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간의 개발·디자인 과정을 거쳐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해보는 A-camp 프로그램. 작년 4월 첫 아이디어 발표 자리에서 임채림 디자이너는 연인 간의 성적인 소통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군대를 간) 또 다른 친구는 마음 놓고 울분을 토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박정신 대표는 익명으로 사람들의 평판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속마음’이라는 공통 키워드 하에 “페이스북으로는 공유되지 못하는, 숨겨진 진짜 욕망을 유통할 수 있는 디지털 채널을 만들자”는 모토를 갖고 한 팀으로 뭉쳤다. 스타트업 ‘원더래빗(Wonderabbit)‘의 시작이었다. 작년 10월에 런칭한 원더래빗의 첫 번째 서비스, ‘커플릿(Couplete)‘은 현재 35만명이 애용하는 앱으로 발전했다고 하니 이들의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Q. A캠프에서 창업 멤버를 만났다.
A캠프에는 주로 자기 영역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몰입하는 사람,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 남들 따라 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와 자기중심이 있는 사람이 모인다. 특히 A캠프의 경우, 개발자와 디자이너만 참가 자격이 주어져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서비스를 구현해낼 수 있는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쉽게 말해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설사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다들 자신의 손으로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에 ‘기획을 위한 기획’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정말 길게 내다보았을 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인지는 1~2주만 봐서는 모르지 않나? 10주라는 기간동안 서로의 성향에 대해 완전히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Q. 서비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랐나?
임채림 디자이너가 학교 과제로 제출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아이디어가 아까워 A캠프에서 발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초기 아이디어는 성인용 커플 앱인데, 연인과의 성적인 불통을 앱을 통해 해소해보자는 것이었다. 여성의 생리 달력을 공유하고 관계일정을 스케쥴링하면서, 단순 쾌락이 목적이 아닌 ‘건강한 연애’를 하게끔 돕고 싶었다. 올바른 성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남성보다 더 욕구를 갖고 있는 대상이 20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욕구를 드러내기가 힘든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A캠프가 끝난 후 사업화를 결정하면서 팀 내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었다. 하나는 “성숙한 커플들만을 위한 서비스로 좀 더 세분화된 타게팅을 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숙한 커플들을 위한 기능을 포함하되, 연애 초기의 커플들도 커버하자”는 의견이었다. 우리는 회의 끝에 성숙한 커플만을 위한 커플 앱 시장은 규모가 작다는 결론을 내리고, 좀 더 일반적인 구성의 커플 앱을 만들었다. ’19금’에서 ‘전체이용’ 앱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개발 초기에 있던 기능들 중 ‘캘린더 내 생리/배란일/관계일 공유’ 기능은 현재 그대로 커플릿에 남아있다.
Q. 커플릿의 주요 기능을 소개해달라
기존의 커플 앱들이 과거를 기록하는 데에 중점을 맞춰왔던 반면에, 커플릿은 미래를 계획하는데 중점을 맞추고 있는 게 차별점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커플 앱 사용 행태에 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기존의 커플 앱에서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사용자 욕구가 바로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에 어딘가에 체계적으로 기록, 관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과거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까지 기록함으로써 지금 커플이 무엇을 하고/사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한 기능이 ‘위시박스’이다. 위시박스란 둘이서 같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검색/추천/공유하는 커플 위시리스트이다. 이를 통해 지금 커플들이 가장 하고/사고 싶은 것을 매우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위시박스 기능은 커플이 하고/사고 싶은 모든 것들의 통합 ‘쇼핑 카트’가 된다. 이를 통해 커플릿을 단순한 커플앱이 아니라, 커플 대상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커플이 주 고객층인 오프라인 상점들이 많은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외의 기능으로는 메신저, 타임라인, 캘린더, 러브레터가 있다.
Q. 35만명의 사용자는 어떻게 모았나?
10만명까지는 별도의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통해서 확보했다. 그 이후에는 페이스북의 CPI 광고를 통해 연애 중인 여성만을 타겟팅하여 마케팅을 하였다. 페이스북은 타게티드 광고를 하기에 좋은 채널이지만 요즘 CPI 효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요즘은 대체 마케팅 채널을 찾고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커플릿의 타겟층이다. 이들의 경우 보통 연애를 하게 되면 커플 앱을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2~3개를 다운 받아 몇 번 사용해본 후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앱을 최종적으로 선택해 쓰는 경향이 강하고, 평균 연애기간이 6개월~1년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맛에 더 잘 맞는 앱이 나오면 충분히 갈아탈 수 있는 사용자라서 초반에 많은 커플릿 사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
Q. 기억나는 서비스 피드백이 있다면?
우리에게 꾸준히 장문의 이메일로 피드백으로 보내주시는 분이 있다. 그 분이 말씀해주시는 것 중에 우리가 생각치 못한, 불편한지도 모르고 있던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사용성 개선에 많이 참고했고 상당 부분이 고쳐진 상태이다.
사용자 피드백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앱 내에 자체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채널, 스토어 리뷰 댓글, 카카오톡/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대응에 신경쓰고 있다. 특히 실시간 사용자 대응의 경우에는 딱딱한 격식을 차려서 하기보다는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친구처럼 대응을 하는 편이다. 이런 사용자 응대가 재미있다고 한 사용자가 포털 게시판에 글을 올려 베스트글에 선정되는 덕분에 간접 광고 효과까지 얻었던 적이 있다.
Q. 향후 계획 및 목표
업계에서 ‘커플 서비스는 수익화가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커플릿의 위시박스 기능을 커머스로 잘 발전시켜 ‘커플 서비스로도 수익화를 잘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
내년 초에는 일본 및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함께 일본에 가서 커플릿이 일본 시장에서 더 잘 통할 것 같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왔다. 확실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출처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4] 둘만의 미래를 계획하는 커플 앱, ‘커플릿(Couplete)’ @ A-camp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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