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harma 4.0 시대: AI는 어떻게 제약 산업의 미래를 바꾸는가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 20억 달러가 소요되며, 임상시험의 성공률은 채 10%도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성으로 인해 제약 업계는 오랫동안 큰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이제 이러한 압박은 최고조에 달해, 향후 5년 간 전 세계 제약 산업은 특허 절벽(patent cliff)에 직면하게 됩니다. 수많은 블록버스터 약물이 특허 보호를 상실하고,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2천억 달러 이상의 매출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매출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빠르게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 개발 기간을 단축하며, 더 나아가 생산의 상당 부분을 CDMO(의약품 위탁개발산업체)에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Pharma 4.0’은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Pharma 4.0은 인더스트리 4.0을 본떠 만든 개념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 개발, 임상, 제조, 품질 관리를 연결해 원래 분산되어 있던 프로세스를 실시간 의사 결정이 가능한 폐쇄형 순환 구조로 통합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인공지능(AI)은 이 변혁의 핵심 동력입니다.

전 세계 제약 업계는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연구 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효율성 개선은 곧 막대한 가치로 이어집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로슈 산하의 제넨텍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AI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제약 대기업 사노피는 연구 개발에 AI를 도입한 최초의 제약사로, 영국의 엑스사이언티아와 종양학 및 면역학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노피는 OpenAI, 포메이션 바이오 등과 제휴를 통해 신약의 임상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판도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AI가 아니라, 연구 개발과 제조 공정에 깊이 관여하며 실제로 ‘직접 개입할 수 있는’ AI입니다. 최근 아시아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만의 스타트업 Therapi AI는 배포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제약 산업에 진입하고 있으며, AI를 단순한 조언자에서 생산 라인의 ‘실행자’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각 에이전트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환자 데이터에서 고잠재력 세포주를 신속히 찾아내거나 규제 준수 검토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분산형, 비저장형’ 구조를 통해 연구자가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면 여러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호출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규제 준수 및 정보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잠재력은 이미 실무 현장에서 검증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례에 따르면, AI 모델을 도입한 후 세포주 선별 비용이 크게 절감되었고, 연구 개발 기간도 대폭 단축될 수 있었습니다. CDMO 입장에서는 이는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더 많은 주문을 수주하고 Pharma 4.0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제약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투자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완성하느냐’의 경쟁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AI를 연구 개발의 핵심으로 도입하고, 스타트업과 CDMO가 협력해 스마트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등, Pharma 4.0의 물결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이 물결은 제약 산업의 경쟁 구도를 재정의할 것이며, 누가 업계를 선도할지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글 : 매트 첸(Matt Cheng) 체루빅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 아워송 코파운더 Matt Cheng, Founder and General Partner of Cherubic 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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