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 손요한 기자] 프라이머(㈜파운더스엔젤네트웍스)는 다음 창업자인 이택경 대표, 이니시스를 창업한 권도균 대표, 첫눈을 창업한 장병규 대표 등 인터넷 벤처 1세대가 주축이 돼 국내 벤처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고 후배 창업가들에게 경험을 전달하고자 2010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Business Incubator)이자 엔젤투자 네트워크다.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는 기업으로 퀵켓, 스타일쉐어, 애드투페이퍼, 마이리얼트립 등이 있다. 이들은 프라이머의 초기투자 이후 모두 의미있는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프라이머의 엔턴십(Enternship) 프로그램은 예비 창업가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돕고자 프라이머 파운더(primer-founder)들이 직접 교육, 멘토링 하는 프로그램이다. 엔턴십에 참여한 다수의 팀이 프라이머로부터 초기투자를 받고 인큐베이팅되어 본격적인 사업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프라이머를 생각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이택경 대표를 비롯한 프라이머 파운더들이지만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은 주요 실무자라 할 수 있는 장선향 매니저다. 아무래도 대외 접촉면이 넓은 것도 있겠지만, 온-오프라인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켜봤을 때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매니저는 프라이머 클럽 중 하나인 애드투페이퍼의 코파운더(공동창업자)라는 이색 이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팀원의 스토리를 들어보는 가떠(가은아 떠나지 마)시리즈의 8번째 인터뷰이로 프라이머 장선향 매니저를 초대했다.
프라이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우선 프라이머 프로그램을 팔로업하고 있다. 기업가(Entrepreneur)와 현장실습(Internship)을 합친 표현이자 코스웨어 교육 프로그램인 엔턴십 프로그램, 데모데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등 지원 프로그램을 대외에 소개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지원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려 하고 있고. PR업무 뿐만 아니라 사업지원, HR 등의 업무도 함께하고 있다.
프라이머에 소속되어 업무를 보기 시작한 것이 1년 정도 된 것 같다. 그간 과정을 되돌아 본다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발로 많이 뛴 것 같다. 그렇게 조금씩 경험을 쌓았다. 대표님의 손과 발이 된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 창업 경험이 있다보니 창업가들의 열정에 무척 공감하기도 하고.
애드투페이퍼의 공동창업자다.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나?
애드투페이퍼 창업을 시작했을 때가 대학교(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때였다. 당시에 창업이나 취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은 아니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니 광고 쪽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만 막연히 했을 때였다. 그래서 광고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고.
애드투페이퍼 코파운더가 된 것은 대학교 재학시절 전해나 대표(현 애드투페이퍼 대표)와 몇몇 공모전에 함께 참여한 인연이 이어진 경우다. 공모전 이후 전대표가 애드투페이퍼 사업모델을 이야기하며 함께하자고 권유했다. 신선하다고 생각했기에 참여하게 됐고. 그런데 학교 휴학을 해야할 지도 몰랐고, 창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하는 지도 몰랐다.
졸업은 했나?
올해 했다. 학교 졸업이라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 줄 몰랐다. (웃음)
부모님 이야기 잠시하자. 자식이 창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님은 흔치 않다. 스타트업 한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이셨나?
처음에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웃음) 하지만 프라이머에서 초기투자받고 휴학을 결심했을 때 정말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더불어 소액의 자본금도 필요했고. 그때 아버지가 잘 들어주시고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내 이름으로 모아둔 적금도 쓰게 허락해 주셨고. 더 필요하지 않느냐고도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아버지의 허락은 어렵지 않게 받았다.
어머님의 반응은?
어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웃음) 하지만 지금은 응원해 주신다.
동기들에 비해 3년이나 늦게 졸업했다. 부모님이 기꺼워하셨겠다.
물론이다. 정말 힘들어할 때 위로도 많이 해주셨고.
애드투페이퍼가 투자를 받는 등 나름 제2의 도약을 펼치기 직전에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애드투페이퍼에서 하선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
창업에 대한 열정과 절실함이 없었다 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아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 일을 하려면 광고 쪽 지식도 풍부해야 했고, 학교 쪽과도 네트워크가 강해야 했다. 영업도 터프하게 해야 했고. 하지만 내가 그것을 원활히 할 준비가 안 된 상태라서 힘들었다고 본다. 3~4년 동안 회사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조금 지쳤었다. 그래서 퇴사했다.
애드투페이퍼를 나온 이후에는 조직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헛되게 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프라이머 이택경 대표님이 함께하자고 제안을 해줬다. 그래서 프라이머로 오게 됐다.
창업 경험을 해봤고, 현재는 투자와 엑셀러레이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향후 다시 창업할 생각이나 VC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
어디가 됐든 간에 그간의 경험을 체계화 시켜 똑똑하게 일 할 수 있는 곳에서 있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 지금은 정말 부딪히면서 막 배우는 과정이다.
사실 애드투페이퍼도 프라이머도 원래 내 계획에는 없었던 곳이다. 나는 그전까지 무척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계획에 없던 애드투페이퍼와 프라이머에 오면서 다른 삶의 매력을 느꼈고, 느끼고 있다.
창업자로 있을 때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 프라이머에서의 일은 재미있나?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일을 사랑한다. 스타트업 팀에 있을 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열정을 가지고 내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이택경 대표 등 프라이머 파운더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라고 보나?
정말 한결같은 분들이다. 애드투페이퍼에서 일할 당시 이택경 대표님, 권도균 대표님을 볼 때는 정말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 아무래도 당시 회사의 투자자였기에 좋은 점만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지금은 지근거리에서 그 분들의 진심을 많이 볼 수 있어 감동받을 때가 많다. 회사에서 감동 받으며 일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회도 많이 주시고.
회사에서 그리고 프라이머 파운더들이 어떤 기회를 줬나?
프라이머에서 대표님들의 각기 다른 성향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스타트업 멘토링 하는 인사이트를 곁에서 보면 바로 바로 수업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있기에 시야가 넓어지고 그만큼 경험도 쌓이는 것 같다. 잘 된 사례 안 된 사례를 만나는 스타트업 팀들에게 말해줄 수도 있고.
그리고 우리 대표님들은 일방향이 아니라 소통을 중시한다. 멘토링 하는 팀들에게 조언은 하되 스스로 찾을 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내 의견도 존중해 주신다. 내가 마케팅 관점에서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내면 참고해 주신다. 내 의견에 플러스가 될 만한 사례들도 소개해 주시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내게는 기회다.
일을 하고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스타트업 코파운더로 있을 때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였다. 타인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프라이머에서 만나는 팀들은, 정말 작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해준다. 사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럴 때 더 잘하고 싶고, 더 잘해주고 싶고 그렇다. 보람이라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1년 간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이 쪽 생태계에 대한 시야가 많이 넓어졌을 거라 본다. 기대되는 스타트업 팀이 있다면?
너무 많다. 최근에는 라이클, 언니의 파우치, 앤벗 등이 있다. 이제 막 서비스 론칭하고 운영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주변 반응이 좋다. 프라이머가 최근에 투자했고, 중국에도 진출한 스파코사도 좋은 팀이라고 본다. 프라이머 팀은 아니지만 커플앱 서비스를 하는 원더래빗, 스케터랩, 큐키, 리멤버, 예스튜디오 등도 주목할 만한 팀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리고 우문현답을 기대한다. 프라이머를 떠날 계획은 있나?
없다. 스타트업에서 4년, 그리고 프라이머에서 1년은 내가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곳에서 더 깊이 있게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다. 아마 앞으로 십 수년 동안은 스타트업 업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메일함을 뒤져보니 프라이머 장선향 매니저와 처음 메일을 주고 받은 시기는 지난해 12월(3일)이었다. 홍보담당자와 미디어관계자 간 기업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에서 안면을 튼 셈이다. 이후 올해 1월 기획기사(5인의 홍보 담당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마케팅) 때문에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고, 오프라인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것은 올해 2월 선릉역 인근 돈까스집이었다. 뭐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그녀가 말했듯이 앞으로 십 수년간 이런 소소한 기록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가 계속 일을 사랑하길, 그리고 행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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