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 중심의 개발 교육 프로그램, ‘A-camp’ 이지선 교수를 만나다
미술에 재능이 있던 이지선 교수는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을 통해 회화를 넘어 디자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결정적으로 그녀의 디자인 감각에 날개를 달아준 건 매킨토시 컴퓨터였다. 다른 친구들이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때에 그녀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해외의 친구들을 사귀었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인력이 드물던 때였다. 그녀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직 입사를 시작으로 야후코리아, 오픈타이드 코리아, 브레인스토어 코리아에서 UX/UI 전문 일을 하게 된다. 어느 곳에 가든 남성 직원들밖에 없었다고 하니, 곧 그녀의 도전은 국내 여성 UX/UI 디자이너의 역사이기도 했다.
“어떤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아도 그 길을 실제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나는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새로운 걸 만드는 게 내 취향”이라고 말하는 이지선 교수는 2011년 말, 앱센터(AppCenter)에 ‘A-camp(A캠프)‘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리 거창한 시작은 아니었다. 당시 윤영식 선배와 설렁탕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다. 2박 3일간의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 프로그램이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들었거니와 참가자들에게 진정한 개발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숙명여자대학교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A-camp를 소개해달라.
A캠프는 10주간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의 사용자 경험 중심 개발 프로그램이다. 아기를 낳아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원이 다르듯이, 서비스를 시장에 실제로 출시해보아야 진정으로 개발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캠프는 참가자가 팀을 구성한 후 모든 팀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경험을 하고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A캠프의 교육과정은 아이디어 발표에서부터 완성한 서비스를 발표하는 데모데이까지 10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2주차까지는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표한 후 팀빌딩을 한다. 3주차에는 경쟁사 분석을, 4주차에는 사용자 리서치 분석, 5~6주차에는 스케치한 콘셉트를 프로토타이핑하고, 7주차에는 사용성 테스트를 한다. 8주차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교육 및 실습을 진행한 후 9주차에는 팀별 진행사항을 발표한다. 각 팀은 이 기간 동안 해당 과제를 수행하면서 서비스 개발을 완성해나간다. 마지막 10주차에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서비스를 발표하고 심사를 받는 데모데이로 교육 과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참고. ‘A-camp 이야기‘ 연재 기사)
참가자들은 어떤 걸 배우고 경험할 수 있나.
A캠프는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왜 개발하는지 회의감이 드는 개발자, 디자이너이지만 아직 자신이 만든 서비스로 출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디자이너, 새로운 사람들과 재미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학생, 그리고 예비창업가 등이 참가하여 개발의 즐거움을 만끽해보는 프로그램이다.
A캠프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개발의 괴로움도 경험하지만, 결국 내가 만든 서비스가 탄생했을 때의 기쁨이란 걸 경험하는 게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그 기쁨을 맛보려면 반드시 ‘과정’이 존재하고, 그 과정이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개발의 진리,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A-camp 현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2011년 11월 1기를 시작할 당시에는 ‘앱 개발 연구회’라고 해서 27명이 모여 공부 모임으로 출발했다. ‘A-camp‘라는 명칭은 2기 때부터 사용했고, 현재 7기 데모데이까지 마친 상태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참가자로는 문태진 개발자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A캠프에 3번이나 참가했었고, 그때마다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게임을 하는 것을 보기 위해 개발하러 왔다.”고 말하는 그 순수함에 반했었다.
기억에 남는 팀은 ‘속마음’ 팀이었다. 박정신 대표가 팀의 중심을 잘 잡고 노력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개발자와 디자이너 팀원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개발한 서비스를 약간 변형시킨 ‘커플릿(Couplete)‘으로 창업하여 투자도 받고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가끔 다른 행사에서 “저 A캠프 몇 기 출신인데요.”라며 인사하는 사람을 만날 때 고맙고 또 반갑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이번 겨울에 A캠프 개발 템플릿 및 사례 출판을 계획하고 있다. 매주 교육마다 참가자들이 채워넣어야 하는 파워포인트 템플릿과 1기생부터 7기생까지 만들었던 서비스 사례를 정리하여 워크북을 만들어보고 싶다. 또한, 온라인 버전으로도 만들어서 누구나 팀을 만들어 과제를 검사받고 서비스를 출시해보는 A캠프의 확장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다. 완성되면 그 김에 A캠프 동문회도 거하게 하고 말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김진형 앱센터 이사장님의 지원과 A캠프를 함께 이끌고 있는 윤영식 선배님이 있었기에 이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었다. 매번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서포트하시는 조준호씨, 이번 7기와 함께 해준 김재홍 씨를 비롯한 앱센터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앱센터는 자발적인 모임의 힘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다.
한편, 나는 공유의 중요성을 실천하고자 개인 홈페이지에는 미디어아트 작품 및 작품작업과정을, 디자인 수업 블로그에는 강의자료와 수업결과물을 기록해 두었으니,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참고되시길 바란다.
출처원문 : [앱센터 사람들 2] 사용자 경험 중심의 개발 교육 프로그램, ‘A-camp’ 이지선 교수를 만나다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