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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못하는 팀이 200개국 진출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가 컴업 2025 퓨처토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c)플래텀

번개장터가 글로벌 사업을 시작할 때 팀에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외국 고객이 채팅으로 문의하면 번역기를 켰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답변표도 만들어뒀다. 디자이너도 없어서 마케터가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42일 만에 만든 웹사이트 하나. 지금 27개 채널을 통해 200개 국가에 퍼졌다.

12월 11일 컴업 2025에서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공개했다. 그가 강조한 건 외국어 능력이 아니었다. “능숙한 외국어가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올해가 돼서야 영어를 잘하는 팀원을 충원했어요.”

엑스의 질문들

번개장터는 2022년 글로벌 시장을 발견했다. 번개장터 서비스에 해외에서 접속하려는 트래픽이 급증하는 날들이 있었다. K-팝 스타 굿즈 관련 검색어가 많았다. 패턴이 한국 유저와 달랐다.

왜 그럴까. 마케팅 팀이 엑스(당시 트위터)를 뒤졌다. 2020년, 2021년 게시글들이 나왔다. “번개장터에서 어떻게 물건을 사나요?” 해외 팬들이 서로 질의응답을 하고 있었다. 번개장터는 본인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었기에 해외 유저는 일반적인 루트로는 구매할 수가 없었다.

최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처럼 문제를 치밀하게 정의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창업 과정과 동일하게 문제 해결을 시작했어요.”

42일 만에 만든 웹사이트

2022년은 스타트업 혹한기였다. 신규 투자가 막혔다. 성장 중심 전략이 수익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번개장터도 마케팅 예산을 줄였다. 퍼포먼스 마케팅 팀이 할 일이 줄었다.

최 대표는 그 팀에게 글로벌 기회를 탐색하자고 제안했다. “문제를 푸는 팀이기 때문에 함께 글로벌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42일 만에 첫 MVP(최소요건 제품)가 나왔다. ‘스타클라우드’라는 이름의 웹페이지였다. “Get Your Idol”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고객 응대는 라인 채팅으로 했다.

질문이 오면 번역기를 돌렸다. “일본어로 이렇게 오면 이렇게 대답한다”는 식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엑스에 광고를 쓰지 않고 ‘스타클라우드’ 계정을 운영했다. 라인으로 문의가 들어왔다. 시차에 맞춰 밤낮으로 응대했다. 메시지가 쌓였다. “수기로 할 게 아니라 제품을 만들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다

리커머스는 글로벌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거래 경험에 집중해 수수료를 받는 트랜잭셔(Transactional) 모델과 트래픽 기반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클래시파이드(Classifieds) 모델이다.

유럽의 중고 의류 플랫폼 빈티드(Vinted)는 트랜잭셔널 모델이다. 2024년 거래액 16조 원. 기업가치는 50억 달러, 7조 원이 넘는다. 토마스 플랫너 빈티드 CEO는 작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세컨핸드계의 아마존이 되는 게임이 시작됐다.”라고 선언했다.

번개장터도 이 게임에 뛰어들었다. 2018년부터 매년 앱을 진화시켰다. 화면이 연도마다 바뀌었다. 리커머스를 이커머스처럼 편하고 재미있게 만들려 했다.

메루카리에게 배우다

번개장터는 일본의 메루카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일본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이다. 듀얼 리스팅 방식이다. 번개장터 앱에서 메루카리 상품을 살 수 있고, 메루카리에서 번개장터 상품을 살 수 있다.

최 대표는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해외 기업과 협업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걸 빼가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제로투원도 힘들지만 똑같은 거 복사하는 것도 힘듭니다. 파트너와 직접 부딪혀 보면 배울 게 많고, 현재 유저에 대한 응축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번개장터는 세 가지 글로벌 사업을 한다. 첫째, 메루카리 같은 해외 플랫폼과 듀얼 리스팅. 둘째, 번장 글로벌이라는 영문 웹사이트. 셋째, 다양한 사이트에 상품을 리스팅하는 아웃바운드 채널 인티그레이션.

번장 글로벌은 진화했다. 2023년까지는 번역 기능이 없었다. 해외 유저가 직접 번역기를 돌렸다. 2024년에 AI 번역기를 개발했다. 올해 7월에야 가입 기능을 붙였다.

400번 실패하고 8365% 성장

작년 대비 올해 MAU는 700% 성장했다. 거래 건수는 225% 늘었다. 7월 가입 기능을 런칭한 뒤 15만 명이 가입했다.

지난주 큰 변화가 있었다. 그로스 해킹 캠페인이 성공했다. MAU가 전월 대비 8365% 증가했다. 12월 첫째 주 일주일간 신규 가입자가 63만 명이었다. 누적 가입자는 70만 명을 넘겼다.

최 대표는 최근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들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8365% 성장을 만든 팀원이 나와서 얘기했어요. 400번 정도 실패를 통해 이 한 번의 성공을 경험했다고요.”

월별 거래액 추이를 보면 줄어든 달도 있다. 계속 테스트했다. PMF와 성장을 오가며 실험했다. “작은 실험이 누적된 촘촘한 도전이 중요합니다.”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

번개장터는 지금 27개 채널을 통해 200개 국가에서 서비스한다. 거래액은 1조 원. 월 거래 건수는 100만 건. 목표는 글로벌 톱5 리커머스 플랫폼이다.

최 대표가 정리한 성공 요인은 세 가지.

첫째, 프로덕트 ‘프로덕트 글로벌 마켓 핏(Product‑Global Market Fit)’이다. “글로벌 시장을 생각한다면 내 프로덕트를 제로투원으로 다시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수출로 채널만 넓혀서 되는 게 아닙니다.”

둘째, 작은 실험의 누적이다. “번개장터에서도 글로벌 사업은 메인 사업과 분리된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실험을 많이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셋째, 파트너십이다. “현지 유저에 대한 응축된 인사이트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우리 프로덕트를 가장 잘 알고, 유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대표가 못 한다면 그걸 잘하는 구성원에게 맡기세요.”

번개장터는 올해가 돼서야 영어를 잘하는 팀원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MVP를 만든 지 3년 만이다. 외국어 실력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문제를 정의하고, 42일 만에 만들고, 400번 실패하며 테스트했다. 그 결과가 MAU 1200만, 200개국이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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