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임지순 책임연구원 /심천 헥셀러레이터
심천이 하드웨어의 성지,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천에는 산업 디자인,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CNC 및 진공 주조 등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즐비하다. 3D 프린터나 레이저 커터 등은 한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이곳과는 인프라 차이가 크다. 심천에서는 가정용 크기의 CNC가 한화 기준 50만원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제작 도구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메이커스페이스와 비교할 때 숫자적으로도 압도적이다.
스타트업의 트렌드가 제조업으로 다각화하면서,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창업자들이 심천을 찾아오는 중이다. 심천 현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호응해 심천 제조 생태계에 이들을 품으려 노력중이다. 글로벌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인 헥셀러레이터(HAXLR8R)가 심천에 본거지를 두고 인큐베이션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러한 심천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 스타트업 중 심천의 디자인 하우스나 공장을 활용해 제품을 만든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적고, 심천과 한국을 잇는 충분한 다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천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더할나위 없는 기회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 3가지를 정리해본다.
시작하는 방법 – 부품 소싱과 외주 파트너
심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다양한 재료를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창베이 전자상가가 지나치게 넓고 부품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일 뿐이다.
하지만 알고나면 이것도 단점이 아니다. 화창베이의 웹 사이트에서 부품을 검색하면, 해당 부품을 판매하는 점포의 건물과 호수가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의 개발 보드나 부품을 한국의 반값 이내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를 활용해 가격 비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례로 거버(gerber) 파일만 가지고 PCB를 셀프 주문 제작할 수 있는 화창PCB의 경우, 가격에 따라 빠르게는 24시간 내 제작 배송이 가능하며, 10 x 10cm 사이즈를 한화 2만원 정도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 저렴하다는 의미다.
프로토타이핑 – 실제로 직접 만들어 보기
우선 스스로 자체 점검이 필요하다. 개발의 어떤 단계에 있는지, 그리고 심천에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초기 아이디어만 정리한 상태라면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해야 하고, 심천의 디자인 하우스와 초기 단계부터 협업을 꾀할 수 있다. 다양한 개발 보드와 부품을 심천에서 저렴하게 구한 뒤 설계와 테스트는 한국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
프로토타이핑과 개념 증명을 완료한 상황이라면 생산을 고려한 설계, 즉 DFM 단계부터 심천의 공장과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작은 수량에도 대응해주는 스타 프로로타입(Star Prototype)과 같은 회사는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해준다.
파트너와 일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중국에서 언어는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다. 글로벌 회사 관리자 등과는 큰 어려움 없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엔지니어들과는 중국어가 아니면 거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결국 중국어 소통능력이 없으면 활용 가능한 인프라가 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불어 무엇보다 자신의 설계에 대한 보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 인프라를 이용할 때에 설계 유출 등 보안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때 설계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고 조립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영문 NDA(비밀유지 계약서)를 만들어 체결한 뒤 공정 논의를 하는것을 기본으로 하는게 좋다고 본다.
심천의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꼭 심천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천의 OEM, ODM 회사를 구글/바이두에서 검색해서 연락만해도 다수의 회사가 적극적으로 사업 모델을 물어보며 미팅을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거리상의 간극은 존재한다. 심천에 거주하고 있으면 이들을 빠르게 만나 의사결정 할 수 있다. 또한 한 번 심천에서 기반을 만들고 나면 외부에서도 이들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조사 후에 머무른다면 상당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 본다.
현재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헥셀러레이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15개 팀이 참여중이다. 이중 11개 팀은 실리콘 밸리에서 왔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 혁신이 도모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라 할 수 있다.
단언하건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생각한다면, 심천의 인프라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필수라는 소견이다.
스타 프로토타입(Star Prototype) – 실제 프로토타입 제작 현장
중국 OEM 파트너사의 제품 조립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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