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국 즉시배송 전쟁, 누가 웃을 것인가

알리바바, 메이투안, 징둥닷컴이 벌이는 ‘즉시배송’ 전쟁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60분 이내 배송? 어디 그뿐인가. 징둥닷컴은 20분 늦으면 공짜로 준다고 한다.

이 전쟁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숫자가 아찔하다. 중국 상무부 통계로는 2023년 즉시 소매 시장 규모가 6,5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대략 124조 원이다. 연평균 28% 성장해서 2030년엔 2조 위안을 넘을 거라고 한다. 일반 온라인 쇼핑이 11% 성장하는 동안 말이다. 이 정도면 그냥 성장이 아니라 폭발이다.

현재 1위는 메이투안이다. 중국 음식 배달 시장의 3분의 2를 쥐고 있다. 2023년부터 “모든 것을 집 앞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음식을 넘어 신선식품, 의약품, 생활용품까지 배달하기 시작했다.

메이투안의 전략은 명확하다. 음식 배달로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모든 일상용품을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주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알리바바 같은 거대 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알리바바의 반격은 체계적이다. ‘타오바오 인스턴트 커머스’라는 새 서비스로 60분 이내 배송을 약속한다. 음식만이 아니다. 전자제품, 의류, 심지어 꽃까지 배달한다. 자회사 어러머의 배달 인프라에 AI를 접목해서 주문 처리 속도를 극대화했다.

알리바바의 강점은 다양성이다. 메이투안이 음식 배달에서 시작해서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동안, 알리바바는 이미 모든 상품군을 다루고 있었다. 이제 배송 속도만 따라잡으면 되는 상황이다.

더 흥미로운 건 알리바바의 ‘개방 전략’이다. 그동안 중국 IT 대기업들은 각자 생태계를 구축하며 서로를 차단해왔다. 하지만 이제 알리바바는 위챗페이 같은 외부 결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경쟁사인 JD물류와도 협력한다. 웨이보, 샤오홍수, 비리비리 같은 소셜미디어와도 손을 잡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적과도 손을 잡겠다는 각오다. 알리바바는 또한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기 음료나 생필품에 대해 대규모 할인을 제공해서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징둥닷컴도 만만치 않다. 여러 빠른 배송 서비스를 ‘JD 먀오송’으로 통합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20분 이상 걸리면 무료로 준다니, 이 정도면 자살골 아닌가 싶지만 그들 나름의 계산이 있을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100ec.cn의 애널리스트 천리텅은 “이제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알리바바, 징둥닷컴, 메이투안이 지배적 플레이어가 됐고, 경쟁은 더욱 심화될 거라는 전망이다.

각자의 전략은 다르다. 메이투안은 음식 배달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알리바바는 기존 전자상거래 생태계에 즉시배송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징둥닷컴은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이 전쟁에서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빠른 배송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외식 배달이라는 고빈도 서비스를 발판 삼아 전체 즉시 유통시장으로 확장하려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음식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지금 당장’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소비자 행동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즉시배송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서 경제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건 이런 변화가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한번 즉시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다시 느린 배송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이는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투자 압박을 가할 것이다.

이 전쟁의 또 다른 측면은 기술 경쟁이다. 알리바바, 메이투안, 징둥닷컴 모두 AI와 빅데이터에 투자를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체 AI 기술과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주문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메이투안은 음식 배달에서 쌓은 배송 노하우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징둥닷컴은 기존 물류 인프라를 즉시배송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다.

결국 이 싸움은 누가 중국 소비자의 일상을 더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느냐의 문제다. 승자는 단순히 배송업체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 자체가 될 것이다. 패자는? 글쎄, 중국에서 패자가 되면 그냥 사라진다.

현재로서는 메이투안이 앞서고 있지만, 알리바바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징둥닷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틈새를 노리고 있다. 결과는 몇 년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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