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 10명 중 4명이 “내년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2022년 이후 최고 수치다. 2년간 서서히 쌓인 회복세에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까지 더해지면서, 2026년이 본격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태계 전반에 형성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오픈서베이가 공동 발표한 ‘2025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창업자들의 향후 1년 전망은 긍정 42.5%, 부정 24.0%로 나타났다. 긍정 전망은 전년 대비 24.9%포인트 급등했고, 부정 전망은 16.0%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도 개선됐다. 창업자들은 정부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역할에 100점 만점 기준 60.6점을 줬다. 작년보다 6점 오른 수치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64.5%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 기대감의 실체: R&D·모태펀드·AI
창업자들이 꼽은 생태계 긍정 변화 이유 1위는 ‘정부·공공부문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53.1%)였다. 민간 지원사업 증가(43.8%),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40.6%)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으로 기대되는 정책은 명확했다. 벤처/스타트업 R&D 예산 확대가 1순위였고, 창업자의 69%가 “우리 회사에 직접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모태펀드 예산 확대 및 존속기간 연장, AI·딥테크 등 혁신 분야 집중 지원, 회수시장(IPO·M&A) 활성화 순으로 기대감이 높았다.
현재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 정책으로는 사업비 지원(TIPS 등), 연구·기술개발(R&D) 지원, 창업 공간·인프라 지원이 꼽혔다. ‘돈 + 기술 + 인프라’ 3대 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장 체감은 다르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투자시장을 “위축됐다”고 평가한 창업자는 51.5%로 여전히 절반을 넘었다. 전년(63.2%)보다는 11.7%포인트 완화됐지만, “성장했다”는 응답(14.0%)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투자 유치 난이도는 5점 만점에 3.49점으로, 여전히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만족도는 더 낮았다. 근무 만족도 상위 2개 응답(Top2) 비율은 35.0%, 평균 3.15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대기업 재직자의 만족도(Top2 66.5%, 평균 3.82점)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불만 이유는 명확했다. 낮은 재정적 보상, 불안정한 비전/전략, 낮은 기업 인지도, 적은 복리후생과 워라밸 미보장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스타트업 재직자 10명 중 3명만이 “다른 사람에게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대기업 재직자의 스타트업 이직 고려율은 18%로,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조직 비전·전략 불안정, 워라밸 미보장, 낮은 재정 보상이 상위권에 올랐다.

무작정 뛰어드는 시대는 끝났다
그런데 이런 수치들은 단순히 부정적 신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더 이상 ‘무조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 ‘신중하게 골라야 할 선택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먼저 창업 관심은 역대급이다. 창업자와 스타트업 재직자는 물론, 대기업 재직자(51.0%)와 취업준비생(47.0%) 모두 최근 1년 내 창업 고려율이 45~51%에 달했다. 4개 집단 모두에서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됐다. 스타트업 재직자, 대기업 재직자, 취업준비생 모두 스타트업을 ‘혁신적/창의적’ 조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단순히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넘어, 실질적인 혁신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선택은 신중해졌다. 이직이나 취업을 고려하는 경우 시리즈 A~C 이상 안정적 단계의 스타트업을 선호했고, 산업군으로는 딥테크, 헬스케어/바이오, AI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은 스타트업으로는 여전히 토스가 1위를 차지했지만, 뤼튼과 퓨리오사 같은 AI 기업들도 빠르게 부상했다.
“무작정 뛰어드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혁신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좋은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퍼즐: 투자 파이프를 뚫어라
분위기는 살아났고, 정책 기대감도 생겼고, 창업 의지도 높다. 남은 건 하나다. 투자→기업 성장→보상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정부에 가장 시급하게 요구한 개선 과제는 ‘생태계 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32.5%)였다. 각종 규제 완화(19.5%), M&A·IPO 활성화 지원(10.5%)이 그 뒤를 이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추가 지원으로도 투자 활성화, 다양한 자금 조성과 지원, 편중 투자 지양 등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투자시장 혹한기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정부지원사업 추진, 기업 비용 절감, 매출 다각화 같은 기존 전략 외에, ‘투자 유치 계획 조정’ 응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투자 환경이 여전히 가장 큰 변수라는 뜻이다.
임계점 직전, 이제 촉매만 남았다
과포화 용액은 겉으로 보면 안정적이다. 하지만 작은 자극 하나면 순식간에 결정이 석출된다. 2년간 쌓인 회복세와 정책 기대감은 이미 생태계를 과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이제 필요한 건 결정화를 촉발할 자극, 즉 투자 파이프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R&D 예산과 모태펀드 확대가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기업 성장과 보상으로 연결되는 순간, 2026년은 ‘갑자기’ 터지는 해가 될 수 있다.
창업 고려율 50%, 정책 기대감 64.5%, 긍정 전망 42.5%. 전환의 에너지는 이미 충분히 쌓였다. 생태계는 이미 과포화 상태다. 촉매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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