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초의 기적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6.6초라고 한다. 카카오 T가 발표한 10주년 성과 중 하나다. 10년 전 19.87초에서 67%나 단축되었다는 통계다. 숫자로만 보면 13초 정도 줄어든 셈인데,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5년, 카카오 T가 등장하기 전까지 택시 이용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길거리에서 손을 들고 기다리거나,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호출하는 방식이 주된 방법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어려웠고, 승차거부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특히 단거리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의 이동은 운에 맡겨야 했다.
하지만 카카오 T가 국내 최초의 택시 호출 앱은 아니었다. 이미 몇몇 앱 기반 택시 서비스들이 시장에 존재했고, 2015년 당시 우버도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카카오 T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 서비스들을 제치고 시장을 장악한 케이스다.
후발주자가 어떻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결정적 요인은 막대한 자본력이었다. 카카오는 서울의 250여 개 택시 회사와 전국의 지역 택시 조합을 발로 뛰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 2019년까지 택시 면허 약 890여 개를 취득하기 위해 450억원을 투자했고, 같은 해 타고솔루션즈, 진화택시, 동고택시 등 9개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데 550억원을 투입했다.
1000억원이 넘는 투자 규모는 다른 경쟁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택시 호출 앱 자체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난 시대적 흐름이었지만, 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카카오의 압도적 자본력 덕분이었다.
카카오 T가 현재 국내 최대 서비스로 자리잡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탑승 성공률 94%라는 수치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온전히 한 기업의 혁신 덕분인지는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먼저 기술적 인프라의 발전을 빼놓을 수 없다. GPS 정확도 향상, 모바일 데이터 통신 속도 증가, 스마트폰 성능 개선 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현재 수준의 서비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특정 기업이 아닌 전체 IT 생태계의 발전 결과다.
택시 업계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2019년 도입된 ‘승차거부 없는 가맹택시’ 모델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파주, 김포, 강화군 같은 비선호 지역에서도 배차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건 택시 기사들의 협조와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결제 시스템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 8%에서 2025년 74%로 급증한 이용률은 확실히 편의성을 입증한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결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전체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다른 업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카카오 T의 성과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시장을 장악한 것 자체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그 성공의 배경에는 기술 혁신만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력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족계정 기능, 해외카드 결제 지원, 결제카드 변경 기능 등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세심한 배려다. 다양한 택시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개선들이 축적되어 현재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다.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하는 고령층이나, 카드 등록이 어려운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혜택에서 소외된다. 앱 기반 서비스의 태생적 한계다. 전통적인 콜택시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방식은 복합적이다. 카카오 T의 성과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순수한 기술 혁신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다. 기술 발전, 사회적 요구, 정부 정책, 업계 협조와 함께 압도적 자본력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현재 카카오 T의 시장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이는 기술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투자 규모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6.6초라는 배차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 숫자 자체보다는 그 뒤에 숨은 변화가 중요하다. 예측 가능한 이동, 승차거부 없는 택시, 간편한 결제 시스템. 이런 변화들이 도시인들의 일상을 확실히 바꿨다.
10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단순히 시간 단축이 아니다. 이동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 오는 날 택시를 기다리며 느꼈던 절망감, 승차거부를 당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이런 감정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물론 이런 변화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지역별 서비스 편차도 있다. 앱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적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
카카오 T의 10주년은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다.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의 발전을 상징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단일 기업의 성과로만 평가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기술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변화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런 기술적 편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플랫폼 독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6.6초의 기적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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