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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규제 공백 아닌 플랫폼 이해 부족에서 비롯”…전문가들 신중론 제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3일 ‘플랫폼 규제의 함정: 보호가 아니라 부담을 키운다’를 주제로 제95회 굿인터넷클럽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학·경영학 전문가들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했다.

온플법 단일안은 지난 9일 국회에 발의되며 플랫폼 규제 논의가 재점화된 상태다. 토론회는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하고,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규제 공백 아닌 플랫폼 이해 부족”

계인국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생태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온플법이 지속적으로 재논의되는 상황을 보며 규제당국이 이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과 국내 상황을 비교하며 “온플법은 규제 공백에서 발생한다기보다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 및 플랫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의 미흡으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오 교수는 “이미 있는 법으로 상당 부분 규율이 가능하고 실제 집행 사례도 축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 제정은 오히려 중복규제와 법체계의 혼란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단기적으로는 이용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비용을 크게 높여 신규 플랫폼의 진입과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축시켜 오히려 시장 서비스 품질 저하 등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상준 교수는 규제 비용의 전가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규제 대응을 위한 조직의 조치는 자연스럽게 거래비용으로 인식되며, 기업은 이를 줄이거나 보전하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규제 비용을 모두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소비자 가격 정책으로 전가될 수 있고, 플랫폼과 이용사업자가 비용 대응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혁신과 품질 향상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이슈를 산업 전체 규제로 일반화하는 접근 문제”

김상준 교수는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도 지적했다. 그는 “전체 산업을 제도화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제거하지만, 그때의 가정은 산업 내 기업들이 동질적이라는 것”이라며 “플랫폼 산업은 전통적 조직과 달리 경계, 규모, 행위의 예측이 어려운 해체적 조직이기 때문에 전통적 산업을 타깃으로 했던 제도는 규제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계인국 교수는 “특별법의 기본 원칙은 영역 특수 규제인데, 플랫폼 산업을 향한 규제는 전문 규제 영역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크다”며 “자율규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이 플랫폼 산업임에도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 우려”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계인국 교수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쟁법 성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후에 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오 교수는 “현재 온플법이 국내외 플랫폼 모두를 규율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법 적용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규제 부담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우리나라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상준 교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온플법과 같은 법은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규제 대응, 즉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집중하며 수동적인 기업 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규제가 없거나 기업 활동이 더 자유로운 국가들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제 공백으로 단정 어려워…설득 노력 필요”

토론회를 진행한 서종희 교수는 “현재 우리 법체계는 이미 플랫폼을 직접 규율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고 전제한 뒤 “플랫폼을 둘러싼 개별 사건들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현행 규제가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일부 빈틈을 곧바로 ‘규제 실패’나 ‘규제 공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정리했다.

그는 “오늘 논의를 종합해보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이성적 불합치’가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이 있다”며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용과 상호 설득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적용 가능한 법이 존재함에도 새로운 법 제정을 추진하는 쪽이라면,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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