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텐센트 3분기, AI가 만든 ‘전방위 성장’
해외 게임 200억 위안 돌파, 광고는 AI가 이끌었다
13일 발표된 텐센트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중국 빅테크의 변곡점을 보여준다. 매출 1,928억 6,900만 위안(약 39조원), 순이익 631억 3천만 위안(약 12조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 19% 증가했다. 숫자 너머의 본질은 명확하다. AI가 단순한 투자 항목에서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는 엔진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게임, 경계를 지우다
3분기 게임 매출 636억 위안(약 13조원)은 전년 대비 22.8% 늘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구성에 있다. 해외 게임 매출이 208억 위안(약 4조 2,704억원)으로 처음으로 200억 위안을 돌파하며 43% 급증했다. 중국 내수 게임 매출 증가율(15%)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년간 쌓아온 해외 스튜디오 투자가 비로소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슈퍼셀의 안정적 수익, 신규 인수 스튜디오의 기여, PC/콘솔 신작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판매 호조가 맞물렸다. 중국 내에서는 <델타포스(三角洲行动)> 같은 신작과 <왕자영요(王者荣耀)>, <화평정영(和平精英)> 같은 스테디셀러, 그리고 <발로란트(无畏契约)>의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확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텐센트의 게임 전략은 이제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아니라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가진 게임 퍼블리셔’에 가깝다. 지리적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광고 시장의 AI 프리미엄
마케팅 서비스 매출은 362억 위안(약 7조 4,322억원)으로 21% 증가했다. 2분기부터 본격화된 AI 기반 광고 기술의 효과가 숫자로 입증됐다. 텐센트는 “AI 타게팅 기술이 eCPM(노출 천회당 비용)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스핀하오(视频号) 라이브커머스 광고, 위챗 미니프로그램과 위챗 채널 내 광고 수요가 특히 급증했다. 위챗 월간 활성 사용자 14억 1,400만 명, 유료 구독 회원 2억 6,500만 명이라는 거대한 생태계 위에서 AI가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광고주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정확한 타게팅을 원한다. AI는 그 프리미엄을 현금화하고 있다.
연구개발비 27% 증가의 의미
3분기 연구개발 지출은 228억 2,200만 위안(약 4조 6,8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7% 늘었다. CEO 마화텅(马化腾)의 언급은 시사적이다. “AI 투자가 광고 타겟팅 정확도와 게임 사용자 참여를 높이는 것은 물론, 프로그래밍·게임·비디오 제작의 효율성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9월 오픈소스로 공개한 혼위엔(混元) 이미지 3.0 모델의 파생 모델은 3,500개에 달하며, 3D 시리즈 모델 다운로드는 300만 건을 넘었다. 텐센트는 자체 AI 모델을 게임, 광고, SNS 전반에 접목하며 ‘AI 네이티브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핀테크와 기업서비스 매출은 582억 위안(약 11조원)으로 10% 증가에 그쳤지만, 여기에도 AI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와 위챗 미니 상점 거래 확대가 성장을 뒷받침했다.
플랫폼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텐센트의 3분기는 단순한 호실적이 아니다. 게임·광고·SNS·핀테크라는 기존 사업군에 AI를 주입해 각각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플랫폼 진화’의 실증 사례다. 오픈소스 전략으로 외부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면서도, 핵심 서비스에는 자체 모델을 깊숙이 내재화하는 이중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의 AI 전환은 이제 투자 단계를 넘어 수확 단계로 접어들었다. 텐센트의 실적은 그 시작점을 찍었다.

징둥 3분기, 물류가 답이었다
배달 전쟁의 출혈 속에서도 공급망은 45% 질주했다
13일 발표된 징둥(JD.com)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매출은 2,991억 위안(약 61조원)으로 14.9% 늘었지만, 순이익은 53억 위안(약 1조 8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8% 급감했다. 징둥와이마이(京东外卖) 중심의 신사업 부문이 157억 위안(약 3조 2,191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그러나 숫자 이면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징둥의 전략은 오히려 선명해진다. 배달 시장의 격전에서 적자를 감수하는 동안, 물류와 공급망이라는 핵심 경쟁력은 더욱 견고해졌다.
리테일, 패션으로 외연을 넓히다
리테일 매출은 2,505억 7,700만 위안(약 51조원)으로 11.4% 증가했다. 주력 품목인 디지털 가전은 1,285억 8,700만 위안(약 26조원)으로 4.9% 성장에 그쳤지만, 일상생활용품은 18.8% 늘어난 975억 500만 위안(약 20조원)을 기록했다. 플랫폼과 광고서비스 매출은 23.5% 증가한 256억 8,800만 위안(약 5조 2,734억원)이다.
9월 5일 도입한 ‘JD 패션’ 인증 마크는 징둥의 변화를 상징한다. 구매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원단과 공예 품질을 검증받은 상품만 선정하는 이 제도는, 경량 패딩·울·캐시미어·아웃도어·이너웨어 등 가을·겨울 핵심 품목에 적용됐다. 가전에서 쌓은 신뢰를 패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9월 8일 징둥 슈퍼는 상품·브랜드·카테고리·채널·효율성 등 5대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3년간 사용자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에서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징둥몰(京东MALL)은 타이위엔(太原)·선전(深圳)·톈진(天津) 2호점을 열어 전국 2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징둥가전 시티 플래그십 매장은 100개를 넘어섰다. 9월 19일엔 화룬롱띠(华润隆地)와 전략적 협력을 맺고 2026년 홍콩 완차이 핵심 구역에 징둥몰 홍콩 1호점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징둥물류, 수익과 확장을 동시에
진짜 이야기는 징둥물류에 있다. 매출 550억 8,400만 위안(약 11조원)으로 24.1% 증가했고, 조정순이익은 20억 2천만 위안(약 4,145억원)을 기록했다. 통합 공급망 매출은 45.8% 급증한 301억 위안(약 6조 1,765억원)이다.
한 유명 가전 브랜드는 제조 공장부터 물류창고까지 전 구간을 연계하는 ‘집중물량, 공동배차’ 모델을 도입해 운송 중계 횟수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실시간 가시화 데이터로 도착 창고의 하역 공간과 인력을 사전 최적화해 입고 효율을 높이고 납기를 단축했다. 징둥물류가 단순 배송을 넘어 공급망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확장도 가속화됐다. 8월 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제벨 알리 보세구역에 5호 창고가 문을 열었다. 중동 9번째 해외 고표준 창고로, 약 100만 점의 상품이 여기서 UAE·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흘러간다. 9월 19일엔 징둥항공의 보잉 737-800BCF 화물기가 선전-싱가포르 직항 정기 노선을 개통했다. 우시(无锡)-인천, 선전-방콕 등 여러 화물 노선을 운영하며 아시아태평양 항공 물류망을 촘촘히 짜고 있다.
슈퍼브레인과 랑 로봇 패밀리
3분기 연구개발 투자는 15.9% 늘었다. 9월 공개한 두 가지 핵심 기술이 징둥물류의 미래를 보여준다.
‘슈퍼브레인(超脑) 거대 모델 2.0’은 수천만 개 변수 모델을 2시간 내 해결해 물류 최적 계획을 동적으로 조정한다. ‘이랑(异狼) 지능형 로봇팔 시스템’을 포함한 ‘랑 로봇 패밀리’는 즈랑(智狼, 피킹머신)·두랑(独狼, 레벨4 무인배송차)·페이랑(飞狼, 드론)·톈랑(天狼, 팔레트 GtP)·띠랑(地狼, 자율운반로봇)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중국 내 20여 개 성과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저장·운반·분류 전 과정에 규모화 적용 중이다.
AI와 로봇이 물류창고를 장악하면서, 징둥은 인건비 상승과 물량 변동성이라는 물류 산업의 구조적 난제를 기술로 돌파하고 있다.
배달 전쟁, 출혈을 감내하다
신사업 매출은 155억 9,200만 위안(약 3조 1,969억원)으로 213.7% 폭증했지만, 순손실도 157억 위안(약 3조 2,191억원)에 달했다. 징둥와이마이가 메이투안·어러머와 격돌하며 치른 대가다.
그러나 징둥 측은 “총거래액(GMV)과 주문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단일 주문당 손익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 대비 투자 규모도 줄었다. 직영형 외식 브랜드 치셴샤오추(七鲜小厨)는 출시 이후 일일 평균 주문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공급망 모델의 혁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CEO 쉬란(许冉)은 “핵심 리테일 사업이 다중 엔진 상호 보완적 성장 매트릭스를 구축했다”며 “징둥와이마이가 규모를 확대하며 징둥 리테일과 시너지를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적자 너머의 승부수
징둥의 3분기는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대차대조표로 읽어야 한다. 배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단기 수익을 포기하는 동안, 물류와 공급망이라는 장기 자산은 더욱 단단해졌다. 45.8% 성장한 통합 공급망 매출, 해외 창고 확장, AI 물류 시스템 고도화가 그 증거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가격 전쟁이 아니다. 공급망을 얼마나 깊이, 빠르게, 지능적으로 통제하느냐의 싸움이다. 징둥은 적자를 무릅쓰고 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징둥, 전기차 판매로 ‘제2의 성장곡선’ 그린다
4만9900위안 아이온 UT 슈퍼, 데이터가 설계하고 물류가 완성한다
9일 징둥이 광저우자동차(GAC), CATL과 손잡고 내놓은 아이온(Aion) UT 슈퍼는 단순한 ‘싼 전기차’가 아니다. 배터리 임대 시 4만 9,900위안(약 1,022만원), 완성차 구매 시 8만 9,900위안(약 1,842만원)이라는 가격은 시장 예측치(10만~12만 위안)를 한참 밑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가격표 너머에 있다. 징둥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자동차 산업의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160억원 경매, 마케팅을 넘어선 신호탄
출시 전 징둥 플랫폼에서 진행된 001호 한정판 경매는 화제 그 이상이었다. 1위안 시작가, 100위안(약 2만 495원) 보증금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였다. 낮은 진입장벽과 철회 부담 덕에 경매가는 7,819만 위안(약 160억원)까지 치솟았다. 실제 구매가(5만 위안 미만)와의 극단적 대비가 만든 화제성은, 비록 경매가 철회로 끝났지만 아이온 UT 슈퍼에 충분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 이벤트의 본질은 버즈 마케팅이 아니다. 징둥이 8억 명 활성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시연이었다. 특히 3C·가전 사용자와 잠재 전기차 구매층의 중복도가 45%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징둥 자동차 마케팅 책임자 루환(陆欢)은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충전 불안 해소’와 ‘지능형 상호작용’이라는 두 핵심 난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53초에 한 대, 제조 효율이 만든 가격 파괴
아이온 UT 슈퍼의 파격 가격은 보조금이 아니라 제조 효율에서 나온다. 광저우자동차그룹 스마트 공장은 최적화된 자동화 라인으로 최단 53초 만에 차량 한 대를 생산한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제조 경쟁력을 압축한 수치다.
500km 주행거리, 2,750mm 동급 최고 휠베이스, 그리고 10만 위안급에서 사실상 유일한 ‘배터리 교환 지원’까지 갖췄다.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인 충전 불편을 해결하는 스펙이다. 단순 저가 모델이 아니라 10만 위안 이하급 시장의 기준을 다시 쓰는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다.
징둥의 진짜 역할: 유통이 아닌 설계자
업계가 더 주목하는 건 징둥의 역할 변화다. 징둥은 단순 유통 채널이 아니라, 광저우자동차·CATL과 ‘삼자 공동 건설’ 모델을 통해 제품 정의·채널 통합·가격 책정 전략에 깊이 관여했다. 8억 사용자 데이터가 자동차 설계에 직접 반영된 것이다.
“데이터가 설계하고, 제조가 실행한다”는 징둥의 전략은 화웨이와 선명히 대비된다. 화웨이가 ‘자동차를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기술 중심 상향식 접근을 택했다면, 징둥은 ‘자동차를 더 쉽게 사고 쓰게’ 만드는 소비 중심 하향식 접근을 택했다.
1만 개 인도센터, 4S점 독점을 깨다
징둥의 가장 파격적인 시도는 채널 통합이다. ‘국민차 인도센터’ 1만 개 확충 계획을 발표했는데, 직접 건물을 짓거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전국의 기존 4S점·정비소·종합 자동차 서비스 센터를 파트너로 묶는 형태다.
징둥그룹 부사장 먀오친(缪钦)은 이를 ‘브랜드를 넘어선 공유형 운영 모델’로 설명한다. 특정 브랜드만 판매할 수 있는 4S점의 구조적 한계를 깨고, 다수 브랜드와 모델을 동시에 다루는 크로스 브랜드 운영 방식이다.
가격 투명화도 정면 돌파했다. 모든 가격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온라인 일괄 가격’ 모델로 자동차 제조사와 직접 계약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중간 유통업체의 마진을 제거해 전통적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8~15%의 최종 가격 프리미엄을 없앴다.
구매 후 서비스도 재설계했다. 전국 징둥양처(京东养车)의 표준화된 정비·수리·긴급 구조 서비스를 직접 누릴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소했다.
성장률 27%→6%, 돌파구는 자동차였다
징둥에게 자동차 산업 진출은 생존 전략이다. 자체 물류와 품질 서비스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지만, 온라인 트래픽 성장 둔화와 전통 전자상거래 성장세 둔화로 매출 증가율은 2021년 27.59%에서 2024년 6.84%로 급감했다.
기존 전자상거래만으론 이전 성장 속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배달서비스 진출에 이어 자동차 판매에 고강도로 진입하며 새로운 성장곡선을 모색하고 있다.
플랫폼의 진화, 아니면 경계의 소멸
징둥의 자동차 전략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제조·유통·서비스 전 과정을 재설계하는 ‘산업 건축가’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8억 사용자 데이터가 상품 기획에 직접 반영되고, 물류 인프라가 인도·정비망으로 확장되며, 가격 투명화가 유통 구조를 해체한다.
아이온 UT 슈퍼의 성패를 넘어, 징둥이 증명하려는 것은 명확하다. 플랫폼과 제조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데이터와 물류를 가진 자가 산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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