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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의 Lean Life] 14. 혁신은 삐딱함이다(1/2)

혁신의 정의

혁신은 뭘까? 혁신(革新)은 한자 그대로 살펴 보면 가죽 革(혁)에 새로운 新(신)을 쓴다.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죽을 벗겨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약간 무섭다. 네이버 사전을 뒤져봤다. ‘일체의 묵은 제도나 방식을 고쳐서 새롭게 함’이라 정의되어 있다. Business Dictionary 에선 ‘아이디어나 발명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꿔가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정의가 난무한다. 그래도 이 정의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통 키워드를 뽑는다면 ‘새로운 것’, ‘아이디어’, ‘프로세스’가 있다. 즉,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며 그것을 고치는 데 필요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용어로 정의내리기

그렇지만 이 모든 정의들은 남들이 내려놓은 것일 뿐, 내 것은 아니다. 이것은 중요하다. 모든 것을 자기 식으로 해석해서 정의내린 다는 것 말이다. 왜나하면,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해야 자신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에 대해서도 내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면 두개의 키워드로 얘기할 수 있다. 바로 ‘삐딱함’과 ‘연결’이다. 이 두가지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4-5년 전 실리콘밸리를 여행하면서 들은 ‘칠면조(Turkey)’ 얘기의 인상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 얘기를 펼쳐본다.

칠면조, 닭목 칠면조과의 조류이다. 어느날 어미 칠면조가 알을 낳았다. 그 알들은 어미 칠면조의 따뜻한 온기와 정성으로 잘 부화되었다. 그리고 어미 칠면조의 보살핌과 주인의 보호 속에서 자라난다. 주인이 쳐준 울타리 안에서 맹수로부터 보호도 받고 주인이 주는 사료에 먹을거리 걱정없이 무럭무럭 자란다. 자신이 세계 최고의 새가 되는 확신에 차서 마냥 커가기만 한다. 결국 어떻게 될 줄 모르고. 맞다, 추수감사절에 칠면조요리가 될 신세인데.

이 칠면조의 일생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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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축은 시간이고 Y축은 칠면조가 살아가면서 맞닥드릴 환경부분(변수) 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칠면조 스스로 느끼는 확신(Confidence)은 점점 커진다. 그런데, 특정시점(급격한 환경변화)에선 바로 추락한다. 비즈니스 세상에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세계 최고의 필름회사 였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의 큰 흐름에 적응 못하고 급추락한 바 있고, 한 때 휴대폰 세상을 지배했던 노키아도 마이크로소프트에 헐값에 매각되는 초라한 몰골로 내려앉은 바 있다. 비단 이 두 사례 뿐이겠는가? 오프라인 출판시장, 음반시장의 추락역사도 마찬가지 였고.

우리 인생은 또 어떤가? 대기업에 취직해서 회사일이 전부인냥 가정, 친구관계도 포기하고 열심히 일만하다 40-50대에 회사로부터 명퇴당하는 우리 선배들은 또 어떻고. 칠면조의 인생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칠면조 알의 혁신

그럼, 이 칠면조에게 과연 처음부터 혁신이 없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알 속의 여린 칠면조 새끼가 두터운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그 여린 부리로 얼마나 쪼아댔겠는가? 쪼고 쪼고 또 쪼다 지쳐도 쉬지 않고 쪼아댔기 때문에 껍질을 깨고 한 생명체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어느 칠면조 새끼는 알을 쪼다 부리가 아프다고 포기하고 남이 껍질을 깨주기 원했다고 치자. 그 알의 운명은 뭐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바로 계란후라이다.

자신이 껍질을 깨느냐, 아님 남이 깨주길 바라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자신 내부로부터의 끊임 없는 노력과 한계극복의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혁신을 기술경영학에서는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이라 부른다.

그런데 어느 삐딱선을 타던 한 칠면조가 있었다. 이 친구는 모이를 먹고 쉬는 시간에도 부단히 다리 근육 운동을 하고 날개짓도 연습하고 다른 칠면조들과 사뭇 달랐다. 매일 매일 잠도 줄이고 식사시간도 줄이면서 남들의 비난어린 시선도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계속 간 칠면조는 결국 근육질 날렵한 칠면조로 변해서 울타리를 뛰어넘어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들은 이런 칠면조를 꿈꾸는가?

껍질을 깨고 나온 새끼 칠면조도 그렇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다 이런 알을 깨고 나오는 첫번째 혁신은 경험해 왔다. 그것을 지속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첫번째 혁신의 원동력과 그것을 지속해 가는 두번째 혁신(Open Innovation)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이 글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또한, 이 글은 지난 세바시 강연 내용을 일부 정리한 것입니다. 세바시 강연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SLZCUPY19pw]

1997년 KTB 네트워크에서 벤처캐피탈에 입문한 후 현재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를 설립 및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스타트업을 위한 고품격 투자상담 토크쇼 “쫄투! 쫄지말고 투자하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교육에 관심 많아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인 “쫄지마! 창업스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 7월 그 동안 플래텀에 연재한 글과 새로운 창업이야기를 담은 ‘쫄지 말고 창업(이콘출판)’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벤처캐피탈, 창업, 스타트업, 기업가정신 등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론 그쪽 분야를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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