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룬이 슬쩍 던진 이름, 신차이푸에선 이미 10위권

후룬연구원이 10월 28일 발표한 ‘2025 후룬 중국 부자 리스트’의 1위는 농푸스프링 창업자 종산산(71)이다. 자산 743억 달러. 최근 5년간 네 번째 1위다. 바이트댄스 장이밍(42)이 659억 달러로 2위, 텐센트 마화텅(54)이 652억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샤오미 레이쥔은 275억 달러가 늘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고, 팝마트 왕닝(38)은 라부부 흥행에 힘입어 자산이 6배 증가했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다른 곳에 있다.
후룬이 남긴 한 줄
후룬리포트 루퍼트 후거워프 회장은 보도자료 말미에 “향후 중국 1위 후보”를 열거하면서 한 인물을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량원펑(40). 딥시크(DeepSeek) 창업자다.
량원펑은 후룬 리스트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50억 위안(약 7억 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후거워프는 그를 “3~5년 내 1위 후보”로 언급했다. 1,434명의 부호를 집계한 보고서에서, 리스트 밖의 인물을 1위 후보로 거론한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다른 리스트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신차이푸가 보여준 다른 그림
중국 경제 매거진 신차이푸(新財富)가 6월 24일 발표한 ‘중국 500대 부호 순위’에서 량원펑은 처음 리스트에 진입하자마자 10위권에 올랐다. 그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1,846억 위안(약 257억 달러)으로 평가됐다. 딥시크 소유 회사인 ‘항저우 션두치우숴 인공지능기초연구’에서 량원펑의 실질 지분율은 84%에 달한다.
같은 인물이 한 리스트에서는 문턱에도 못 미치고, 다른 리스트에서는 10위권이다. 두 리스트의 산정 기준 시점이 약 4개월 차이 나는 점, 그리고 비상장사의 가치 평가 방식이 다른 점이 이 간극을 만들어냈다. 딥시크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아 객관적인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신차이푸는 블룸버그가 제시한 300억 달러 추정치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두 리스트는 1위도 다르다. 후룬은 종산산을, 신차이푸는 장이밍을 1위로 꼽았다. 신차이푸 기준 장이밍의 자산은 4,815억7000만 위안(약 670억 달러)으로, 2위 종산산보다 1,200억 위안 이상 높다. 바이트댄스 역시 비상장사라 평가 방식에 따라 결과가 갈린 것이다.
| 항목 | 후룬 리스트 | 신차이푸 리스트 |
|---|---|---|
| 1위 | 종산산 (743억 달러) | 장이밍 (약 670억 달러) |
| 2위 | 장이밍 (659억 달러) | 종산산 |
| 량원펑 | 리스트 밖 | 10위권 (약 257억 달러) |
딥시크가 만든 균열
딥시크는 올해 초 R1 모델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업계에 충격을 줬다. 오픈AI의 추론 모델 o1에 필적하는 성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리콘밸리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영역에서, 중국의 한 헤지펀드 출신 엔지니어가 다른 경로를 찾아낸 것이다.
량원펑은 2015년 퀀트 헤지펀드 환팡(幻方)을 설립했고, 2023년 딥시크를 분사했다. 아직 딥시크는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 플랫폼을 상용화하지 않았으니 후룬 기준으로는 자산으로 잡힐 것이 없다. 후거워프가 주목한 건 바로 그 지점이다. 딥시크가 상용화에 나서는 순간, 량원펑의 자산 궤적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차이푸는 그 “상용화 이후”를 선반영한 셈이다. 같은 인물, 같은 회사를 두고 한쪽은 “아직”이라 했고, 다른 쪽은 “이미”라고 평가했다.
1위 후보들의 공통점
후거워프가 꼽은 다른 1위 후보들을 보면 맥락이 선명해진다. CATL 쩡위췬(신에너지 배터리), 샤오미 레이쥔(전기차·로봇), 바이낸스 자오창펑(암호화폐). 모두 “다음 시대”를 정의할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들이다. 량원펑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건, 후룬이 AI를 그 “다음 시대”의 한 축으로 본다는 의미다.
올해 리스트에서 AI 관련 인물 중 가장 주목받은 건 캄브리콘의 천톈스(40)다.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며 자산이 5배 증가해 25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캄브리콘은 AI 칩, 그러니까 하드웨어다. 량원펑의 딥시크는 AI 모델, 소프트웨어의 핵심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그 이동의 끝에 량원펑이 있다.
세대교체의 실체
후거워프는 “올해 리스트의 3분의 2가 10년 전에는 이름조차 없던 인물들”이라고 했다. 7년 전만 해도 상위 100명 중 3분의 1이 부동산 개발업자였는데, 지금은 롱포그룹의 우야쥔 한 명만 99위에 남아 있다.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제조업에서 플랫폼으로, 플랫폼에서 AI로. 중국 부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올해 상위 100명 중 60%가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대표하는 고품질 제조업 종사자다. 하지만 그다음 리스트에서는 AI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량원펑은 후룬 리스트에 없다. 하지만 신차이푸 리스트에는 10위권으로 올라 있다. 후룬은 그의 이름을 “다크호스”로 슬쩍 끼워넣었고, 신차이푸는 257억 달러라는 숫자를 붙였다. 두 리스트가 같은 인물을 두고 보여주는 이 간극이, 어쩌면 지금 중국 경제가 서 있는 자리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2025 후룬 중국 부자 리스트 주요 내용
상위 10위
| 순위 | 이름 | 자산(억 달러) | 증감률 | 기업 | 나이 |
|---|---|---|---|---|---|
| 1↑ | 종산산 | 743 | +56% | 농푸스프링 | 71 |
| 2↓ | 장이밍 | 659 | +34% | 바이트댄스 | 42 |
| 3- | 마화텅 | 652 | +48% | 텐센트 | 54 |
| 4↑ | 쩡위췬 | 463 | +65% | CATL | 57 |
| 5* | 레이쥔 | 457 | +151% | 샤오미 | 56 |
| 6- | 딩레이 | 449 | +60% | 넷이즈 | 54 |
| 7↓ | 황정 | 440 | +28% | 핀둬둬 | 45 |
| 8↓ | 허샹젠 일가 | 390 | +18% | 메이디 | 83 |
| 9↓ | 리카싱 부자 | 330 | +18% | 청쿵그룹 | 97, 61 |
| 10* | 리수푸 일가 | 316 | +55% | 지리자동차 | 62 |
↑ 순위 상승 / ↓ 순위 하락 / – 순위 유지 / * 신규 진입
주요 통계
- 50억 위안 이상 자산가: 1,434명(전년 대비 31% 증가)
- 총자산: 4조2000억 달러(42% 증가)
- 달러 기준 억만장자: 1,021명(268명 증가)
- 신규 진입: 376명(전년의 7배)
- 평균 연령: 60세
올해의 상승세
- 최대 상승: 레이쥔(샤오미) +275억 달러
- 왕닝(팝마트) +217억 달러, 자산 6배 증가
- 천톈스(캄브리콘) +208억 달러, 자산 5배 증가
신규 진입 주목 인물
- 쉬가오밍(라오푸골드): 97억5000만 달러로 100위권 직행
- 리치빈·치옌(카요우): 84억2000만 달러
- 장쥔제(차지): 19억 달러, 30세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거주지 순위 변동
선전 2위, 베이징 3위로 하락
상하이가 14년 만에 베이징을 제치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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