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키스캠 3초가 몰고온 유니콘 CEO의 추락

콘서트장 포옹 장면 하나로 휴직 처리… 기업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온다

키스캠이 바꾼 기업의 운명

즐거워야 할 콘서트장에서 벌어진 단 3초의 실수가 유니콘 기업의 운명을 바꿨다. 콘서트에서 ‘키스캠’에 포착된 한 쌍의 포옹이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주인공은 데이터 관리 솔루션 업체 애스트로노머(Astronomer)의 앤디 바이런(Andy Byron) CEO와 크리스틴 카봇(Kristin Cabot) 인사담당 책임자. 대형 스크린에 비친 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불과 이틀 만에 CEO 휴직이라는 극단적 결과를 낳았다.

기업 위기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한 순간의 부주의가 수년간 쌓아온 신뢰와 명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소셜미디어를 강타한 ‘불편한 순간’

논란의 시작은 16일(현지시간)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였다. 바이런 CEO와 크리스틴 카봇(Kristin Cabot) 인사담당 책임자가 ‘키스캠’ 방식의 관중 촬영에 포착된 영상이 바이럴을 탔다.

대형 스크린에 자신들의 모습이 비춰지자 당황한 듯 서둘러 몸을 떼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겼고, 이를 본 콜드플레이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은 “불륜 중이거나 아니면 매우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영상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바이런의 이름은 17일 구글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수천만 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했다. X와 틱톡 사용자들은 이 어색한 상황을 조롱하는 댓글을 쏟아냈고, 회사는 링크드인과 X 계정의 댓글 기능을 차단해야 했다.

링크드인에는 바이런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쇄도했다. 한 사용자는 콜드플레이 노래 가사를 패러디해 “빛이 앤디를 집으로 인도하지 못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사건의 파급력은 스포츠 현장까지 확산됐다. 일부 MLB 구장에서는 마스코트가 이 상황을 패러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팬들도 이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에서는 연일 이 사건을 풍자한 밈(meme)과 패러디 이미지들이 쏟아지고 있어 화제가 지속되고 있다.

베팅까지 등장한 화제성

이 사건의 파급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온라인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바이런이 CEO 자리를 유지할 확률에 25만 달러 이상이 베팅되기도 했다.

전 미국에 영상이 확산되면서 회사도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4시간 이상 회사와 경영진, 이사회, 창립자들은 이 스캔들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결국 공식 대응에 나서야 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애스트로노머 CEO를 역임했던 라이 워커(Ry Walker)는 X를 통해 “공동창립자이자 초기 CEO였지만, 2022년 이후로는 회사와 관련이 없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전문가들 “심각한 파급효과” 경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기업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제니퍼 비커리 내셔널 스트래티지 PR 대표는 “신뢰가 깨졌고 직원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며 “회사의 공적 평판이 손상됐고, 고객과 투자자들이 회사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문화와 평판, 재정 안정성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무 전문가들은 외부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윌리엄 그롭 오글트리 디킨스 법무법인 파트너는 “HR은 최고경영진과 일반 직원들 사이의 신뢰받는 통로”라며 “이런 신뢰 관계가 어느 한쪽에 대한 편애로 인해 손상되면, 그 역할의 효과는 떨어지고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내 조사는 “의혹과 불신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며 외부 전문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애스트로노머는 액티비전, 메리어트 같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관리 및 최적화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다. 베인캐피털벤처스와 세일즈포스벤처스가 주도한 시리즈D 펀딩에서 9300만 달러를 조달하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바이런은 2023년 7월 CEO로 취임했으며, 이전에 여러 소프트웨어 및 테크 기업에서 임원직을 역임했다. 카봇은 2024년 11월 인사담당 책임자로 영입됐다. 당시 바이런은 카봇의 “뛰어난 리더십”과 “인재 관리 및 직원 참여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극찬했었다.

바이런은 애스트로노머 CEO 취임 전 수십 년간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근무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클라우드 보안 회사 레이스워크(Lacework)에서 임원으로 일했으며, 이 회사는 작년 2억-2억3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그 이전 약 2년간은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버리즌(Cybereason)에서 최고매출책임자(CRO)를 지냈다. 바이런 재직 당시 이 회사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후 직원 수가 감소하고 기업가치도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크게 하락했다.

바이런은 10년 이상 보스턴 테크 업계에서 활동해왔다. 초기에는 통신 및 메시징 소프트웨어 업체 퓨즈(Fuze)에서 영업 임원으로 근무했으며, 이 회사는 2022년 2억5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또한 2013년 EMC 자회사인 RSA에 2억2500만 달러에 인수된 아벡사(Aveksa)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기업 이미지 타격 우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스캔들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와 리더십 문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CEO와 HR 책임자라는 조직 내 권력 관계가 얽힌 상황이어서 직장 내 관계와 기업 윤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애스트로노머는 데이터 관리 솔루션으로 기업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회사인 만큼, 이번 리더십 논란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사회의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가 회사의 향후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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