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65] 지역 스타트업, 이번에는 대구다! 대구 대학생 스타트업 조동인-김병욱 대표
[플래텀 이가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타트업은 수도권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등록이 안 된 곳이 더 많겠지만, 로켓펀치의 스타트업 지도를 보면 수도권(특히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스타트업이 촘촘하게 위치하고 있는데 비해, 지역의 경우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가치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숫자로 나타난 것이 절대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가치는 숫자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치로만 스타트업을 평가한다면, 수도권 역시 비율이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이 여타 지역에 비해 비교우위라 할 수 있는 부분은 활성화된 창업 생태계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도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있고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본지는 지난 3월부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명하고자 지역 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에 이어 이번에는 대구 경북대학교를 찾았다.
경북대학교에서 만난 조동인 미텔슈탄트 대표와 김병욱 4남매농장 대표는 대학생 창업가임과 동시에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 네스트, 창업연구회 솔라이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창업 네트워커이다. 이들에게 대학생 입장에서의 대구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들었다.
대구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먼저 두 분 소개 부탁 드린다.
미텔슈탄트 조동인 대표(이하 조동인) : 주식회사 미텔슈탄트 대표 맡고 있는 조동인이다. 미텔슈탄트 외에 대학생 창업연구회 솔라이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 네스트(NEST)에서는 대구경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4남매농장 김병욱 대표(이하 김병욱) : 4남매농장 대표 김병욱이다. 현재 창업연구회 솔라이브의 경북대 회장을 맡고 있다.
각자 사업 외에 네트워커로서 역할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업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자. 회사 소개를 한다면?
조동인 : 미텔슈탄트는 작년 8월에 설립된 IT 스타트업이다. 현재 수익은 웹서비스와 홈페이지 개발 등 외주로 내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커리어들을 저장해주는 공간, 이를 테면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내 프로필 화면에 뜨는 것과 같이 이것에만 포커싱 된 서비스 ‘라스트로’를 개발 중이다.
어떻게 시작된 아이템인가?
조동인 :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상장이나 수료증 등 저를 증명하는 서류들이 생기더라. 이를 한 곳에서 받고 모아놓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력서가 필요하다면 원하는 항목만 선택해 이력서를 출력할 수 있고, 온라인 지원서가 필요하다면 라스트로를 지원하는 플러그인을 통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항목 또는 내가 원하는 항목만 추출되어 지원할 수 있는 거다. 비유하자면 잡코리아의 반대 버전과도 같다.
라스트로는 4월부터 시작했고, 8월에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았다. 현재 개발 도입 단계에 있으며, 초기 버전은 12월 안에 오픈할 계획이다. 린하게 진행해서 지속적으로 버전을 업데이트 해나갈 생각이고. 웹과 앱 모두 준비 중이다.
김병욱 : 4남매농장은 쉽게 말해 농산물(고구마) 유통회사이다. 저희집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온라인에서 유통해보자는 생각해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제가 4남매여서 4남매농장이라 지었고.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현재 수익은 이것으로 내고 있다.
가업인 셈이다.
김병욱 : 맞다. 플래텀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스타트업들의 멋진 스토리와는 조금 다를 거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공판장이라는 새벽시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한다. 그런데 가격을 무척 못 받는다. 특히 물량이 많이 풀리면 가격은 땅에 떨어지다시피 한다. 우리가 평소에 수박 하나 사먹으려면 만 원은 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를 키운 농민들은 간혹 천 원을 받을 때도 있다. 수박 200통을 트럭에 싣고 가면 10만원을 받는 거지. 거기에 수수료를 10%나 떼고. 농민들에게 뭐가 남겠나. 그게 너무 비일비재했다.
저희집도 그런 경우였다. 어머니를 도와서 같이 공판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불현듯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인터넷 판매를 해보겠다고 말씀 드렸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며 비웃으셨다. 거기서 수익이 나면 다 용돈하라며 말이다. 어머니의 무시도 있었고, 다 내 용돈이라는 말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시작했다. 그게 2년 전 겨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떻게 시작했나?
김병욱 : 무작정 인터넷 여기저기에 고구마 판다고 글을 막 올렸지. 그렇게 올리는데 사람들이 사겠는가? 하루에 한 개도 안 팔리는 날도 많았다. 그러던 도중, 한 oo맘 커뮤니티를 알게 됐다. 거기에 어머니 이름으로 가입하고 ‘폭풍활동’을 했다. 가업이니 어머니를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웃음) 그렇게 카페 내 회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등업을 시켰다. 그리고 고구마를 판다는 글을 올렸지. 처음엔 사람들이 안 사더라. 그런데 저희 고구마가 진짜 맛있거든. 반응이 없이 한 일주일이 지나서였나. 한 명이 구매를 하셨는데, 그게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편지도 쓰고 정말 신경 써서 담아드렸지. 그런데 그걸 받은 분이 감동이라며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신 거다. 그 뒤부터 주문이 날개 돋친 듯 들어오더라. 이게 13년도 초 이야기이다.
조동인 : 김대표 이야기는 무척 순수하다. 작년 9월 솔라이브에 이 친구가 면접 보러 왔을 때도, 이 이야기에 끌려 함께 하고 싶었다. 사실 처음엔 별로 마음에 안 들었거든. (웃음) 창업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길래 연락하겠다고 보내려는데, 이것도 창업 경험인지 모르겠다면서 방금 이 이야기를 꺼낸 거다. 고객 전화번호를 300개를 가지고 있다면서 말이다. 이건 정말 시작할 수 있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바로 합격 시키고, 창업 하라고 좀 찔렀더니 10월에 바로 창업하더라. 그 해 겨울 바로 매출이 쏠쏠하게 나왔고.
매출이 얼마였는데?
김병욱 : 올해 1-2월 해서 7000만 원 정도 나왔다. 고구마가 계절 장사라 지금은 쉬고 있고.
4남매농장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계절 장사만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병욱 : 맞다. 기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고구마를 활용한 가공 상품들을 개발해서 계절에 상관없이 고객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나아가 4남매농장이라는 브랜드를 고구마 전문 브랜드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고구마’ 하면 ‘4남매농장’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전략은 두 가지로 생각 했는데, 하나는 4남매농장 브랜드를 달고 다른 고구마를 판매하는 것이다. 4남매농장 1호점, 2호점, 3호점 식으로 일종의 프랜차이즈의 형태인 거지. 그런데 이렇게 하면 품질관리 측면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생각한 두 번째 안은, 고구마 전문 오픈마켓이 되는 거다. 헬로네이처가 농민들의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이라면 4남매농장은 고구마 전문 쇼핑몰이 되는 것이다. 4남매농장에서 농가들이 브랜드를 달고 본인의 고구마를 팔 수 있게 해서 고구마를 팔고 싶은 사람과 사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4남매농장으로 들어오게끔 할 계획이다.
현재 단계라면?
김병욱 : 앞서 말한 오픈마켓은 현재 기획단계에 있다. 어느 정도 회원 확보가 되어 있어야 농가들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현재 3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구매 고객을 올해 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농가 입점에는 큰 문제가 없을 테고, 그 이후부터 사업 확장도 가능하리라 본다.
고구마로만 한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병욱 :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농가들이 너무 많이 입점하면 실제 수익을 내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 쌀 한 품목에 열 개 업체가 입점되면, 거기서도 팔리는 데만 팔리는 거지. 그래서 농산물 품목을 확장하는 것보다, 고구마로 시작했기에 이걸로 확실히 브랜딩을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4남매농장 김병욱 대표
조대표님이 지부장을 맡고 있다는 네스트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조동인 : NEST는 전국창업동아리의 연합체라고 보면 된다. 회원 수는 이제 거의 만 명이 됐다. 현 회장은 카이스트 학생이고 각 지부별로 지부장이 있다. 창업진흥원에서 주도해 전국에 있는 친구들을 모은 것이다. 현재는 미래부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고.
네스트의 N은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해서 활동도 모두 네트워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기적으로 전국 회의 및 각 지부 회의를 하면서 파트너십에 대한 부분을 많이 논의한다. 정부기관이든 기업이든 네스트 쪽으로 들어오는 제안이 꽤 많더라. 이것에 대한 판단을 회의를 통해 하는 거다.
네스트에서 제가 하는 일은 지역 네트워크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대구경북지부장이기에 여기 소속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창업연구회 솔라이브는 어떤 곳인가?
조동인 : 창업연구회 솔라이브는 각 학교마다 소수로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경북대에서는 한 기수 당 5명 정도로 4기까지 운영됐다. 지원자들은 꽤 많지만 정말 정말 함께 할 친구들만 엄선하고 있다. 현재까지 6팀이 창업을 했는데, 연말이 지나면 두 팀이 더 나온다.
김병욱 : 총 20명이 있는데 여덟 팀이 나온 거다.
현 회장인 김대표님께 솔라이브 소개를 부탁한다.
김병욱 : 저희의 비전은 성공 창업가 네트워크가 되자는 것이다. 활동은 매주 월, 화, 목요일에 하고 있다. 월요일은 정기 회의를 하고, 화/목요일에는 교육세미나를 오픈한다. 창업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 이를 테면 사업계획서 작성, 마케팅과 같은 이론에 대한 세미나를 오픈형으로 진행한다. 각자 주제를 맡아 공부해서 함께 공유하는 자리이지. 오픈형이기에 솔라이브 회원이 아닌 다른 학생들도 그냥 들을 수 있다.
더불어 솔라미브 미니 벤처의 줄임인 SMV 활동도 있다. 이는 실제 벤처 생태계를 축소시켜서 솔라이브 회원들끼리 실제로 실행을 해보는 활동이다. 진짜 사업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검증해보는 것. 지난 기수 때는 메모리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떤 프로젝트였나?
조동인 : 회원들이 사업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더라.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유형재화였고. 그래서 무형재화를 키워드로 잡아 추억을 팔아보자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의 결과물이 폴라로이드 사진이라는 유형재화가 나왔지. ‘시장은 어디로 할까? 고등학교 졸업식으로 하자. 고객은 누구로 할까?’ 이런 식으로 단기간에 기획해서 실행해보자는 것이 SMV의 취지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아주 단순한 것, 사진을 천원에 팔지, 이천 원에 팔 지와 같은 걸 고민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각자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다.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라든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다든가 말이다.
그 외의 다른 활동은?
조동인 : SSC(Solive Startup Conference)라고 외부 연사를 섭외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100-200명의 규모로 총 다섯 번을 진행했고 곧 여섯 번 째 세미나가 열린다. 첫 행사는 대구에서 연사들을 모셨는데, 두 번째부터는 서울에 있는 분들에게 요청을 드리고 있다. IM컴퍼니 정인모 대표님, 마이돌 이진열 대표님, ING스토리 강남구 대표님을 모셨었고, 이번에는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님을 모셨다. 다른 좋은 분들을 더 모시고 싶은데, 좀 도와달라. (웃음)
김병욱 : 이건 대구지역 누구나 참여 가능한 행사로 진행 중이다.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모두 신청 가능하다.
솔라이브 내 개발자 그룹도 있다고 들었다.
조동인 : 솔라이브 개발자 그룹(SDG, Solive Developer Group)은 현재 7명의 대구 지역 개발자가 참여 중이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경북대 근처 카페에서 스터디 및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10주차 활동을 기본으로, 각 활동에는 메인 주제가 설정되어 있다. 현재 2번째 활동이 시작되었으며, 첫 번째 주제는 ‘데이터베이스’였고 현재는 ‘자바스크립트’이다.
이 SDG가 체계를 갖춘 뒤에는 조금 더 개방하여 많은 개발자들이 매주 같은 시간에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그를 통해 대구 지역의 스타트업 인재 확보 및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솔라이브가 경북대에서 시작해 각 학교 별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 들었다. 추후 계획은?
조동인 : 현재 영남대로 어레인지 중에 있다. 추후에는 대구지역 뿐 아니라 서울 지역으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미텔슈탄트 조동인 대표
대구지역에서 대학생 스타트업 네트워커로 활동하며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어떤 게 있나?
조동인 : 최근 느끼는 부분은, 창업동아리의 본질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스펙으로 간주하는 것이지.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서울에서는 아예 창업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제 지역에서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업자등록 해야 한다고 하면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등록해놓고 취업 준비하고 1년 뒤에 폐업시킨 뒤 대기업의 창업자 전형으로 지원한다.
김병욱 : 이것이 옳지 않다고 보지만, 사회가 이런 상황을 자꾸 유도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창업을 했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듯 세워주는 그런 사회적 인식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면접을 가면 웬만한 이력들이 똑같단다. 토익이면 토익, 연수면 연수. 그 가운데 누군가 창업 경험이 있다고 하면 가산이 되는 거지. 현실이 그렇다 보니 취업이 절실한 친구들 입장에서는 방법이 될 수밖에 없는 거고.
말씀한 대로 그것 자체를 나쁘다고 하기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조금 확장시켜 업계에 비춰보자면, 정말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동인 : 처음에 그런 경우들을 접할 때는 무척 화가 났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아닌 적당하지 않은 팀이 받았다면 제 실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하는 애들도 아닌데 그 친구들에게 제가 졌다면, 제 문제이지 그 친구들을 탓할 게 아니라는 거지. 내가 정말 할 거면, 당연히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적으로 너무 창업이라는 것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니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본인 삶에서 선택하게 되는 것 중 하나인데, 이렇게 되면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것 아닌가.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뤄보자는 본지의 취지는 수도권과 지역 간 업계 인프라나 네트워크의 차이가 크다는 것에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가 인력난인데, 어떠한가?
조동인 : 요즘 그 어려움을 더 체감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채용공고를 6월부터 올려두고 있는데 지금까지 두 명 구했거든. 처음에는 구할 때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항상 올려두고 있다. 디자이너, 웹개발자, 앱개발자 다 필요한 부분을 미리 올려두는 거지. 그렇게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대구는 이직자가 많기 때문에 당장 우리 회사에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연락해 볼 가능성이라도 찾는 거다.
인력난에 대한 두 번째 문제는 실력차이이다. 이를 테면, 웹 개발자에 지원하는 사람이 웹을 개발하지 못한다. 몇 번 경험이 있다 보니 이제는 지원서를 받아도 거르게 되고. 학원 몇 달 다녀보고 웹 개발자로 지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잘하는 이들은 이미 서울로 가 있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을 봐도 그렇고.
개발자 구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는 서울에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조동인 : 상황은 비슷하나 기준치가 좀 다른 것 같다. 레퍼런스 자체가 다른 거지. 대학생들만 봐도, 컴퓨터 전공이라고 하면 앱, 웹 개발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전공생 입장에서도 그게 취업에 크게 도움이 안 되니까 안하는 거다.
현재 미텔슈탄트에는 개발자 두명과 디자이너 한 명이 있는데, 추후 더 뽑아야 하는 인원이 지금 인원과 같다. 그런데도 안 뽑히는 거지.
김대표님은 인력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병욱 : 동의한다. 저희 경우는 개발 부분을 조대표님께 맡긴 상황이고, 나머지 일은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서 지금은 괜찮지만 내년부터는 직원이 필요할 것 같아 걱정이다.
본인 사업 외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활동들도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해소되는 부분은 없나?
조동인 : 네트워크 안에 창업 동아리든 회사 대표이든 모여 있는데, 생각보다 협업에 대한 이슈는 많지 않다. 능력 있는 친구들이 많긴 하지만 대표만을 원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들 팀원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표끼리 모여 사람이 안 구해진다는 같은 고민을 하는 거지.
대표에 대한 욕심인 건가?
조동인 : 저 역시 그런 마음이 없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회사를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마음으로 지금 1년 째 설득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같이 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실리콘밸리 등 해외 생태계와 비교할 때 정부와의 밀착도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그 밀착도가 더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민간 VC라든가 민간 액셀러레이터라든가, 생태계 구성 요소들의 자생력이 아직은 구축되지 못했달까.
조동인 : 사실 민간 VC, 엔젤투자자에 대해서는 저희가 체감하는 정도가 ‘0’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고 한 번도 본 적 없다. 반대로 저희도 큰 관심이 없고.
정부기관과 밀착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네스트 역시 중소기업청의 주도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이니까. 아무래도 창업에 대해 뭔가를 하고자 하면 먼저 관심을 가져주는 곳이 정부 기관이다. 이 관심이 실행으로 가는 건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일단 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이다. 도와주려는 분들도 많고.
김병욱 : 자생력이 생겼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일 거다. 그러나 지역은 아직 크게 치열하지 않은 것 같다. 학교에서 창업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팀을 40팀 정도 뽑는다. 그런데 그 수가 잘 채워지지 않으니까, 그냥 개인이 사업계획서 써서 제출해도 지원금을 받기도 한다. 지원금만 받고 회사는 운영 안 하고. 같은 창업자로서는 속상한 일이지.
앞서 나왔던 지원받아야 할 팀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다.
김병욱 : 하다못해 사적으로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든다. 막상 사업해서 돈 벌어 보면 남의 돈 버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아는데, 사업계획서 잘 썼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원금을 받아서 허투루 쓰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지. 제도적으로 형평성을 추구한다고 40팀을 뽑는 것일 텐데 그런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진짜 하려는 사람보다 사업계획서 잘 쓰는 사람이 받게 되니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친구들은 단돈 100만 원도 무척 큰 도움이 되는데 말이다.
조동인 : 큰 건은 2000-3000만 원도 있다.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이제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사실 지원금에 대한 감시 관리를 강화하면 진짜 창업하는 사람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지원금이 쓰기 불편한 건 예전부터 그랬던 거고, 지원받은 사람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문제는 창업 지원하겠다는 취지인데, 창업자들이 쓰고 싶은 곳에 쓸 수 없게 해 놨다. 이를 테면, 창업가는 기존 직원들 월급 챙겨주기도 바쁜데, 기존 직원들의 인건비는 지원금으로 줄 수 없게 해 놨다. 무조건 신규채용을 해야 하는 것. 이 행정적 절차를 맞추려면 우리 직원을 한 번 잘랐다가 다시 채용해야 하는 거다. 안타까운 일이지.
더불어 행정편의에 대한 부분도 있다. 창업진흥원 본원이 대전에 있다 보니까 교육이 있으면 대전까지 가야한다. 사실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살기가 바쁘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항상 달고 있는 상태이고. 그런데 대전으로 가야하고 한 번 가면 2박 3일은 거기 있어야 한다.
민간 VC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이유라면?
조동인 : 사실 기존의 엔젤투자에 대해서는 체감하기도 어려웠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저는 엔젤투자라는 건 하이 리스크(High-Risk)를 감수하는 투자이며 동시에 창업자는 리스크를 조금 덜 수 있는 깨끗하고 든든한 투자라고 배웠고 접했다. 그러나 제가 3년 동안 직접 하면서는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는 엔젤투자자를 만난 적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지원금 수준의 자금을 지원하며 요구사항이 무척 까다로운 경우만 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왜 지분을 많이 나누면서까지 소액투자를 받아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더라. 그 노력이면 스스로 해보겠다는 생각에 저희는 엔젤을 건너뛰었지. 미텔슈탄트의 경우는 결국 자체수익으로 엔젤 투자 단계는 지났고, 추후에 저희가 론칭하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할 때가 되면 시리즈 투자 유치를 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1000-5000만 원 사이의 엔젤투자분야는 정부가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스타트업들도 엔젤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게 되지. 만약 1억 이상의 엔젤이 있다면 매력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구 스타트업으로서 또는 본인이 맡은 역할에 대해 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 부탁드린다.
김병욱 : 현재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농업 분야가 많이 간과되어 있다. IT로만 한정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가 지원할 수 있는 제도는 200-300만 원 규모의 학교 지원 프로그램뿐이다. 이 분야를 늘려주면 기업이 성장하는 것에 있어 훨씬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실 농업 분야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없지 않나. 농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도 조금은 뒤처져 있고. 농업 분야에서도 대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를 보아도 농업으로 기반이 잘 닦인 나라가 선진국이 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IT 쪽으로 많이 키워놨으니, 이제는 농업을 살릴 때라고 생각한다. 농업분야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4남매농장을 대한민국 농업분야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창업연구회 솔라이브 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솔라이브를 다른 학교로 확장시키는 것에 제 역할을 다 하고 싶다. 4남매농장만 해도, 브랜드가 없었을 때는 300명의 고객에게 문자를 돌리면 4명이 구매했다. 그런데 솔라이브를 알고 난 후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브랜드를 만들어내면서 성장하는 걸 보게 되니까 무척 재미있더라.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을 솔라이브를 통해 경험하게 된 셈이다. 창업이라는 게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몰라서 못하는 학생들도 무척 많다. 그럴 때 옆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고 본다.
조동인 : 미텔슈탄트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뜻이다. 저희가 앞으로 내놓을 서비스가 라스트로 이후로 더 나올 텐데, 어쨌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생각이다. 그를 통해 사람들이 저희 회사보다는 서비스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주고 있는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힘내라는 말을 꼭 남기고 싶고.
솔라이브의 경우, 김대표가 말한 대로 앞으로 다른 학교로 확장해 나갈 거다. 열심히 뚫고 다닐 텐데, 저희를 알아주고 환영해주기를 바란다. 더불어 저희 솔라이브에서는 기존에 하던 SSC(Solive Startup Conference)와 별개로 대구 지역에 현재 창업 관련 포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오래도록 고민해왔다. 그래서 내년 초에 대구벤처포럼(DVF, 가칭)을 대규모로 개최하려고 한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대구시 관계자, 투자자, 창업 관련 기관 관계자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미텔슈탄트 조동인 대표(왼쪽)와 4남매농장 김병욱 대표(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