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 조상래 대표가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이자 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platum)‘을 만들었을 때, 그의 도전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법인 설립 2주년이 채 안 된 지금, 플래텀은 인터넷뉴미디어 분야 1위(9월22일 기준, 랭키닷컴)를 차지하며 중국시장과 관련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발빠른 소식통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문학 전공이면서도 컴퓨터공학 수업을 병행해 듣고, 남들이 북경으로 중국 유학길에 오를 때 남방어를 배울 수 있는 대만을 유학지로 선택해 “죽어라 여행하며 대만 한 바퀴를 다 돌아보았다”는 그는, 블로그에 여행기 올리는 재미를 축적된 콘텐츠를 공유하는 영향력 있는 장으로 승화시킬만큼 ‘한 번 빠지면 끝까지 가보는’ 뚝심이 있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대치동 사무실을 찾았다.
Q. 조상래 대표를 정의하는 키워드, ‘중국어’, ‘대만’, ‘블로그’
■ 중국어
‘채널V’라는 방송 채널을 보는데, 홍콩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가사 뜻을 몰라 궁금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보니 마침 제2외국어에 중국어 과목이 있길래 본격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후 대학에서도 중국언어문화학을 공부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대만에서 대학 학위를 취득했다. 유학시절에는 ‘중국어 전공만 갖고는 먹고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통해 익숙했던 컴퓨터와 관련된 컴퓨터공학과 수업을 병행해서 들었다. 실제로 언어나 문학 등 인문계열 전공자의 경우 취업문이 좁았다.
■ 대만, 블로그
2004년에 교환학생으로 대만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인생의 파라다이스였다. 죽어라고 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어 능력이 많이 늘은 것 같다. 학교 기숙사에서도 한국 학생은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시 해외에서의 대세는 블로그 운영이였기 때문에 블로그를 개설해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을 주로 올렸다.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현재 지인 분들과 플래텀 손요한 이사는 거의 다 블로그산업협회에서 만난 분이다. 블로그 분야에 있던 분들의 일부는 홍보와 PR 분야로, 대다수는 벤처와 스타트업 업계로 넘어왔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많다.
Q. 플래텀에 대해.
■ 정량적인 접근이 아닌 정성적인 접근,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
왕지환의 시 ‘등관작루’에는 “천리 밖 세상 끝을 내다보고 싶어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네”라는 시구절이 나온다. 플래텀도 그렇게 보고 있다. 하루 아침에 뭔가가 이루어지거나 일희일비 할 게 아니라 묵묵히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분석도 좋지만 어떻게 중국시장에 접근을 하고 이해할 것인가를 가져가려고 한다. 대중성을 바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다루지 않는 인사이트 있는 시각, 못 보던 시각에 주목하고자 한다. 기존의 테크미디어는 서비스 런칭, 투자소식 등 팩트와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데, 플래텀에서 담고 싶은 건 서비스 탄생 스토리 등 창업자들에 대한 소식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달했을 때 의미가 있고, 또한 중국어로 번역해 소개를 하고 여러 해외매체에 송고된다면 중국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 중화권 문화에 대한 이해와 깊이있는 시각으로
중국이 우리나라 IT산업을 쫓아오는 게 아니라 이미 앞서 있다. 물론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그 디테일을 우리가 터치한다면 바로 그 부분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이 판을 벌여주면 한국이 들어가는 그림인 셈이다.
그러나 거대한 중국 모바일 시장에 비해 실제로 진입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중국 법률은 중국 내 현지 법인 없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도록 규제하고 있다. 기회가 아니라면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시장이다.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현상을 기회로 잡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중국을 오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은 그 문화를 많이 이해해야 한다.
내년에 중국에 플래텀 지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저널리스트 비자도 발급 받을 예정이다. 중화권의 실질적인 비즈니스와 창업을 중개하는 등 연결 접점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추진하여 좀 더 깊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중간 역할을 하는 제3자 입장과 직접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과는 분명 다른 게 있을 것이다.
■ 콘텐츠가 많이 읽힌다고 돈이 되진 않아.. 외길을 걷기 위한 총알은 계속 필요해
플래텀 이전에 손요한 이사와 ‘세계wa’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그때 콘텐츠가 많이 읽힌다고 해서 돈이 되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럼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돈을 벌 것인가. 미디어 외길을 걷기 위한 총알은 계속 필요하다.
플래텀 초기에는 필진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당시에는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로 3개 기사 정도 발행되었는데 현재는 하루 8~10개의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중립을 지키는 미디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미디어, 진행 중인 사업이나 업계에 구애받지 않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 색깔을 띠고 싶다.
Q. 요즘 고민은.
■ 같이 중국시장에 뛰어들 팀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결국엔 사람이다.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의 몫, 그 가능성이 중요하다. 플래텀 팀원을 찾아야 하는데,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분들 중에 투자, 커머스, 온라인 시장에 이해가 있는 분들은 환영이다. 손잡고 같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 친구가 필요한데, 참 쉽지가 않다.
Q. 끝으로 하고픈 말
■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 필요
대만에 가기 전까지 나도 지방에서 대학을 다녔던 학생이였기에 좀 아는 게 있다.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자격지심이 있다. 그리고 지방에 있어 정보의 접근이 용이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지방이 상대적으로 많이 낙후된 걸 뼈저리게 느낀다. 창업캠프가 열러도 경영수업의 변형본인 경우가 많다. 그게 많이 안타깝다. 서울에 계신 분들은 지방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난 지방에 창업캠프가 열릴 경우 되도록 많이 가본다.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어서 간다.
예전에 영남대 창업캠프에서 만난 친구의 사업 아이템에 대해 멘토링을 해준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 아이템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감사하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연락이 왔을 때 ‘아 의미가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지방의 경우 서비스보다는 기술 기반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있는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쪽 지원도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출처원문 : 플래텀 조상래 대표, “한-중 스타트업 가교 역할 할 것”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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