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On 현장취재] 개발자의 근무 환경에 대해 논하다.
10월 12일(금)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개발자, 커뮤니티 그리고 공감’이란 주제로 개발자 콘퍼런스 ‘디브온(DevOn) 2012’ 가 열렸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디비온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며, 예능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IT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담, 기술 강의, 개발자간 상호 교류를 위한 부스 운영 및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점심식사 이후 오후세션 첫번째로 진행된 ‘개발자의 미래 근무환경’에 대한 발표 내용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Q: 한국의 개발 문화와 미국의 개발문화, 그리고 페이스북 개발 문화는 어떤가?
김기영(페이스북 근무) :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개발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인 것 같다. 해커스나 부트캠프같은 것을 통해서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페이스북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만들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팀장님 컨펌도 받아야 하고 협의도 해야 하는데, 큰 차이는 순수하게 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외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해 주는 것 같다.
Q: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페이스북과 원격으로 일을 하시고 계신데, 언어나 문화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했는가?
김기영: 한국에서만 계속 살았고, 몇년간 외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개발 이야기를 할 때는 편한데, 문화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어려운 것 같다. 처음에 충격이었던 것은 코드 리뷰나 토론하는 도구가 잘 마련되어 있기에 페이스북의 가지고 있는 방대한 자료들에 대한 것들이 모두 공유되고 있이었다. 한국의 경우는 메일로 보내거나 이야기로 할텐데, 페이스북의 경우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떤 기능을 개발, 수정해야 한다면 한국에는 회의를 하게 되는데 메일 쓰레드에 없는 사람은 알 수 가 없는데, 페이스북은 휴가를 다녀와도 쓰레드를 통해서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에 입사를 하면 6주간 부트캠프라는 교육을 받게 된다. 입사한지 이틀만 되면 바로 코드 문제를 주고, 6주안에 풀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페이스북은 해커문화가 잘 자리잡힌 것 같다.
권정혁 (KTH 근무) : 내부적으로는 개발 문화팀을 운영하고 있다. 공유의 문화가 실제로 일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 모든 코드는 사내 직원에게 공개한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개발자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알려면 모두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쪽 회사들과 닮아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결과가 나올만한 수준은 아니다. 위키를 통해서 모든 문서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츰 바뀌고 있다.
요즘은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서 공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주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Q: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신경쓰지 않고 일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개발자들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문화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추후 관리자가 되어야 하고, 승진이 안되면 치킨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에도 그런지, 미국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다.
권정혁: 국내에서 개발자의 나이를 이야기할 때 35에서 40을 넘어가면 안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회사에 팀장보다 나이가 많은 개발자가 많이 있다. 내부에서는 나이가 많은 개발자들을 더 아끼는 문화가 있다. 위에서 케어해주고 귀담아 들어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김기영: 베틀넷을 하다보면 닉네임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코딩을 하고 개발을 하는 동안은 이와 비슷한 것 같다. 페이스북에는 직함이 없고 모두 엔지니어이다. 나이나 경험, 직함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게 일할 수 있고, 코드를 보면 누가 잘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실제로 한국에서 회의를 해보면 팀장이 코드에 대한 코멘트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코드를 제일 잘하는 사람의 코드가 답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권정혁: 한국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기 힘든 것 같다. 회사에서는 대리나 과장이라는 직함을 없에고, 이름 뒤에 PD를 붙여서 부르고 있다. 이렇게 바뀐 후에 문화가 실제로 편하게 바뀐 것 같다. 앞으로 계속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임정욱(사회자): 다음도 이름 뒤에 “님”이라는 호칭을 부르는데, 이런 문화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유망직업이고 가장 좋은 직업이다. 디멘드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를 떠나서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직업에 대한 디멘드와 모빌리티가 높기 때문이다.
Q: 공개와 공유의 흐름이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공개를 못하는 이유나 꺼리는 환경적 요인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기영: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것을 공개해도 될까 싶은 것까지 모두 공개한다. 그럼으로 더 많은 책임감이 주어진다. 처음에는 역기능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것이 더 참여를 이끌어내고 좋은 기능을 하는 것 같다. 한국 회사에서도 개발자에 한해서는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하고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개발자들의 더 많은 기회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정혁: 개발자 블로그를 오픈했을 때 부장님이 했던 말씀은 “공개했다고 따라할 수 있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말 크리티컬한 정보는 비전이나 회사의 DNA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단타적인 것이나 기술적인 것은 전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공개한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을 스카웃해가지 않을까 싶어서 공개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Q: 원격 근무가 중요한 것 같다. 미국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원격근무를 하는 곳을 택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출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기영: 낙원을 상상하면 안된다. 원격근무가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대신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툴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권정혁: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플랙서블 타임이 잘 적용되어 있어서 근무 만족도가 높았다. KTH는 근태관리가 없어서 팀장의 권한에 따라 할 수 있다. 원격근무의 경우는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원격 근무는 생산성을 높혀주는 것은 확실하다.
임정욱: GITHUB의 경우 3년 반정도 되었는데 2년동안 사무실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는 60명 규모인데, 지금까지 단 한명의 퇴사자가 없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원격 근무 때문이었다고 한다. 1년에 2번은 센프란시스코에서 얼굴을 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모든 것이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1주일동안 휴가를 다녀와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치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이렇게 될 수는 없다.
Q: 개발을 하면서 이상적인 개발자를 위한 근무 환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김기영: 개발자는 코드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개발 환경과 문화를 잘 적용한다면 앞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싶다.
권정혁: 열정으로 생기는 잉여를 더 좋아한다. 잉여라는 것이 잉여라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잉여가 아니다. 그렇게 판단되더라도 개발자들에겐 다 좋은 것으로 되기 때문에 개인의 열정을 회사에서 밀어주어야 하고, 개인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 프로젝트로 많이 만들어보는 것을 통해서 자신을 바꾸고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회사의 개발 문화로 다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임정욱: 페이스북이나 구글같은 멋진 사무실과 편의시설을 부러워하는데, 그것보다 더 부러운 것은 진짜 프로덕트에 집중하고, 동료들과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인 것 같다.
글: 이종범 / 사진: 조상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