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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돌 프로젝트 #10] “창업? 내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데이터스퀘어 박순영 대표

데이터 스퀘어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시스템 개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2011년 9월에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 박순영 데이터스퀘어 대표의 나이는 23살로, 대학에 재학중인 상태였다. 박대표가 27살이 된 현재 데이터스퀘어는 여전히 존속하는 기업이자 지난 2014년에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파이브락스(5Rocks)와 함께 아시아 100대 벤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기도 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지도’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던 개발자 출신 박대표가 어떻게 창업을 시도했는지,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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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망설여지거나 고민이 많지는 않으셨어요?

제 주위의 사람들은 제가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생각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던데, 사실 저는 생각이 많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든 일단 일을 벌려 놓은 후에 수습하려고 생각을 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사업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거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창업으로 이어졌고요. 그리고 관리할 것이 많아져서인지 지금이 창업초기보다  더 생각이 많아요. (웃음)

창업을 시작하실 때 비전이 있었다면요?

초반에는 비전이라기 보다  유저의 반응에 대한 수치가 뚜렸했어요. 예를 들면 ‘내가 만든 서비스를 몇 만 명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어떤 파장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그 수치만 달성하면 된다고 봤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해요. 그 가치관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창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비전이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봐요. 그 가치관이 제 사업의 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창업자의 동기부여와 팀원의 동기부여는 다를텐데요. 어떻게 하셨나요?

그 부분은 저도 배우고 있는 중이예요. 예전에는 분명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계산적이었죠. ‘이 사람은 이걸 제시하면 올 것이다’라는 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런 계산적인 제안보다도 같이 하자는 진심을 보여줬을 때 팀원들이 함께 하더라고요.

작년에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팀원들이 동요해 나가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했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남아 있더라고요. 회사를 안 떠나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이 나갈 이유도 딱히 없더라고요. (웃음) 조금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팀원들이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이런 현상은 회사에서 팀원들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줄 때 생겨요. 그리고 대표의 보여주기식 동기부여가 아니라, 본인의 철학에 맞게 원칙을 지키며 묵묵히 일을 진행하는 모습에 따라오고요. 이 방법이 어렵다면 팀원의 동기부여를 담당할 수 있는 팀원이 있는 것도 방법이겠죠.

창업을 위한 첫 스타트는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하고자 하는 일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첫 시작점으로 잡는게 좋다고 봐요. 프로토타입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지인을 활용한 형태로 말이죠. 요즘 제가 개발중인 ‘버킷츠’란 서비스가 있어요. 내가 관심 있는 상품의 카테고리를 미리 선택해 놓으면 그 관련 상품들을 카탈로그 형태로 메일이나 푸시를 통해 내게 알려주는 서비스죠. 만약 이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든다면, 사이트의 초기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지인들 몇몇을 모으고 그 지인들에게 관심 상품을 묻고 그 상품에 대한 시장의 정보들을 정리해서 카탈로그식으로 보내 주는 거에요. 그런 다음 반응을 보는 거죠. 내가 보낸 정보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더 나아가 내 카탈로그를 통해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는지를요. 이런 방식으로 기술 기반의 사업이라도 실제 프로토타입을 진행할 수 있어요. 그럼 사업성도 눈에 보이고 개발 없이도 경험을 얻게 되는 거죠. 그리고 결국 이런 조그마한 노력이 창업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창업을 시작하는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한번 해보자’라는 식의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특정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하는 타입이에요.

첫 번째 타입의 사람은 반드시 기간에 대한 명확한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봐요. 몇 년 차까지 ‘어떤 경험’과 ‘일정 수준의 소득을 얻겠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치와 한계선을 잡고 일을 시작해야 일에 끌려 다니지 않아요. 젊기 때문에 모든 경험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남는 것 하나 없이 쓸데 없는 일에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돼요.

두 번째 타입의 사람이 만약 전문영역이 있고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면, 그 분야에서 제대로 일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기업에 입사해 커리어를 쌓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그런데 제 생각에 창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본인은 어느 타입에 가까웠나요?

저는 두 타입 모두 다 섞여 있었어요. 초반에는 첫 번째 타입이 강했고, 올해 접어들면서 두 번째 타입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지난 5년의 사업을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 그리고 돈을 벌고 싶었던 단계가 시작이었고, 사기를 당하고 난 후 회복하는 두 번째 단계였어요. 두 번째 단계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과 성과가 나와야 하는 일들 위주로 했죠.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마음의 여유도 조금 생기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단계예요. 그리고 우리만의 가치와 비전을 만들고 그 가치를 쫓기 위해 일을 진행하고 있고요.

23살에 창업해 5년째 이어오고 있는데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사기 당했던 때였어요. 외부도 아니고 내부의 이슈였어요. 당시 회사의 한 팀원이 저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아 전적으로 믿었는데 일을 저지르더라고요. 그 때 일로 생긴 1억의 빚을 갚느라 신체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밤낮 할 것 없이 1년 내내 일이 들어오는 대로 다 하면서 갚아 나갔죠. 스타트업 초반이기도 했고,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은 일이라 정신적인 부담도 컸어요.

최근에는 초기부터 사업을 함께 해온 팀원들과 이별할 때 힘들어요. 오히려 사기 당한 경험보다 정신적으로 이게 더 데미지가 있어요. 인간적인 상실감에서 오는 어려움이죠.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그 문제 자체에 대해 감정 이입을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제가 매달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해결 되지 않는 문제에 감정 소모를 하고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다 보면 해야 할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돼요. 그래서 그 문제에서 잠시 떨어져 일상 생활 속에서 활기를 얻고 여유를 얻은 다음 문제를 바라보는 편이예요. 객관적인 마음으로 볼 수 있더라고요.

대략 3~5년 차 내를 데스벨리(Death Valley)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데스벨리는 특정 기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있다고 봐요. 그 규모와 기간이 다를 뿐이지 늘 새로운 방식의 데스벨리가 찾아와요. 그래서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스타트업이고, 늘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그 어려움을 겪을 때 지혜롭게 극복해야 이후에 찾아올 어려움을 해결할 바탕이 된다고 보고요. 그리고 그 시기를 한번 보냈다고 해서 지나치게 안심하거나 안주해서도 안 돼요. 언제나 준비된 마음이어야 하죠.

창업을 하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 사업을 하면서 내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봐요.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서 살 필요도 없고요. 물론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비전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창업의 장점이죠.

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제가 한 일을 통해 스스로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에요. (웃음) 처음 제 월급을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월급 받을 생각을 못했어요. 아니 안 했어요. 팀원의 월급은 꼭 챙겨야 하지만 대표는 자신이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받아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이게 참 힘든 부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만큼의 각오와 책임을 지는 것이 대표라는 직책인 것이겠죠.

5년차 창업인으로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요? 

창업은 쉬운일도 아니거니와 제 사례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도 아니기에 명확하게 조언을 드리기는 어려워요. 다만 보편적인 것을 말씀드리자면, 근래 정부가 청년들의 창업을 위해서 많이 지원하잖아요? 인큐베이팅 사업도 많고요. 시작할 때 그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창업이라는 모험의 위험도를 조금 낮춰 주는 안전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가 확정이 되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그 일을 시작해야 해요. 예를 들어 IT 서비스에 관한 일이라면 코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습득해야 해요. 어떤 메커니즘으로 개발이 진행되는지 그 흐름을 알아야 하는거죠.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상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볼 수 있어요.

끝으로 처음부터 팀원 간의 역할을 정확히 나누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초반에 각자의 역할을 불분명하게 나누면 사업을 진행하는 중에 많이 싸우게 되더라고요. 초반부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나누어야 해요.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 명확해 졌으면 그에 대한 대가도 정확히 나누어야 하고요. 신뢰 관계가 잘 구축이 되어 있지 않다면 보상이라는 정확한 피드백이 있어야 해요.

원문 : 내 일을 하는 것의 즐거움 

희망돌프로젝트 공동기획자 / 희망돌 프로젝트는 한국,중국,미국의 청년 창업가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예비창업자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막막한 창업 준비에 조그마한 디딤돌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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