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84] “이커머스는 물류사업이다”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
지난 3월 12일 뷰티 이커머스 기업 미미박스가 시리즈 A와 B를 통해 2,950만 달러(약 3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해당 투자건은 국내외 벤처캐피탈 및 실리콘밸리,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유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며, 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글로벌한 투자를 이뤄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미미박스는 한국 모바일 앱 매출이 2014년 초 출시 이후 반 년 만에 국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모바일로의 플랫폼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다시 한 번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영어와 중국어 버전의 모바일 앱을 론칭하였으며, 올해 10개 이상의 앱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2014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상해 지사도 설립해 세계시장 공략에 잰걸음을 하는 중이다.
하형석 대표를 만나 이번 투자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그간 미국에서 지내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근 미미박스의 이슈는 무엇인가?
지난해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10월 1일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재 점차 가속화 되는 중이다. 모바일 앱은 안드로이드 버전과 IOS버전을 론칭했고. 공동창업자인 김도인 이사가 중국현지에서 직접 진두지휘하고있다.
많이 들은 질문이겠지만, 투자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330억 원 이라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제리 양 등 투자자 명단도 이슈가 됐다. 어떻게 인연이 된 건가?
미미박스가 투자를 받은 것 보다 왜 제리 양이 투자했는지를 더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우선 제리 양 부인이 한국 화장품을 무척 좋아한다.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방문해 화장품 쇼핑을 하며, 올 때마다 트렁크 두 개를 들고와 채워간다고 하더라. (웃음)
거의 모든 실리콘밸리 VC들이 피투자자의 신뢰성을 중요하게 본다. 그 부분이 어필되었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제리 양과 스타벅스에서 1시간 정도 만난 뒤 그 자리에서 투자가 결정됐다. 단지 금액만 자신의 팀과 이야기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하더라.
그외 포메이션8과 굿워터 캐피탈 등은 한국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굿워터 캐피탈은 쿠팡과 카카오에 투자 한 메버릭 캐피탈 출신 에릭 김이 설립한 VC로 우리가 첫 포트폴리오사다. 또한 Y콤비네이터를 통해서 미국에서 윙클보스 형제, 전 디즈니 및 갭의 CEO 폴 프레슬러, 드롭박스 1호 투자자 페즈먼 노자드, 구글 초기 투자자 바비 야즈다니 등을 만났다. 얼마전 가장 영향력 있는 엔젤투자자로도 선정된 페즈먼 노자드는 우리 투자단이 구성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투자자들과의 관계는 어떤식으로 형성되어 있나? 지분쉐어 외 경영에도 참여하나?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가끔이라도 참여했으면 좋겠다. 너무 안한다. 이사회 회의는 한 달에 한 번씩 열지만, 매출이 아닌 현안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도와줘야 될지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한 사람 예외가 있다면 에릭김이 있겠다. 하루에 세 번씩 온다. 일과 관련된 논의도 하지만, 소소하게는 영어도 가르쳐준다.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나 쿠팡 김범석 대표와도 그렇게 지낸다고 하더라. 그분 성향이 그렇게 살갑다.
투자자를 선택한 기준이 있었나?
Y컴비네이터의 우수 스타트업이 되면서 70군데의 투자사를 만났다. 다소 감정적인 결정이겠지만, 대화가 거침없이 잘 되는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본듯 싶다. 더불어 우리만큼 이 사업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를 고려했다. 실제 포메이션8보다 더 좋은 오퍼를 보내온 투자사가 있었다. 하지만 포메이션8은 그들에 비해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비전을 믿어주는 투자사다. 아시아 시장을 버릴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 그 부분이 컸다.
이번 투자금의 주 사용처는 어디인가?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프라와 인력에 들어간다. 우선 한국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려 한다. 우선 물류센터를 900평 공간에서 인천의 3500평 공간으로 넓혔다. 그외에 내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커머스에서 100% 입고 보상이라는 것이 없었다. 100%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에 근접하게 가려한다. 그래서 파트너들에게 검수 프로세스를 완료하겠다 공지하고 입고를 시키고 있다. 더불어 엔지니어 등의 채용도 병행할 예정이다.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투자사들에게 가장 많이 바라는 부분은 무엇인가?
자금과 믿음이다. 어떻게 보면 돈이 믿음일 수도 있겠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다. 대신에 우리는 기업가로서 그들이 원하는 ROI를 맞춰주는게 의무라고 본다. 그게 성립이 될 때 오래갈 수 있는 관계라고 본다. 그리고 투자금은 우리 돈이 아니다. 돈이 사업을 해결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투자에서 미미박스 기업 밸류는 어떻게 측정이 된건가?
아쉽지만 공개하기 어렵다. 투자금액으로 유추해 달라. 다만, 회사밸류와 관련된 논의는 15분 안쪽으로 그리 길지 않았다. 그보다는 대화의 핏이 맞는지를 중요하게 봤다. 누구와 사귈거냐 안사귈거냐를 논하기 전에 상대방을 좋아하는게 먼저이듯이 말이다.
혹여 실리콘밸리 VC를 만난다면, 금액이 됐든 사업모델이 됐든 간에 투자사가 물어볼 때 정말 똑똑하게 답변할 줄 알아야 된다. 틀리더라도 말이다. 그런 태도가 미국에서는 필요하다.
스타트업들이 미국에서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준다면?
우선 비행기 표를 끊어야 한다. (웃음) 나 같은 경우 미국에 처음 갈 때는 뭘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갔다. 다만 우리회사 이사가 ‘제일 좋은 팀을 꾸려가되 우리의 밥줄을 찾아와라’라는 미션을 줬다. 그래서 우리 미국팀 명칭이 ‘케네디팀’이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 명칭을 지었다. 출국하면서 이사에게 ‘내가 한국에 안 오면 안 올수록 회사가 잘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회사의 다음(next)을 찾아오겠다’라고 이야기 했다.
미국에 있는게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사업모델도 바꿨고, Y콤비네이터도 만나게 되었다. 여지껏 공개한 적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성장시켜 준 선배 스타트업들도 만나게 되었다. 스트라입의 존 콜린스와 홈조이의 아도라가 그들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두 사람에게 찾아가 많이 배웠다. 나이에 상관없이 내 멘토들이었다. 이런저런 것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명쾌하게 우선순위를 이야기해 주더라. 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들을 만나며 내가 바보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웃음)
미국으로 가기 전 한국 비즈니스 상황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맞다. 런웨이가 몇 개월 안남은 상황이었고, 다음 것을 찾아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못 찾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애초에 생각해던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검토해 봤다. 그런데 다 어려울 것 같은거다. 그래서 어딜가나 어렵다면, 실리콘밸리로 가자고 결정했다. 망하더라도 거기서 망하자는 생각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팀 상황은 어땧나?
Y콤비네이터 프로그램이 끝나가던 2014년 3월 말 자금이 바닥 났다. 한국 오피스에서 80만원 남았다고 하더라. 그전까지 사업자금을 빌려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해 3천 만원을 빌려 우선적으로 막고, 곧장 엔젤 투자자를 만나러 갔다. 그때 앞서말한 홈조이와 스트라입 친구들이 도와줘다. 그들이 소개를 하니 엔젤투자자가 곧장 수표를 쓰더라. 20억 원을 모으는데 3일 정도 걸렸다.
그리 긴 인연도 아니었는데, 그들이 왜 도와줬다고 생각하나?
나는 그들을 찾아가 배우기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를 줬던 것 같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투자나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거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충격 받았던 것은 투자자가 그 자리에서 수표를 쓴다는 거였다. 왜냐고 물어보니,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번도 기업가가 투자자를 속인적이 없다고 답하더라. 만약에 누가 그들을 속였다면, 어차피 그 사람은 다시는 그 땅에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 강력한 신뢰문화가 있더라. 그게 충격이었다.
조금 다른이야기지만, 미국에서 첫 엔젤투자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타이어 펑크가 난 적이 있다. 보험차를 부르니 2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런데 고속도로 패트롤이 지나가다 차를 견인해주고 안전을 이유로 실리콘밸리 4차선 길을 막아 버리더라. 우리로치면 경부고속도의 4차선 도로를 막은거다. 이게 미국이구나 싶었다. 뜬금없지만, 그때 이 나라에서 하면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있다. 각국의 상황은 어떤가?
3개국 중 한국 여성은 화장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동시에 화장단계 역시 많다. 평균 15단계 이상이다. 또한 남성 화장품의 경우 시장크기로만 보면 전 세계 1위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장이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자 3개국 중 가장 어려운 시장이다.
반면에 중국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유망하다. 우선 중국 여성의 10%정도만 화장을 한다. 더불어 중국 무선네트워크는 현재는 3G지만 근일 LTE로 바뀔거다. 또한 유통되는 화장품의 80%가 모조품이라는 것도 있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볼 때, 우리가 진짜만 팔고, 여성들이 조금 더 화장을 하기 시작하고, 한국에는 못 미치더라도 원활한 모바일서비스가 제공 된다면 앞날을 기대할만 하다.
또한 중국은 한중미 3국 중 가장 이커머스가 가장 발전한 나라다. 아마존 프라임이 이틀만에 배송 되고, 한국 쿠팡의 로켓배송이 하루가 안되서 온다면, 중국 쇼핑몰들은 9~10시간이면 배송이 된다. 그 큰 나라에서 말이다. 더불어 알리바바, 징동(JD.COM) 등 커머스 기업의 고객 센터가 24시간 운영된다.
미국의 경우 결제금액 자체가 여타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에 비해 한 번에 결제되는 금액이 3~4배가 넘는다. 고객수가 적더라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이 좋다. 거기에 페이팔 등 결제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고객들이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특히 고객들의 피드백이 길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싫으면 바로 돌아서지만, 미국 소비자는 경우 뭐가 좋고 나쁘고, 어떤 점을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기는데 적극적이다. 그래서 미국 경영서적을 보면 ‘고객의 피드백에 집중하라’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미국은 피드백에만 집중해도 아주 훌룡한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런 피드백 문화가 있다.
중국에서는 타오바오나 징동 등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형태인가? 아니면 독립 쇼핑몰인가?
독립몰이다. 중국은 경험만 쌓이면, 마케팅 없이도 어느정도 규모는 가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운영을 잘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지 그외 부분은 큰 이슈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구조적인 부분, 법적인 부분에서 막힐 수 있기에 한중미 각국 변호사팀과 물류통관 변호사팀 등이 붙어있다.
3국 서비스 컨셉은 같은가? 과거에는 정기구독 상품이 있었다.
한국은 그 모델이 없어진지 좀 됐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없어지는 중이고. 현재 전자상거래 부분이 가장 크고, 직접제조하는 PB상품이 있다. 세 나라가 기본적인 전략은 같다. 다만 각국의 채널 차이는 있다. 예를들어 미국은 유튜브를 활용한다면, 중국은 요쿠, 한국은 포털을 활용하는 거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맞춘건가? 화장품 오픈마켓이라 이해하면 되나?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화장품 쇼핑몰이다. 미미박스의 파트너가 1000군데 정도있다.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면 3국에서 동시 출시가 가능하다. 그들에게 글로벌 진출 길이 생기는 거고, 우리에게는 유니크한 상품이 생기는 구조가 된다.
미미박스에서 볼 수 있는 유니크한 상품은 무엇이 있나?
고정된 브랜라기 보다 다양한 컨셉의 제품을 선보이려 한다. 예를들자면, 우리가 유튜버들과 함께 기획하고 론칭하는 상품이 있다. 한국 뷰티 유튜버 중에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포니’와 함께 지난해 9월에 론칭한 상품(포니x미미박스)이 40분 만에 25000개가 팔렸다. 온라인에서 기획되어 온라인에서 출시된 최초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저가라인 중에서는 ‘아이엠’ 시리즈가 있다. 올해 600여개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여지껏 출시한 상품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앞서말한 포니x미미박스였다. 구성품은 아이셰도우 팔레트였다. 한국에서 스킨케어 상품은 기존 메이커들이 워낙 잘 만들고 있다. 대신에 메이크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기에 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미미박스의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단순하다. 화장품 판매를 통한 수익이다. 전체 규모로 봤을 때 수수료 비율은 적다. 물류센터가 확보되면서 사입도 진행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도 수익모델이다.
올해 그리고 있는 사업방향을 이야기 해달라.
현재는 한국에서 모바일 비율이 80%를 넘어서고 있지만, 지난해 5월 모바일 판매 비율은 2.8%밖에 되지 않았다. 모바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뼈를 깎는 과정이었다. 조직원들이 항상 PC를 쳐다보고 있기에 회사에서 웹사이트에 접속이 안되게 막아버리기도 했다. 그래야 모바일을 사용하게 될테고 문제점을 찾지 않을까 싶어서다. 업무 환경을 바꾼거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의 수 많은 오류를 찾아내어 고쳤다. 그래서 비율이 현재 수준까지 올라온거라 본다. 물론 현재는 다시 웹사이트에 접속이 된다. (웃음)
회사를 운영하면서 점점 더 욕심이 생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회사의 역량도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줄이고 회사 역량을 필요한 곳에 집중시키려 한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류 뒤에 있는 백엔드 부분이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최대한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이 커머스가 수익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고 본다. 이커머스는 물류사업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부분에 집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