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창업을 위한 시기
지인 버나드가 진행한 인터뷰 기사 – 망할뻔한 회사를 약 1000억원에 엑싯시킨 벤처 롤러코스터 이야기 – 를 얼마전 흥미롭게 읽었다. 다소 길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일독을 권한다.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창업에 좋은 시기는 두번 있다. 한번은 젊고 가족이 없을때. 당신이 열아홉살이라면 기본적으로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하루에 스무시간씩 일할수 있다. 이때가 창업을 하기 좋은 첫번째 시기다. 두번째는 회사원 생활을 접을 무렵. 통장에 어느정도 저금해놓은 돈도 있고, 아이들은 이제 어느덧 성장해서 당신 곁을 떠난 상태일 것이다. 이제 좀더 작은 집으로 옮길수도 있을 테고, 시간과 그간 얻은 지혜를 전부 당신 일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시기 이외에 창업하는 것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선택이다.”
“There are two good times to start a company. The first is when you’re young and have no family, you live off your family at home, and you can basically work twenty hours a day because you’re nineteen. That’s a great time to start a company. The second is when you’ve finished the corporate career path, you’ve got money in the bank, and your kids are grown and gone. You can downsize your property and afford to basically give all your time and wisdom to a company. Everything in between is a nightmare.”
바로 정확히 그 선택을 한 사람으로써, 이게 정말 악몽과도 같은 선택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입장에서, 특히나 아직 자녀들이 한창 어린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아빠와 남편을 묵묵히 지원해주는 우리 가족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 아직까지 나는 악몽같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와이프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확신은 없다.
스타트업은 – 아니 적어도, 어쩌면 더 정확히 말하면, 스타트업 문화는 – 라면만 먹고도 며칠밤을 너끈히 새고, 그러면서도 파티와 네트워킹도 좋아하고 즐기는, 20대 초반의 남자들 문화(bro culture)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스타트업 세계에는 남녀차별, 인종차별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세대차별도 알게모르게 존재한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도 하이텍 회사의 창업자들의 평균 나이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 만39세라고 한다. 또한 하이텍 회사에서 50대 이상의 임원(내지는 창업자)이 29세 이하보다 두배 더 많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쪽에 더 동의한다. 프로야구 선수도 50대까지 하는 선수가 있고, NFL 쿼터백도 40대 중반까지 하는 선수도 있는 마당에, 엄연한 사무직인 스타트업에서 나이가 대수랴. 나 스스로에 대한 위안때문만은 아니다. 조금 이룬것 있다고 아주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놀생각만 하는 사람들 보면 좀 그럴때가 있다. 공 찰수 있을때 현역에서 더 많이 뛰어줬으면 좋겠다.
관련해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적으로 대학생 인큐베이터 말고도 삼성/NHN등 대기업 경험을 갖춘, 나이가 좀더 있는 분들에 대한 창업지원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 – 문화차이, 교육환경 차이 등 – 으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미국 대학생들을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학생들의 창업문화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충분히 있을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미국에선 대학교 나오자마다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대학교 나와서 번듯한 직장부터 잡으려고 한다, 따라서 대학생 창업문화를 더 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한다. 맞는 부분도 당연히 있고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던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도 분명히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런 면에서 무조건적으로 비판적 관점만 가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수 있다고 본다.
고등학교때까지 십수년동안 입시지옥에 살아남기 위해서 집에서 뒷바라지한 것을 생각하면, 일단 부모님이 원하는 번듯한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몇년간 살면서 ROI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드리고, 자신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한국사회 특유의 소위 “간판”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마치 압력솥에서 김을 조금만 빼주듯이 살짝 누그러뜨려 주면서, 동시에 사회생활과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경험도 월급 받아가면서 쌓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몇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큰 조직의 답답함을 느끼고 이제 그동안 꿈꾸어왔던 창업의 길을 조심스레 걸어가고자 하는 팀에게 자본과 멘토링 등 창업지원을 “그들의 환경에 맞게” 해주는 것이 더 한국적 상황에서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Y 컴비네이터가 아니라 ex-대기업 컴비네이터라고 할까? 분명 그러한 그룹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그들에게 줄수있는 조언은 대학생 창업팀에게 해줄수 있는 조언과는 다를 것이다.
창업에 맞는 나이 이야기 하다가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 나이먹고 나서 하는 창업은, 물론 당연히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을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 : 김창원
원문출처 : http://www.memoriesreloaded.net/2012/09/blog-post_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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