후에 배우는 것보다, 실패하기 전에 회생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물론 둘 다에서 배울 수 있지만, 전자가 후자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마치 탐험가가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에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에릭 리스의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우기”라는 개념은 스타트업 세계의 금언처럼 되었다. 그러나 이 개념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그렇게 자동적인 일인가? 보소와 그의 동료들(2019)의 연구는 모든 기업가가 사업 실패 경험으로부터 동일하게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모든 실패가 동등한 교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실패는 다른 실패보다 더 많은 통찰력을 제공하고, 어떤 실패는 너무 큰 충격을 주어 배움 자체를 방해한다.

현재의 스타트업 보도는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다. 수면 위로 드러난 성공의 이야기들. 거액의 투자, 급성장하는 기업가치, 화려한 성과. 그러나 수면 아래에는 훨씬 더 방대한 실패의 역사가 있다. 그 역사가 진정한 생태계의 지혜다.

하나의 완성된 지도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스케치가 버려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성공한 스타트업 뒤에는 수많은 실패한 시도들이 있다. 그 실패들이 없었다면,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스타트업 실패는 진화의 과정과 같다. 모든 종이 살아남지 못하듯이,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패한 스타트업의 DNA – 아이디어, 기술, 인재, 교훈 – 는 생태계 속에 흡수되어 다음 세대의 혁신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실패를 감추어야 할 비밀이 아닌, 공유해야 할 가치 있는 지식으로 바라볼 때가 되었다. 코프(2011)의 연구는 실패로부터의 기업가적 학습이 단순한 인지적 과정이 아니라 깊은 정서적, 사회적 차원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는 방식이다.

미디어는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성공의 화려함에 현혹되지 않고, 실패의 의미와 교훈을 찾아내는 깊이 있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그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진정한 책임이다.

다음에 누군가가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다”라는 문장을 말할 때, 우리는 그 밑거름의 성분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복잡한 화학 반응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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