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가 (시장성)
지난 글에서 인용했던 Paul Graham의 “How to start a start up” 중 스타트업이 창업하여 성공하기 위한 세가지 조건 중 두 번째가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 한 바 있습니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만든다는 것은 ‘시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도 일맥상통 합니다.
기업은 시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제품으로 시장을 새로이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선택 받아야 합니다.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의 대다수는 해당 기업의 제품이 고객들에게 선택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영역에서 시작되기에 시작단계에서의 시장의 크기도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 이런 작은 시장은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 기업들이 쉽게 진출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향후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면 대기업이 진출하려 할 테니 그 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선도기업이 되어 해당 시장을 선점하든지 연합하여 몸집을 키우는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든 고객들에게 먼저 선택되어 시장성을 갖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시장성
스타트업이 타겟으로 하여 시장성을 갖추기 좋은 시장은 기존에 존재하는 영역의 작은 틈새에 매니아층을 보유할 수 있는 시장, 새로운 기술을 발빠르게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 선점할 수 있는 시장, 미래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여 해당 영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장 등이 있을 것입니다.
- 마니아층이존재하는 틈새시장
틈새시장은 크기는 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고객층이 있고, 그 고객들이 제품에 대하여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으로 구성된다면 그 곳은 크기와 무관하게 알찬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마니아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경우는 충성도 역시 매우 높고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회사를 알리는 마케터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 자동차, 사진 등의 취미 생활을 통해 관심있는 분야의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모임에서 사업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는 개인화되는 소비성향에 맞추어 기성품을 개인별 맞춤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소비하며 남들과 다른 자신을 드러내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통해 규모는 작지만 확실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는 “업종”에서 그 마니아층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업화하고 입지를 구축한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을 확보함은 물론 충성 고객으로 인해 경쟁자들의 도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 기술변화의빠른 활용을 통한 시장 선점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모든 사람이 작은 컴퓨터를 휴대하며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변화를 빠르게 활용하여 스마트폰에서 작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를 통하여 사람들의 생활 행태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트업의 시장 창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메신저앱인 카카오톡을 주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더불어 메신저 시장을 선도해나간 카카오는 초기에 무료로 메신저를 배포하여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장악한 이후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그 당시에 카카오가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확신한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이 영역은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 스타트업들의 시도를 통하여 시장이 빠르게 형성됩니다. 물론 추후에 수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 미래의변화를선제적으로 반영한 시장 개척
스타트업이 기술영역에서 미래에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트렌드를 한발 앞서 실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작고 빠르게 움직인다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이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영역에서 많은 창업 기업이 탄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헬스케어 부문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보도가 지속됩니다.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던 시장이 온라인을 통해 연결되는 O2O 분야는 이미 배달, 부동산 중개 등으로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시장입니다. 인터넷 연결 기기들의 비용이 낮아지면서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수 있는 IOT 분야도 전망이 밝다고 하고, 이로 인해 촉발되는 Data Science 분야 및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는 보안 분야 역시 미래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시장이 끊임없이 개척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머신러닝, 로보틱스, 무인자동차 등 새로운 영역은 계속 늘어납니다.
특히 이러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사람들에게 먼저 소개하며 세상에 변화를 확산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잠시 불어왔다가 지나가버릴 트렌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영역에서 실제 스타트업이 창출해낸 새로운 기술로 인한 변화의 움직임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영역을 잘 찾아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지식 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집단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려면 그들이 만들어가는 미래, 만들어가는 시장을 봐야 합니다.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고객을 설득하여 어떤 시장을 만들어갈 것인지. 스타트업에게는 그 설득의 과정이, 투자자들에게는 그 검증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스타트업도 성장하고 투자자도 조금 더 확실한 투자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박진규 現 와디즈 전략기획팀장 / 前 산업은행 기업금융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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