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이란 의미를 담고있는 ‘마르코 로호‘는 기부 캠페인이라는 다소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이미 두차례 크라우드펀딩을 성공한 기업이다. 크라우드펀딩을 기반으로 현재는 자체 판매 채널과 홍보 채널을 다지며 성실히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신봉국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르코 로호가 어떻게 그들의 첫걸음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신봉국 마르코 로호 대표/와디즈 제공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을 많이 다루었는데, 기업인 마르코 로호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했었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첫번째 프로젝트는 기부 팔찌였다. 독거 노인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팔찌를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식이었고,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1,2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달성했었다. 두번째 프로젝트는 기부 맨투맨 티셔츠였다. 노인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수익금 전액을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기금과 일자리 창출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역시 크라우드펀딩으로 3,5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제품과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를 모두 매력적으로 담아낸 프로젝트 기획이 인상깊었다. 크라우드펀딩 페이지를 구성하는 스토리 작성 팁이 있다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대표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다. 마케팅 대행사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턴은 결코 작성할 수 없는, 이 회사를 존재하게 한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 부분을 너무 상투적이지 않게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공익적인 가치에 치우쳐 제품의 매력이 묻히지 않도록 노력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꽂히는 감성적인 사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꽂히는 사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가치도 함께 전달하는 윤리적 소비를 지향한다. 따라서 사진에도 그 감성이 녹아 들 수 있도록 특별히 노력했다. 촬영 시 팁이라면, 일단 정말 많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큼, 매력적인 사진인가?’를 가늠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투표를 받기도 했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사진인가?’를 고려한다. 배경이 예쁘게 나왔어도 할머니가 너무 작게 나온 사진은 선택하지 않았다. 반면 미처 보지 못했던 할머니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사진을 스토리에 실었다.
신봉국 대표가 선정하여 프로젝트 스토리에 실린 사진/와디즈 제공
공익적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다수의 팀들이 마케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너무 상업적으로 비춰지면 어쩌지”하는 고뇌에 빠지곤 하는 것 같다. 마르코 로호는 이런 딜레마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왜 없었겠나. 우리도 처음에 그 부분에 대해 정말 고민이 많았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이를 미리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조언은, 기업과 기업 대표가 직접 홍보 메시지를 내보내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 3자를 통해서 전달하는 메시지, 이미지는 상업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이 홍보 문구를 작성하고 댓글을 작성하고, 홍보를 요청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성이 담기게 되고, 이것이 사람들에게는 호소력 있게 다가간다고 본다.
물론 직접 홍보를 하더라도 유의해야할 점은 있다. 바로 나의 프로젝트에 알맞은 채널과 매체를 통해 마케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최저가 물건이 매매되고,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30초만에 글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해당 커뮤니티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제품의 단가일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마저 폄하되는 경우가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마케팅 채널의 특성을 파악하고 고려하여 광고를 진행하였다. 광고 효과가 있을지라도, 프로젝트가 공감 받기 어렵고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되는 채널에는 과감히 광고를 진행하지 않았다.
펀딩 프로젝트 홍보 시, 여러방면으로 신경써야 했을 것 같다. 프로젝트 홍보는 어떻게 진행 했었나?
기존에 전혀 사업을 전혀 해본 사람이 아니었기에 아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팀들은 도대체 어떻게 1,000만원을 모았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 너무 궁금했었다. 그래서 와디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비슷한 분야에서 성공한 팀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했다. 그 중 연락이 닿은 팀이 세월호 추모 관련 프로젝트를 성공했던 팀이었다. 그 팀에서 나의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여줬고,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남겨주기도 했다. 실제로 그 글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유입되었고, 펀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후에는 유대감이 높은 커뮤니티들을 통해서 홍보를 많이 했다. 이를 바탕으로 입소문이 났다.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는 이들도 늘었고. 프로젝트 오픈 1주차에는 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펀딩이 진행되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전혀 일면식 없는 사람들로부터 참여가 이루어졌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비즈니스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일단, 가장 핵심적이었던 것은 법인 설립 전에 매출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부 팔찌를 판매했던 첫번째 프로젝트 이후 자체 웹페이지를 구축 했다. 그리고 두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펀딩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의 사이트에서 재구매할 수 있도록 여러 이벤트를 했었다. 효과가 있었고 이것이 크라우드펀딩 종료 후에도 꾸준히 매출로 이어졌다.
사업 초기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어 제대로 꽃피워보지 못하고 지는 사업이 많은데, 우리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처음 몇 십 명의 좋아요로 시작했던 마르코 로호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한 달 만에 1만 2000명의 구독자를 모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우리의 팬이 생겼다는 점이 무척 반갑다. 열혈팬 중 일부는 다음 캠페인이 뭔지 직접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
두 번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성공으로 대통령직속청년위원장상을 수상한 신봉국 대표/와디즈 제공
연락이 오는 것이 팬만은 아니라고 하던데?
사회적 기업들로부터 콜라보 캠페인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더불어 포토그래퍼 분들과 협업 사진전, 컴퓨터 전문가 분들의 재능기부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생들이 봉사활동 참여를 희망해서 논의 중에 있기도 하다. 참 감사한 일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꼽아달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펀딩이 멈췄을 때였다. 반면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우리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에게 헌신하셨던 할머니를 외면했던 자신을 반성하였고, 주말에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글을 읽었을 때다. 내가 사업을 시작한 후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기도 하다.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아, 이거다! 내가 이래서 이 사업을 시작했지!”라는 뭉클한 마음이 문득 문득 스칠 때가 많았다. 마르코 로호의 가치들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향후 크라우드펀딩에 재도전할 계획이 있나?
물론이다. 1차, 2차 때는 할머니들의 일자리 창출과 생활/복지를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였다면, 3차, 4차는 교육과 환경 쪽의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한다. 새로운 캠페인의 시작은 늘 크라우드펀딩으로 하려한다. 소비자의 의견을 먼저 들을 수 있고,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르코 로호의 새로운 캠페인도 기대해달라.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처음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을 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그 때 든 생각이,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다른이들도 분명 나처럼 출발선에 섰을 때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일단 부딪혀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시작한 이 일에 애정과 열정을 듬뿍 담아 진행하길 권한다. 예상보다 풍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글 : 지현정 現 와디즈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 / 現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 jhj@wad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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