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 이가은] 10월 1일 선릉 디캠프에서 있었던 ‘쫄지마, 창업스쿨’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2회째를 맞는 ‘쫄지마, 창업스쿨’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와 스타트업 팟캐스트 ‘쫄지말고 투자하라’ 공동기획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지난 달 22일에 시작해 10월 17일까지 총 9주 간 진행됩니다.
1일 열렸던 수업에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가 강단에 섰습니다. 류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학, 석, 박사 학위를 모두 마친 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인물로 2006년, 모바일 영상인식 및 증강현실 기술회사인 올라웍스를 창업해 20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바 있는 모바일 증강현실 서비스 ‘스캔서치’를 개발했습니다. 더불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HTC, 에이서 등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에 영상인식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2012년, 올라웍스가 인텔사에게 인수된 이후에는 인텔에서 상무로 경력을 쌓았으며 2014년 6월, 지금의 퓨처플레이를 창업해 대표직을 맡고 있지요.
류대표는 ‘회사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퓨처플레이를 창업했습니다. 문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 요청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만났지요. 그렇게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게 됐는데, 재미있게도 창업가들의 질문에는 공통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어제 강의에서는 그 중 가장 많이 이야기가 오갔던 열두 가지에 대해 다루었지요.
류대표는 창업과 스타트업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창업일 순 있지만 창업이 꼭 스타트업은 아니라는 설명이었지요. 그가 정의하는 스타트업이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 즉 J커브(혹은 하키스틱)을 그릴 수 있는 회사를 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IT가 스타트업이 다루기에 굉장히 좋은 ‘도구’인 것은 맞지만 ‘스타트업=IT회사’라는 공식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타트업에 대한 FAQ 열두 가지를 다루었는데요. 관련 내용을 소개합니다.
하나, 나로부터 시작할 것.
나는 사업을 왜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은 스타트업을 할 준비가 안 된 상태이다. 돈, 명예, 권력 등 내가 추구하는 가장 큰 욕망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나의 욕망의 방향과 크기를 명확하게 한 후 세부 목표를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시간에 대한 것까지 고려하라. 이유는 스타트업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스타트업은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자.
둘, 가족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본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본인 가족 역시 어려워진다. 내 가족의 안위까지 걸고 도박을 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한 번 더 고민하라. 그래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가족들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를테면 5000만 원 적금에서 3000만 원까지만 쓰겠다, 늦어도 새벽 1시 전까지는 귀가 하겠다, 일요일만큼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 향후 10년 안에 얼마만큼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등을 세세하게 적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라. 가족은 본인의 인생을 당신에게 투자한 첫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셋, 아이디어와 아이템
스타트업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럼 문제를 발견하는 것부터 집중해야 한다. 사업 아이템을 찾는답시고 멀리에서 찾지말고 내가 직접 겪는 문제, 즉 내가 살아온 삶에서 연결되는 문제를 찾아 시작하라. 그것이 내 삶의 결과 맞닿아 있는 멋진 아이템이 된다.
넷, 코파운더
코파운더는 본인의 지인이 많을수록 찾기 쉽다. 코파운더를 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사업 아이템을 정한 후 어떤 일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한 지부터 접근하라. 어떤 역량과 속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지부터 리스트업을 한 후 이에 맞는 지인들을 찾아내라. 분명 처음 몇 번은 실패할 것이다. 그럴 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라. 그 방법을 지속하면 보통 3개월 안에 멋진 코파운더를 찾는다.
다섯, 멘토
멘토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항상 업고 다녀야 한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말이다. 많을 필요도 없다. 새벽 3시에도 편히 전화를 할 수 있는 1명이면 된다. 멘토를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일과 가급적 결이 비슷한 일을 한 사람, 그리고 성공한 사람 중에서 찾을 것을 추천한다.
여섯, 종자돈 마련하기
예를 들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5000만 원이 필요한데 본인의 수중에는 1000만 원이 있다면 부족한 4000만 원을 모으는 게 먼저인 것이다. 지금 당장 이 일을 해야 한다면 소위 3F(Family, Friend, Fool)을 활용하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추천하는 바는 아니다. 자금이 완전히 날아가더라도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손을 벌려라.
일곱, 법인 등록 시기
가급적 늦게 하라는 의견과 가급적 빨리 하라는 의견이 있다. 전자는 회사를 청산하는 일이 무척 까다로운 일이라는 우려 때문인데, 나는 후자의 의견을 따른다. 지분에 관한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회사를 만들지 않은 채 사업을 지속하다 보면 코파운더들은 지분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각각의 마음 속에 있는 지분을 모두 합치니 1000%가 넘어가는 거다. 이런 상태에 법인을 만들려고 하면 지분 분배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나가는 사람이 발생한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다.
여덟, 지분 분배
세 명이 코파운더라면 33%, 네 명이 코파운더라면 25%. 이렇게 나누는 팀들이 있다. VC 입장에서 보면 이런 회사는 사업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팀이다.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분이라는 건 회사의 자본과 권한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할과 책임은 어디에서도 동등할 수 없기에 각 코파운더들의 장기적인 기여도를 파악한 후, 한 명이 60-70%를 가지고 그 외의 사람들도 순서를 따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이 쉽다. 특히 회사가 잘 되려고 할 때 사람 간 갈등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아홉, 계약서
모든 약속은 서류로 남겨라. 주주간 계약으로 사람을 잃는 경우를 많이 본다. 주주간 계약을 보통 술자리에서 하고 문서로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1년 안에 나가면 지분 0% 인정, 4년을 채우고 나가면 지분 100% 인정 등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더불어 계약서는 본인이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처럼 계약서 검토는 변호사에게 맡겨라. 내 회사의 가치가 1000억일 수 있는데 당장의 100만원, 150만원을 아까워 하다가 사람을 잃는다.
열, 특허
그나마 작은 기업이 합법적으로 큰 기업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특허출원이다. 특허가 돈낭비라는 인식이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그게 본인의 재산이 될 수 있다. 단, 계약서와 마찬가지로 특허 출원 역시 담당 변리사에게 맡겨야 한다. 특허 초안을 만들어 오라는 변리사는 가급적 피할 것을 추천한다.
열 하나, 실행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건 실행에 대한 문제이다. 애자일 방법론 중 스크럼이라는 게 있다. 일의 목록을 만들고 개발자에게 분배해 마감을 정한 후 풀어내는 것이 골자이다. 마감 이후에는 다 같이 모여서 피드백 한다. 포함되지 못한 부분은 다음 단계에 다시 진행한다. 그렇게 일정 기간마다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보통 4주를 한 기간으로 둔다. 팁을 주자면 하루를 24시간, 일주일을 7일이라 여기면 프로젝트는 실행되기 어렵다. 하루는 8시간, 일주일은 5일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실 가능한 사업계획을 세우라는 말이다.
열 둘, 유니크
스타트업을 하는 건 큰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폰트마케팅을 보며 알토스벤처스(투자사) 한 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폰트마케팅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성공했다. 이처럼 나밖에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만들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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