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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혁신 사이, K-플랫폼의 생존전략

우리는 지금 플랫폼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고, 그 화면에 떠 있는 것들은 모두 플랫폼이다.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포털을 열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메시지앱을 누르고, 식사를 위해 배달앱을 실행한다.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플랫폼 위에서 흘러가는 동안, 세계 각국은 이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놓고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발간한 ‘『K-플랫폼의 미래: 플랫폼 규제의 글로벌 동향과 대응 방향』’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의 플랫폼 규제 입법 동향을 분석하고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단순히 해외 입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경제·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플랫폼 규제는 이상하게도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가 식었다가를 반복했다. 지난 몇 년간 플랫폼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다수 발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마치 우리가 플랫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명확히 결정하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의 플랫폼 규제 입법 동향, EU 디지털시장법(DMA) 및 디지털서비스법(DSA) 시행 이후의 현황, 미국의 애플 반독점 소송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시사점 등을 분석하며 한국 플랫폼 규제 정책의 방향성과 진흥 전략을 제시한다.

EU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큰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추가적인 의무사항을 준수하도록 한다. 마치 무서운 선생님이 학생들을 감시하듯, EU는 플랫폼 기업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기보다는 반독점법을 통한 개별 사례 대응을 선호한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이슈가 된 바 있다. 미국의 접근법은 마치 경기장의 심판처럼, 규칙을 위반했을 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다소 절충적인 입장을 취한다. 플랫폼투명화법을 도입하여 특정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거래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웃 나라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보고서는 단순히 해외 사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상적인 관점이다. 우리는 종종 선진국의 정책을 그대로 베끼려는 경향이 있지만, 각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맥락은 다르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들이 있지만, 구글이나 메타 같은 거대 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편이다. 따라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책은 이런 상황에서 균형 잡힌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규제 대상과 범위를 신중하게 설정하고,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에게는 더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플랫폼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의 인프라이자, 우리가 소통하고, 쇼핑하고, 정보를 얻는 핵심 채널이다. 어떤 의미에서 플랫폼은 현대인의 삶 자체다. 따라서 플랫폼 규제는 단순히 기업 활동을 통제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반영한다.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결국 ‘우리는 어떤 디지털 사회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면서도,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이 직면한 도전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 센터장의 말처럼, “플랫폼 산업은 소비자들의 후생 증가 및 중소기업의 판로와 직결”된다. 즉,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게는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열어준다. 그러나 동시에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소비자는 선택권을 제한받고, 중소기업은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보고서는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경제 성장과 디지털 생태계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규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고,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여야 한다.

플랫폼 산업이 가진 특성을 고려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외 진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 디지털 인프라 강화, 데이터 활용 능력 제고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규제만으로는 더 나은 디지털 환경을 만들 수 없다. 혁신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종종 이분법적으로 흐르기 쉽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측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의 대립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불공정한 행위는 규제하되, 혁신의 가능성은 열어두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디지털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플랫폼의 역할과 영향력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정된 규제 프레임워크는 빠르게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 따라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응적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이런 점에서 ‘규제 샌드박스’ 같은 유연한 접근법을 강조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을 추구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다.

한국의 플랫폼 산업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은 일상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틱톡, 미국의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고,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바다.

플랫폼 규제는 단순히 법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보호, 표현의 자유, 공정 경쟁, 혁신 촉진 등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영역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본 연구에서 눈여겨볼 점은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규제의 대상으로만 플랫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는 관점이다. 보고서는 규제 대상과 범위를 신중하게 설정하고,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에게는 더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 체계 구축과 함께, 국내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이 제시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 센터장은 “플랫폼 산업은 소비자들의 후생 증가 및 중소기업의 판로와 직결되기에 모든 국가가 자국 플랫폼 육성에 열심이다. 우리 정부도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경제 성장과 디지털 생태계 활성화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고서가 제시하는 핵심은 ‘규제와 혁신의 조화’다.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불공정한 행위는 엄격히 규제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EU나 미국의 접근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규제와 혁신이 균형을 이루는 그곳에서, 한국 플랫폼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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