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잡이좋소#24] 더 먼 곳으로의 비행을 꿈꾸는 비행사들, ‘피자알볼로’
“오피스N 굿잡이 좋은 회사를 소개시켜 드립니다.” 스물네 번째 이야기_피자알볼로
작년 이맘때쯤, 친한 선배가 목동 모 공연장에서 밴드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친구네 커플과 구경 간 적이 있었다. 공연이 1부에서 2부로 흘러갈 때쯤, 갑자기 공연장 문이 열리더니 맥주와 피자알볼로가 보낸 피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올해 초, 젊음의 기운을 한껏 느끼려 홍대 거리를 걷다가 버스킹 공연을 보고 있는데, 또 피자가 등장했다. 이번 역시 피자알볼로의 피자였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자꾸 이어지는 피자알볼로의 등장에 의문이 생길 것이다. 공연을 했던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아직 유명하지도,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지도 않은 우리 같은 밴드를 감사하게도’ 응원해주고, 후원해주는 피자알볼로는 대한민국의 문화사업과 목동의 마을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대한민국 전통 수제피자 프랜차이즈 기업 ‘(주)알볼로에프앤씨’는, 물론 본업에 충실해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한국전통피자가게를 만들자“라는 목표로 열심히 피자를 만들고 있지만, 그 외에도 지역상권 활성화, 모든 사람들과의 상생, 배달업 인식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곳에 힘쓰고 있다.
문화생활을 즐기다가 우연히 피자알볼로의 은혜(?)를 두 번씩이나 입은 나는, 단순히 ‘피자가게’로 알려진 그 회사에 대해 좀 더 파헤치고 싶어졌고, 이렇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100개의 매장, 1000개의 매장을 만드는 것보다, 의미 있는 사람들과 함께 100년 이상 가는 장인의 가게를 만들고자 꿈꾸는 피자알볼로의 굿잡 이야기다.
‘피느님’을 만드는 피자알볼로 식구들
착한 오지랖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작년, 목동의 한 공연장에서 피자알볼로로부터 뜻밖의 피자를 선물 받았다. 당시 피자알볼로가 피자를 보내준 이유는 ‘공연’과 ‘목동’이였다.
피자알볼로는 인디밴드를 후원하거나 문화공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공연과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한편으로는 지역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피자알볼로 본사가 위치한 목동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둘 다 굉장히 의미 있고 뜻 깊은 활동이지만, 이 단락에서는 피자알볼로의 ‘골목상권 상생 프로젝트’, 일명 ‘ALVOLO 마을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알볼로마을 프로젝트는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기업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피자알볼로의 움직임으로, 지역 상권 커뮤니티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다. 피자알볼로 역시 작은 골목에서부터 시작했기에, ‘장사’라는 소명 하나로 골목 상권을 지켜온 상인들의 노고와 마음을 이해하고, 그로써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우리는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커뮤니티야”가 아닌, 정말 서로가 상생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피자알볼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진짜같이 잘 만들었다!
마을 내에 위치한 가게에서 매일 본사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게 하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 알볼로 마을 지도를 만들어 서로의 가게 정보를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거나, 마을 내의 가게를 이용한 후에는 피자알볼로의 사내카페 10% 할인이용 혜택을 주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한, 소소하지만 세심한 노력들이다. 또한 알볼로마을, 주민들 간의 소통, 상생을 위해 마을 주민 간에 지식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동네야학당’도 후원 중이다.
피자알볼로는 ‘골목상권을 책임지고 지켜온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진짜 장인’이라는 생각과 피자알볼로의 지금을 만들어준 ‘그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한다.
피자알볼로의 상생을 위한 ‘오지랖’, 이런 오지랖이라면 언제든 대환영이다.
작지만 큰 배려
집에서 나와 타지(그래봤자 인천에서 서울이다.) 생활을 한 지 어느덧 7년째다. 나처럼 자취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아마 부모님 얼굴보다, 단골 음식점의 배달업 종사자 얼굴을 더 많이 봤을 것이다. 중국집, 피자가게, 냉면가게, 치킨가게, 분식점까지, 일주일에 거의 2~3번꼴로 음식을 배달 시켜먹다 보니 웬만한 배달사원과는 친근감까지 들 정도다.
나를 포함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의 심리는 대개 비슷하다. 보통 ‘귀찮다’는 이유로 음식을 시킨다.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비가 와서 귀찮고, 눈이 와서 귀찮고, 추워서 귀찮고, 더워서 귀찮고, 주말이라서 귀찮고, TV에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귀찮고, 시간이 늦어서 귀찮고, 뭐 그런 식이다. 생각해보면 배달해주시는 분들도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에는 험한 도로로 나서기 힘들 테고,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이나 재밌는 축구경기가 있는 날엔 집에서 가족들과 TV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할 것이다.
가끔 그런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 배달 음식의 유혹은 뿌리칠 수가 없다. 그래서 늘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라는 인사로나마 괜히 죄송스런 마음을 대신하곤 한다. 그런데 참 마음 아프게도, 이렇게 고생하시는 배달 직원들에 대한 대우와 업무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수많은 고객들이 배달업 종사자를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단순히 ‘전달자’로 인식하고 불친절한 태도로 그들을 대한다거나, 배달 근무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지만 계약상의 문제로 아무런 지원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생계의 위협까지 느끼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피자배달로 배달업 종사자들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해온 피자알볼로는 위와 같은 배달 직원의 고충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그들과 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각종 캠페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피자알볼로의 메뉴인 ‘어깨피자’ 한 판을 판매할 때마다 배달업 종사자들을 위해 100원이 적립되는 ‘어깨피자 캠페인’을 상시 진행 중이며, ‘배달의 신 UCC프로젝트’, 웹툰 제작 등의 활동으로 일반 고객들과 함께 배달업 종사자들을 장려하는 동시에, 연말마다 배달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행사까지 연다. 지난 6월에는 피자알볼로에 근무 중인 배달종사자, 이른바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깜짝이벤트를 진행하고 관련 캠페인 영상까지 제작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어찌 보면 크지 않은, 굉장히 소박한 배려와 이벤트지만 서비스업에 한번이라도 종사해본 이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회사 측의 작은 배려와 고객의 미소 하나만으로도, 마음가짐과 업무성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피자알볼로의 배려는 사내 배달 문화에 성공적으로 작용했다. ‘어깨피자 캠페인’의 경우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매출 증가 효과까지 가져왔으며, 회사가 지원한 병원비로 재활 치료에 성공해 다시 피자알볼로의 식구가 되는 라이더가 생겨났다.
택배, 배달음식, 퀵서비스, 우편 등 일상에서 거의 매일 접할 수밖에 없는 배달서비스,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단 다시 한 번 그들의 노고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피자알볼로가 제공해주고 있는 것 같다.
슈퍼스타 알볼로
대학생 시절에 모 기업에서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면접의 기회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 땐 취업을 고려하지 않고 있을 때라서 ‘면접’이라는 자리도 굉장히 낯설었다. 네 명의 지원자가 함께 면접장에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그 때가 아마 20살, 21살 정도밖에 안됐을 때니 ‘스펙’으로 따지자면 함께 들어간 넷 중 내가 가장 뒤처졌다.
면접관이 “뭘 잘하느냐”, “자신만의 강점이 뭐냐”, “합격이 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라고 묻는데,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의 답변은 “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했다. 그렇게 감탄하는 사이 내 차례가 왔고, 딱히 내세울 게 없었기에 “저는 춤도 잘 추고, 남을 설득하거나 꼬시는 말을 잘합니다. 그리고 잘 놉니다.”라며 헛소리(!)를 해버렸다. 그리고 그 헛소리로 인해 면접장에서 춤까지 추고 나왔다. 그 당시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후회와 창피함이 밀려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라서, 그 때의 나였기에 그런 대단한 멘트와 멋진 행동을 질러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교 졸업 후 정식으로 취업을 위해 몇 군데 면접을 봤는데, 결국엔 나도 있는 스펙, 없는 스펙 다 끌어와 재미없고 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정말 잘하는 것,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것, 남들과 달라 보일 수 있는 것들이 내 속에 한 가득인데, 만약 회사 면접장에서 그런 패기를 보였다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쫓겨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처럼 이력서 상의 ‘스펙’보다는 잠재된 ‘끼’가 가장 큰 장점이고, 강점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것을 장점, 강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듯싶어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피자알볼로는 보여 지는 스펙이 아닌, 감춰진 끼와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작년부터, 자신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면접을 진행해 왔다. 능력과 스펙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끼와 열정을 가진 인재를 얻기 위해, 피자알볼로 기존 식구들이 면접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까지 한다.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을 뽑는 자리인 만큼,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 점수는요.”
그들만의 이 독특한 면접방식을 통해 끼 많고, 열정적인 이들이 현재 피자알볼로에 함께하고 있다. 그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그들이 만들어 나갈 피자알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피자’와 ‘상생’을 싣고 떠나는 비행
피자알볼로 사옥은 격납고(비행기나 비행선을 넣어 두거나 정비하는 건물)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회사’라기보다는 그런 콘셉트를 가진 ‘매장’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굉장히 예쁘고 독특하다. 피자알볼로가 회사를 그렇게 꾸민 이유는 단순히 인테리어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비행’으로 표현한다. 피자알볼로라는 이름도 이태리어 ‘alvolo(알볼로) : 비행하다, 비상하다‘에서 따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더 큰 비행과 비상을 꿈꾸며, 그들의 사옥까지 비행기, 격납고 콘셉트로 꾸며냈다.
피자알볼로가 더 높은 비행을 위해 만들어가고 있는 비행기에는 그들만 탑승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피자도 실어져 있고, 그들과 함께하는 구성원, 점주, 협력업체, 고객, 그리고 알볼로마을의 장인들까지 함께 탑승해 비행 중이다.
그들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피자’, 그리고 그들이 가장 이뤄내고 싶어 하는 ‘상생’. 이 두 단어를 싣고, 오늘도 더 큰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피자알볼로, 좋은 회사로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