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토크#1] 택시기사 L씨 ‘카카오택시로 수입이 늘진 않았다. 하지만 …’
지난 3월 31일 출시된 다음카카오의 택시예약앱 카카오택시가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개월 간 250만 가입자를 넘어섰으며, 일 평균 콜은 12만 건을 넘어섰다.
우버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듯 다음카카오는 서비스 출시 전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업계에서 나오는 초반 잡음을 원천봉쇄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택시에 적용된 내비앱 김기사의 개발사 록앤올을 인수합병했으며, 근일 우버 블랙을 벤치마킹한 카카오 리무진이라는 명칭의 고급택시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몇 번 경험한 카카오택시는 편리했다. 현재 위치가 출발지로 자동 설정되기 때문에 원하는 목적지만 입력하고 호출을 선택하면 됐다. 출발지까지의 이동 거리 등 요소들을 계산해 사용자의 근접거리에 있는 기사에게 승객의 호출 내용이 보여지며, 출발지와 목적지를 확인한 기사가 호출을 수락하면 배차 완료가 된다. 승인이 완료되면 택시기사의 사진과 이름, 차량정보가 배차 시 승객에게 전달 되며 승차후에는 안심메시지를 보내게 설정이 되어있다. 기사와 승객 간 메시지 전송도 카카오택시 앱 내에서 가능하며, 택시의 이동경로를 실시간 지도로 볼 수 있기에 사용자는 출발시간 예측도 가능하다. 각설하고.
카카오택시가 출시된지 만 석 달이 되는 날이었던 지난 6월 30일 늦은 오후에 카카오택시를 통해 연결된 개인 택시기사 L씨와 갈현동에서 광장동까지 이동하는 40여분 간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카카오택시가 출시된 뒤 곧바로 활용했나?
그건 아니다. 몇 주는 기존 방식대로 영업을 했다. 그러다 주변 기사들이 다 쓰고있고, 입 소문이 나길래 설치해서 사용중이다. 내비앱도 괜찮고.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싶다.
다음카카오가 서비스 출시 전에 택시 조합이나 연맹과 제휴를 했었다.
맞다. 그래서인지 기사들 사이에 내심 기대가 있었다. 카카오톡은 거의 모든 사람이 쓰는 서비스 아닌가.
카카오택시의 일 평균 콜 요청수가 12만 건이 넘었다.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나?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마어마하게 콜 요청이 뜰 때가 있다. 실제 이태원에서 경리단길, 순천향 병원 부근에서 종종 경험한다. 콜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손님이 내린다음에 카카오택시를 끌 수가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뒤 실제 소득이 늘었나?
다른 기사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난 몇 달 간 월말 결산을 해본 결과 이전에 비해 늘어나지는 않았다.
왜 그렇다고 보나?
카카오택시 사용 유무를 떠나 서울에서 영업하면 30분이상 빈차로 돌아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카카오택시를 활용하면 중간중간에 꽤 괜찮은 콜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기사들마다 자신의 영업 시작 거점이 있다. 내 경우 서울역이다. 아무래도 익숙한 길이기도 하고, 시간대별 차량 유동량이나 손님이 몰리는 곳이 파악이 되기에 영업하기 익숙하다. 그렇다보니 다니는 곳만 다니려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그 영향도 어느정도 있다고 본다.
실제 소득이 늘지 않는데도 카카오택시를 쓰는 이유가 있나?
일단 주변 기사들이 다 쓰지않나. 그리고 거리를 다니면 어디로 가는 승객을 태울지 알 수 없다. 카카오택시는 목적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조금만 더 보완이 되면 승객과 택시 운송업을 하는 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될거라 본다.
기사입장에서 부연하자면, 결국은 소득이 중요하다. 택시기사에게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현재 방식은 플러스 요인이 크지않기에 서비스가 확산되는데 장애가 있을거라 본다.
카카오택시로도 콜을 받지만, 차량에 T맵 택시도 있다. 어떻게 활용하나?
평상시에는 아무래도 카카오택시 활용도가 높다. 아무래도 가입자가 많은 서비스다보니 콜 요청이 많다. 하지만 금요일이나 연휴 전 날 등 특별한 요일, 심야 시간대, 서울 강남이나 신촌, 홍대입구 등에서는 택시를 잡는 승객 입장과 기사입장에서 좀 상반된 부분이 있다.
그때 T맵택시가 유용하다. T맵택시의 경우 ‘추가 요금설정’ 기능이 있다. 사용자가 기본요금에 5천 원 한도 내에서 추가요금을 내는거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수익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병행해서 쓰고있다. (편집자 주 : T맵택시의 추가요금 설정 서비스는 그간 불법 논란 끝에 7월 2일 중단됐다.)
서울시에서 강남역 등 택시잡기 어려운 지역에서 금요일 저녁에 한해 택시 합승을 허용(해피존)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아닌것 같다. 이전 혼탁했던 때로의 회귀다. 코스에 맞춰 손님 태우고 좌석이 찰 때까지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날거고, 그로인해 교통대란이 일어날거다. 도깨비 시장이 되는거다. 의미없다고 본다. T맵택시처럼 플러스 옵션을 제공하면 택시들이 자연스레 움직일거라 본다. 기사들 돈 벌러 거리로 나오는거 아닌가.
다음카카오 설명에 의하면, 카카오택시는 출발지까지의 이동 거리나 실시간 교통 상황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우선 순위에 있는 기사 회원에게 승객의 호출 내용을 보내준다고 말한다.
그런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고, 내 입장에서 보자면 먼저 누르는 사람(기사)이 임자다. 그래서인지 일단 누르고 보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다만 도착지만 보고 잘 못 누르면 기름값이 더 나간다. 실제 7km거리의 손님을 태우기 위해 4km를 손님찾아 간 적도 있다.
선호하는 손님유형이 있나?
당신같은 유형이 A급이다. 차가 막히는 시간대도 아니고, 가는 길도 편하다. 거리도 20km가 넘으니 시간대비 택시비 요율도 좋다. 운수좋은날인거다. 게다가 취소율도 낮다.
특A급이라면 인천공항으로 가는 승객이겠다. 공항에서 빈차로 나온다 해도 시간대비 택시비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는 어떤 유형인가?
아무래도 기본요금 거리다. 승객과 근접거리에 있는 기사들이 콜을 받아주면 좋은데, 기본요금 거리는 잘 안받는 경향이 기사들에게 있다. 그러다 보니 멀리있는 기사가 콜을 받아 이동을 하는데, 손님을 태우고 이동하는 거리보다 손님을 찾아가는 거리가 더 긴 경우가 있다. 손님에게 불만이라 할 부분은 못 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허탈한건 사실이다.
승객의 취소율이 높은 경우는 어떤 사례인가?
근거리에서 많이 일어난다. 카카오택시로 콜을 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경우다. 꽤 빈번하다.
심야시간 취객으로 인한 이슈는 없었나?
왜 없겠나? 호출을 받고 도착했더니 30분 더 술 먹고 나올테니 기다리라는 사람도 있더라. 물론 취객으로 인한 황당한 사례는 택시 예약앱을 사용하기 전에도 있었다.
카카오택시나 T맵택시 등 택시예약앱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택시는 기사가 친절하고, 차가 좋고, 깨끗하고 등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빨리 승객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와 승객의 필요성이 만나는 곳에서 효용가치가 있는 합리적인 옵션들이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