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크라우드 펀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근 많은 유명인사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한 사람들일까? 크라우드펀딩의 의미가 과연 단지 돈을 후원받고, 하는 일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일까? 크라우드펀딩이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건전한 크라우드펀딩 생태계를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자
유명인들의크라우드펀딩
<자료: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스타트업 제품양산을 위한 자금조달부터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 또 개인적인 모금까지. 크라우드펀딩의 활용범위가 확대됨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 유난히 높은 모금금액과 전례 없는 다수의 참여자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유명인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이다. 사실 수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유명인사들의 크라우드펀딩은 성패가 이미 정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인사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나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는 물론, 최근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유명인사를 섭외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프로젝트들은 과연 크라우드펀딩을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좋은 프로젝트일까? 프로젝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보다 보통 그들의 유명세가 더 먼저 점수 매겨지는 이런 프로젝트들을 수치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라 말할 수 있을까?
유명세로 시작하여 유명세로 끝나는 크라우드펀딩
<자료 :Kickstarter>
작년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독일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한 유명 독일 배우 레버 버튼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당연 독보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약 10만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한화로 약 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했다. 이 기록은 당시 킥스타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이름을 올렸었다. 또 다른 기록을 세운 프로젝트는, 과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에서 인기시리즈로 이름을 날려던 의 감독 롭토마스가 TV쇼로만 진행된 드라마를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이다. 이 프로젝트는 약 12시간 만에 목표금액인 한화로 약 20억원 가량을 뛰어넘고, 총 50억을 모금하게 되어 당시 킥스타터가 세운 최고 모금액 기록을 깨뜨렸다.
<자료: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 스타부터 시작해 가수, 연예인을 내세운 프로젝트뿐 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이 정치권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무려 20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이후 많은 정치인들의 이름을 내세운 펀드가 등장하면서 이를 <정치인 펀드>라 칭할만큼 자금을 모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유명인들의크라우드펀딩 성공은 과연 놀랄만한 일인가?
이처럼 유명인들을 통한 크라우드펀딩은 언뜻 보면 놀라워 보인다. 일반 평범한 사람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짧은 시간에 엄청난 금액이 모금되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숫자를 떠나, 크라우드펀딩이 가지는 진짜 의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료: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앞서 언급한 독일 배우가 시작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의 성공은 사실 그의 유명세 때문이 아닌, 신선한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에 유형을 보면, 그들 중 1/3은 교육프로그램에 관련된 리워드를 받는 유형에 참여하지 않고, 리워드를 받지 않은 순수 기부 목적의 유형으로 참여했다. 일반 사람이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을 때, 과연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다른 사례들도 마찬가지로 유명인사들의 프로젝트에 펀딩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것에 대한 프로젝트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유명인을 좋아하는 팬의 마음에서 참여한 것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크라우드펀딩을 하지 않고도 홈페이지에 계좌번호만 올려놓으면 쉽게 모금이 가능한 유명인사들은, 정말로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한 사람들일까?
진짜크라우드펀딩의 의의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적인 기능은 기존의 금융 시스템 하에서는 조달할 수 없었던 다양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중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금융의 한 방식이다. 은행과 같은 기존 금융권에서는 인정해주지 않지만, 현존하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노력들을 알아봐주는 대중들의 평가를 통해 자본이 좋은 방향, 좋은 사람들에게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크라우드펀딩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은 유명세로 프로젝트를 평가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진실성과 프로젝트 속 이야기를 통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내노라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용기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의 도전이 있을 때, 그리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진가를 알아봐주고 투자해주는 대중들이 함께할 때, 크라우드펀딩은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유명인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시도가 의미가 없고 무가치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정말로 자금이 절실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유명인사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려가 되는 부분은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것이 보장된 트래픽 하에 유명인들의 상품성을 곁들인 대단히 특수한 형태로 전락할 때이다. 성공이 미리 점처져있는스타급 프로젝트들만 크라우드펀딩 시장 안에 팽배하게 된다면, 크라우드펀딩을 스타들의 기부함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그 의미가 변질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그 틈에서 살아남지 못한 일반 프로젝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잃으며 결국은 점점 사라질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은 본래 신뢰와 진정성에 기반한 바이럴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정말로 좋은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의 참여 속에 성공하게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유명인사가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팬들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자칫 그 프로젝트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크라우드펀딩의 본래 의미가 상쇄되는 것은 물론, 크라우드펀딩의 성장에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건전한 크라우드펀딩 생태계를 위해서는 유명인, 사회적 이슈들을 다룬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아닌, 크라우드펀딩의 주 투자자들인 일반인들의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것일 때 더 선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무명용사들의크라우드펀딩의 성공
<자료 :Kickstarter>
지금은 유명한 가수이지만, 몇 년전만 해도 길거리 행위예술을 하는 무명가수였던 아만다팔머는 자신의 가치관과 반하는 대형 음반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의 앨범으로 낼 모든 음원을 무료로 배포하며, 이 음원을 음반으로 만들기 위한 제작비를 킥스타터에서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했는데, 그녀는 유명한 가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만에 한화로 약 4천만원을 모금했고, 결국 1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로인해 그녀는 스타가 되었음은 물론, 그녀로 인해서 크라우드펀딩은언더에 있는 수 많은 가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등용문으로 알려졌고, 예술가들과 팬들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아만다팔머는 액수를 넘어서 단지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다른 가수들보다 더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자료 :와디즈>
또한 우리나라에서 크라우드펀딩은 무명 작가들의 출판에 새로운 판로가 되기도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법학 입문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진 법조인 김해마루는 그 꿈을 이루고자 수 년간 법학 입문 자료 <누워서 읽는 법학> 을 만들어 온라인 상에서 PDF형식으로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했었는데, 사람들의 인쇄본 요청이 잦아지자 출판을 결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인 출판을 하려면 개인의 큰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출판된 책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공간을 얻기가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그는 재고를 남기지 않는 선주문후생산 방식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누구나 알만한 성공한 법조인도, 언론에 언급된 사람도 아니었지만, 끊임없는 인기몰이로 총 3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약 30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5천만원 가량이 모금되었다. 또한 프로젝트 종료 후엔 대형 서점에 입점하게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의 긍정적인 생태계를 위해서는
<자료 :와디즈>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계속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고, 그 사이에서, 대중을 시선을 사로잡아 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탄생하게 될 때, 더 긍정적이고 선한 크라우드펀딩 생태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연예기획사를 거치치 않고 스타가 되는 프로젝트, 스타트업이벤처캐피탈의 손을 거치치 않고 시장에 우뚝서는 프로젝트, 무명용사들에게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이름표를 달아 주는 프로젝트들이 크라우드펀딩의시장안에서 보다 더 많아지게 될 때, 크라우드펀딩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 : 크라우드산업연구소 홍나영 연구원(nayoung17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