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95] “우리의 경쟁상대는 토익이다” 미티영 김병철 대표
한국에서 영어공부라고 하면 토익으로 대변되는 시험용 영어가 떠오른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 등록된 수많은 영어교육 앱 역시 시험용 영어와 관련된 앱이다. 하지만 토익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회화를 지향하며 개발된 서비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TV로 배우는 영어회화(이하 미티영)‘이다.
미티영은 미국 리얼리티쇼와 토크쇼 방송 대사를 한 줄씩 읽고, 듣고, 보면서 학습하는 영어앱이다. 5분 길이의 방송을 30분 정도 학습하면, 자막없이 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학습 효과가 높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앱의 시작은 개발자 자신의 만족도를 높이는 용도였다는 것이다. 무려 4년 간 자신에게 맞춰 앱을 발전시켜왔고, 그것이 무르익었을 때 마켓에 출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유치도 했고,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25만회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티영의 개발자이자 1인법인을 꾸려 사업을 진행중인 김병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네이버에서 4년 6개월, 교육 스타트업에서 2년 6개월 정도 근무한 뒤 창업을 했다. 법인은 2014년 11월에 설립했다.
1인 기업으로 알고있다.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왜 굳이 법인설립을 했나?
투자를 받으려면 법인설립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시작했다.
충분히 재취업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동기가 있나?
조직생활을 하는 것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동시에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재취업 쪽은 나름 순탄하게 진행됐지만, 창업은 조금 난관이 있었다. 여건상 투자가 되어야만 창업이 가능했기에 여러 VC를 만났다. 하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그래서 재취업 쪽으로 가닥이 잡히려는 순간 초기투자 VC인 프라이머에서 투자결정을 해줬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프라이머 이전 만났던 VC들이 거절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주로 저작권 이슈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서비스가 저작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팀이 아니라 혼자 한다는 것 때문에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머는 투자를 결정했다. 어떻게 인연이 된건가?
프라이머를 비롯해 여러 VC에게 콜드콜을 했다. 사실 VC들이 그런 메일 많이 받지않나? 프라이머 파트너인 이기하 대표도 처음에는 스쳐지나가듯이 메일을 보고 넘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몇 일 뒤에도 생각나더란다. 그리고 다시보니 괜찮다여겨서 연락을 했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고 본다.
프라이머를 만나 서비스 차원에서 개선된 점은 무엇인가?
프라이머가 정말 좋은 것은 멘토링을 해준다는 것이다. 초기 우리 서비스가 리텐션 비율이 낮았다. 1주차 재방문 비율이 25%정도였다가 10%대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때 이기하 대표가 리텐션(재방문)비율을 높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앱의 교육단계를 줄여야 하고, 읽기, 쓰기, 듣기 과정 중 쓰기를 빼자고 한거다.
나에게는 이 앱을 개발하면서 깨지 못하는 룰이 있었다. 읽기, 쓰기, 듣기를 공부한 다음에 영상을 봐야 학습의 룰이 완성된다는 규칙같은거였다. 그것이 내가 5년간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지켜왔던 베이스였다. 그런데 이기하 대표의 피드백을 듣고 과감히 읽기-듣기-영상보기만으로 서비스를 바꿨다. 그랬더니 리텐션 비율이 30%가 넘어갔다. 더불어 결제도 1.5배가 늘었고 말이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절대 깰 수 없었던 부분이었을거다.
결제금액에 대한 조언도 주요했다. 개인적으로 서비스 금액설정을 해본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황당무계한 금액을 상정했었다. 하지만 프라이머 파트너들은 다양한 경험이 있기에 적정한 수준의 금액설정을 할 줄 알더라. 그외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현재 월결제 금액이 3,300원이다. 원래 생각한 금액은 얼마였나?
처음에 월 6 ~ 8만원을 생각했었다. (웃음) 하지만 언젠가는 그 가격으로 할거다. 교육시장은 저가정책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 공부가 되고, 효율이 높다면 돈은 상관없다. 물론 그만큼 서비스가 좋아야 하겠다.
창업자는 서비스를 만드는데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회사 서류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재정 관리도 일이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맞다. 최근 부가세 정산을 했는데, 무슨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가서 씨름을 했다. 개발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하고 있다. (웃음)
뛰어난 개발자라 전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개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앱개발은 2009년부터 해왔기에 쌓아놓은 것들이 있다. 지난 8년 간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오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어떻게 보자면, 창업 전에 시간을 벌어놓은 셈이다. 그래서 개발쪽으로 큰 이슈는 없었다.
1인기업으로 계속 가지는 않을거라 본다. 언제 리쿠르팅을 할 생각인가?
내 BEP(손익분기점)와 합류하는 팀원의 BEP를 넘길 수 있을 때가 적기라 본다. 그 시점이 되면 1명을 채용하려 한다. 참고로, 이번 서비스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그달에 BEP는 넘길거라 예상한다. 가격도 현재보다 조금 더 오르고. (웃음)
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캠프모바일 이람 대표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가볍게 미팅을 했고, 해외진출할 때 도움을 주겠다고 하더라. 감사한 일이다.
서비스 이야기를 해보자. 미티영은 어떤 서비스인가?
미국 TV방송으로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앱서비스다. 유튜브에 올라온 미국 토크쇼와 리얼리티쇼를 소스로 하고있다. 형식은 방송의 대사를 한 줄 씩 한국어로 의미 파악을한 뒤 그 대사의 발음을 듣고, 영상을 보며 익히는 방식이다. 학습이 끝난 뒤에는 자막없이도 영상의 발음이 들리게 구성되어 있다. 1회 콘텐츠가 30초 분량의 짧은 영상과 대사로 구성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한 줄씩 발음을 들으며 읽기, 쓰기, 듣기를 하는 서비스다. 학습이 재미있고, 지속적 흥미 유발 된다는 강점이 있다.
영어 교육앱을 아이템으로 생각한 이유가 있나? 미티영 이전 개발 서비스도 모두 언어와 관련이 있었다.
발단은 개인적 이슈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영어를 잘하지 못해 바가지요금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더라. (웃음) 그래서 막연히 미국드라마나 영화를 자막없이 볼 수 있고, 해외여행 나가서 말이나 편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 혼자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고, 그렇게 나온것이 미티영의 초기버전이다. 그렇게 혼자서 4년 간 사용했다. 그 기간동안 내가 불편한 점이 있으면 고치면서 개발을 진행해 왔다.
영어실력이 향상되었나?
리딩부분 실력이 괜찮아진 것은 확실하다. 더불어 4년 간 개선을 시키다보니 서비스도 꽤 잘 만들졌다 싶었고. (웃음) 그래서 마켓에 출시했다. 다행스럽게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받았던 피드백을 바탕으로 업데이트를 계속 진행했다. 현재 서비스가 5번째 버전이고, 명칭없이 지나간 버전까지 합치면 10가지 버전이 있었다.
어떤 부분을 계속 바꾸고 업데이트 한건가?
우선 나 혼자 사용할 때는 내 환경에 맞춰 변화를 줬다. 지하철로 출퇴근 할 때는 지하철에서 읽고 듣기 편한 서비스였고, 자가운전을 할 때는 음성인식을 적용해 차량에서 활용하기 편한 서비스로 바꿨었다. 그렇게 읽기, 쓰기, 듣기라는 기본적인 형태를 갖췄다. 마켓에 출시한 이후에는 컨텐츠쪽 개선작업에 중점을 뒀다.
미티영 앱의 개발단계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처음에는 막연히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컨셉을 생각했고, 영어공부와 관련된 개인경험을 떠올려 봤다. 나는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를 지문을 통채로 외우는 방식으로 했고, 대학교 때는 발음듣고 외워서 쓰는 방식으로 했다. 더불어 미드 프렌즈의 광팬으로 자막이 있는 버전으로 시즌10까지 전편을 5번 정도 봤다. 이 3가지의 경험을 합쳐서 생각해보니, 한국어 뜻을 알고난 다음에 영어 발음과 텍스트를 접하면 더 잘 들렸던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앱을 만들었다. 그 다음에 발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한 문장씩 읽어주는 콘텐츠를 넣었다. 읽기랑 듣기가 되더라.
이후 내가 어떻게 하면 앱을 더 쓸까를 고민하다 재미있는 영상을 넣기로 했다. 미드를 넣고 통합자막을 넣어서 앱을 만들었다. 학습기능과 영상이 합쳐져서 학습의욕이 높아졌다. 다만 미드 소재와 발음을 그대로 듣는 것은 학습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판단해 유튜브에 있는 토크쇼와 리얼리티 쇼 영상으로 콘텐츠를 변경했다. 그리고 외국인을 섭외해 음성 버전은 따로 녹음을 해서 넣었다. 그렇게 나온것이 미티영의 첫 버전이었다.
여타 영어교육 서비스와 비교해 미티영의 강점은 무엇인가?
컨텐츠를 한 줄씩 따로 녹음을 해서 넣은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다수의 영어 학습앱을 보면 어떤 사람이 상황별 발음을 천천히 읽어주고, 나중에도 그 사람을 발음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학습용 발음만을 학습하는 방식인거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 부분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봤다. 그래서 미티영은 학습용 발음과 실제 영상 발음이 다르다. 이것에 시너지가 있다.
주 사용 연령층을 이야기해 달라.
20대에서 50대까지 분포되어 있고, 주 사용층은 3~40대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고객 중 상당수가 구글플레이에서 첫 결제를 한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다는 증거 아니겠나. 간혹 AS차원에서 사용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게 만난 사용자 대부분이 직장 은퇴이후 인생2막을 설계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한 이들이었다. 여러가지를 써봤지만 미티영이 제일 효과가 높았다 하더라.
또한, 해외에 출장이나 파견을 나갔거나, 영어권 지역에 거주하고있는 사용자들이 상당히 많다. 회화를 빠르게 늘릴 방법을 찾다가 우리 서비스를 알게된 이들이다. 국내에서 돈을 써가며 영어회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않다. 하지만 해외에서 회화공부를 할 수 있는 창구는 학원 이외에는 딱히 없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미티영에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있나?
기능을 넣기보다 빼는데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 BM은 무엇인가?
컨텐츠 사업이다. 월결제로 컨텐츠 비용을 받고있다. 현재는 월결제로만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정기결제를 고려하고 있다.
저작권 관련 법률검토를 받았다 들었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 대한 검토인가?
이슈가 되는 부분은 영상저작권과 영상에서 파생된 2차 저작권이다. 영상의 경우 유튜브의 API를 통해서 재생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없다고 명확하게 결론이 내려진 상황이다. 다만, 미티영이 영상의 대사를 가져와 재활용하는 방식이기에 2차저작권의 이슈가 있다. 이럴때 ‘페어 유즈 독트린’이라고 해서 4가지 공정사용원칙이 있다. 이 4가지를 지키면 원저작자의 허락을 얻지 않아도 사용을 할 수 있는 규칙이다. 미티영은 이 요건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본다. 미국쪽 법률변호사의 검토도 받았다. 그쪽도 공정사용원칙에 충분히 합당하다고 이야기 하더라.
구글플레이에서도 충분히 검수하면서 확인했다고 본다. 과거 구글플레이에서 저작권 문제로 앱이 삭제된 경험이 있다. 영상관련 이슈가 아니라 앱 설명에 사용한 연예인 화면캡쳐 썸네일이 문제였다. 연예인 얼굴을 모자이크해서 다시 재출하니 풀렸었다.
현재 다운로드 수치는 어떻게 되나?
5월 초 현재 25만 정도된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미티영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고있나?
한국에서는 토익의 벽을 넘기는 힘들거라고 본다. 다만 회화에 대한 니즈가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직장인을 타깃유저로 보고있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는 직원 교육에 대한 지원이 있다. 그 시장이 크다고 본다.
또한, 올해 6~7월에는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굳이 영어가 아니더라도 미티영이라는 플랫폼에 다른나라 언어를 넣어도 적용이 될 수 있다. 중국사람이 일본어를, 미국사람이 중국어를 공부할 수도 있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말이다.
끝으로, 앞으로 사업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가치나 미래 방향성이 있다면 이야기 해달라.
미티영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책이고 두 번째가 토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깰 수 있길 바란다. 언어공부에 있어 책은 문법부분을 제외하면 비효율적이라 본다. 회화공부는 얼마나 많은 형태의 문장을 들어보았느냐가 키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일상에서 하는 말의 대부분은 몇십 만 문장 안에서 다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이 익숙해지면 영어를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앱을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 영어공부의 7~80%는 토익으로 대변되는 시험영어다. 개인적으로 낭비라고 본다. 영어공부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