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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우리를 덜 바쁘게 만들었나

2025년 1월, McKinsey가 미국 등 6개국 직원 3,613명과 경영진 238명을 조사했다.

92%의 기업이 향후 3년간 AI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사를 AI 배포 측면에서 “성숙”하다고 평가한 리더는 단 1%였다.

1년 전인 2024년, 업워크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비슷한 조사를 했다. 경영진의 96%는 “AI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직원의 77%는 “AI가 업무량을 늘렸다”고 답했다.

1년이 지났다. 투자는 계속 늘어난다. 그런데 성숙도는 1%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2025년, 숫자들

2025년 2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했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미국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업무 시간의 5.4%를 절약했다.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 기준으로 약 2시간 12분이다.

시간은 분명 줄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4년 업워크 조사로 돌아가보자. AI를 사용하는 직원의 39%는 “AI가 만든 콘텐츠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답했다. 23%는 “AI 사용법을 배우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21%는 “AI 때문에 더 많은 일을 요구받는다”고 했다.

2025년 8월, Gallup은 충격적인 수치를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직원 참여도가 23%에서 21%로 떨어졌다. 코로나 봉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로 인한 생산성 손실은 연간 4,380억 달러로 추산된다.

같은 달, Fortune은 “조용한 균열(Quiet Cracking)”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보도했다. TalentLMS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54%가 업무에서 불행을 느낀다고 답했다. 빈도는 가끔부터 항상까지 다양했다.

AI가 시간을 절약해줬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더 불행해졌을까?

AI 에이전트의 역설

2025년 5~6월, 가트너가 북미, 유럽, 아시아 태평양 기업의 IT 리더 360명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75%가 AI 에이전트를 시범 도입했거나 배포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람의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완전 자율 AI 에이전트를 고려하거나 구축 중인 리더는 15%에 불과했다.

왜일까? 신뢰 문제였다.

응답자의 19%만이 공급업체의 환각 방지 기능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74%는 “AI 에이전트가 조직 내 새로운 공격 경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적절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췄다고 확신한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더 흥미로운 발견도 있었다. AI 활용 목표에 대해 IT·비즈니스·경영진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4%뿐이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기업은 AI 에이전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 “사무 생산성”을 꼽을 가능성이 거의 2배였다. 반면 의견이 일치한 기업은 “고객 서비스”, “데이터 분석”, “영업” 등 직접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했다.

가트너의 프랜시스 고스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AI 활용 방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업에서는 사무 생산성이 기본 선택지가 되지만, 반드시 최대 가치를 제공하는 영역은 아닙니다.”

기계심

기원전 3세기, 중국 전국시대. 장자는 『천지편』에서 이런 개념을 제시했다.

“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있게 되고,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자는 반드시 무엇을 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장자는 이것을 “기계심(機械心)”이라고 불렀다.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마음. 효율을 추구하면 간사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2,300년 전 통찰이 2025년 통계를 설명한다.

AI로 보고서 작성 시간이 4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고 가정해보자.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제 기대치가 바뀐다. 4시간에 1개를 쓰던 사람이 이제 4시간에 8개를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효율은 목표를 바꾼다. 그리고 목표가 바뀌면 효율의 의미도 바뀐다.

2024년 업워크 조사에서 경영진의 81%는 “지난 1년간 직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 37%: AI 도구의 도움으로 생산량을 늘리라
  • 35%: 스킬을 확장하라
  • 30%: 더 넓은 책임을 맡으라
  • 20%: 더 오래 일하라

AI가 시간을 절약해줬다.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다.

번아웃의 통계

2025년 종합 조사는 더 암울한 숫자를 보여준다.

전체 직원의 82%가 올해 번아웃 위험에 처해 있다. 2024년 업워크 조사에서 AI 사용자의 71%가 번아웃을 경험했던 것보다 악화된 수치다.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상위 25% 직원들 중 88%가 심각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보고했다. 이들은 AI를 적게 쓰는 직원보다 퇴사 의향이 2배 높았다.

2024년 업워크 조사의 한 응답자는 이렇게 답했다. “AI가 제 일을 더 빠르게 만들어줬지만, 이제 회사는 제가 두 사람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

컴퓨터 과학에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CPU가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성능이 떨어진다. 상태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ChatGPT에서 Notion AI로, Notion AI에서 Copilot으로, Copilot에서 Midjourney로. 도구를 전환할 때마다 우리는 비용을 지불한다. 어떤 프롬프트를 써야 하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출력물을 확인하는지. 매번 다시 배워야 한다.

2024년 업워크 조사에서 AI 사용자의 47%는 “AI로 어떻게 생산성을 높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도구는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가트너 2025년 조사에서 의견이 일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AI 에이전트를 혁신적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1.6배 높고, 생성형 AI 도구에서 가치를 발견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다.

반대로 말하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기업(86%)은 AI에서 가치를 발견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뜻이다. 방향 없이 도구만 도입하면,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만 증가한다.

조직이 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조직 차원에서.

업워크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켈리 모나한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낡은 업무 모델과 시스템에 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기대한 생산성 가치를 얻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가트너는 2025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 차원의 권고를 제시한다.

첫째, 거버넌스를 먼저 구축하라.

AI 도구를 무분별하게 도입하지 마라. 어떤 도구를, 어떤 업무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지침과 정책을 먼저 만들어라. 가트너 조사에서 적절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췄다고 답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둘째, 영향력 높은 영역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라.

가트너 조사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기업은 “사무 생산성”에 AI를 쓸 가능성이 2배 높았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분석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64%), “고객 서비스”(55%)였다. “사무 생산성”은 39%로 3위였다.

보고서를 8개 쓰는 것보다, 고객 데이터 분석으로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낫다.

셋째, 멀티벤더 전략을 채택하라.

가트너는 AI 에이전트 전략을 단일 공급업체에 의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다양한 옵션을 탐색하되, 무분별하게 늘리지는 마라.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을 고려하라.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조직 차원의 변화는 느리다. 개인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인트루이스 연준 조사에서 AI는 평균 5.4%의 시간을 절약해줬다. 주 40시간 기준 2시간 12분이다.

질문은 이것이다. 그 2시간 12분을 어떻게 쓸 것인가?

10개의 업무를 12개로 늘릴 것인가, 아니면 10개를 더 잘 할 것인가. 더 많은 회의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팀원과 깊은 대화를 할 것인가. 더 많은 보고서를 쓸 것인가, 아니면 한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할 것인가.

2024년 업워크 조사에서 프리랜서의 56%는 “고객의 생산성 요구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답했다. 정규직 직원은 35%만 그렇게 답했다.

차이는 자율성이다. 절약된 시간을 어떻게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

자율성의 중요성은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25년 9월, Microsoft Ireland가 아일랜드 직장인 1,000명을 조사했다. 번아웃은 39%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직장 행복도는 65%로 13% 하락했다. 이직률은 2023년 19%에서 2025년 38%로 2배 증가했다.

AI는 사용한다. 41%가 “AI가 일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고 답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떠난다.

선택

장자가 말한 “기계심”은 AI 시대에도 유효하다. 기계를 가지면 기계를 쓸 일이 생기고, 기계를 쓸 일이 있으면 무엇을 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2024년, 96%가 기대했고 77%가 더 바빠졌다.

2025년, 92%가 투자를 늘리고, 82%가 번아웃을 겪는다. 1%만이 성숙했다고 답한다.

패턴은 반복된다.

AI는 주 40시간에서 2시간 12분을 돌려줬다.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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