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투자인사이드⑥] 금융 프로슈머들의 공간, 크라우드펀딩
앨빈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프로슈머(Producer 생산자 + Consumer 소비자)의 시대가 도래한다. 산업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엄격한 구분이 사라지며 소비자의 역할이 커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소비만을 담당하던 사람들이 생산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게 되는 소위 “프로슈머”가 부상하면서 기존의 “소비”와 “생산”이라는 이분법적 체제 하에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상품들과 서비스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이미 제조업 분야에서는 3D프린팅을 이용하여 프로그램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형태의 유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조업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케아(IKEA)와 같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며 일부 DIY 형태로 제공하는 회사도 존재합니다.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원하는 재료들을 소비자가 선택하여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여 제품의 제작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금은 프로슈머들을 이용한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금융 프로슈머들의 공간, 크라우드펀딩.
이와 같은 프로슈머의 시대에, 금융의 영역에서도 프로슈머들이 기지개를 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은행, 증권사 등 소수의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금융투자상품을 일방적으로 소비해야만 했지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금융의 영역에서도 프로슈머들과 같은 소비자들이 나타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금융의 본질인 ‘연결’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융 프로슈머(Fin-Prosumer, Financial Prosumer)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크라우드펀딩 생태계가 건강하게 조성되면 생태계 내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최초에는 단순한 투자자였던 사람이 향후에는 자금을 직접 모집하는 발행인이 되고,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을 만들어 다시 투자자를 모집하게 되는 알고리즘을 통해 무한한 발전이 시작됩니다.
- 시작은 투자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의 초창기에는 자금을 조달받으려는 자와 투자자가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자금을 조달받는 기업이 발행인이 되고 다수의 개인 및 전문투자자는 투자자의 지위에서 자금을 투입합니다. 이렇게 플랫폼에 올라오는 투자상품들 중에 내가 선택하여 투자하는 것은 “소극적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초기의 소극적 투자는 향후 “적극적 투자”로 발전이 가능합니다. 적극적 투자는 플랫폼에 올라온 투자상품들 중에서 단순히 선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안에서 공부를 하면서 유망한 회사를 알게 되거나 또는 여러 사람의 추천으로 새로운 회사를 직접 발굴해내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하는 개인들은 적극적으로 “금융의 주권(The right of financing)”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것은 내가 보육하고 싶은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함과 동시에 이와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 한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권리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기존 금융기관이 수행하던 선택의 권리가 일반인에게 확산되는 계기가 됩니다. 내가 원하고 관심있는 기업들을 기초로 하여, 더 많은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기회. 바로 크라우드펀딩에 있습니다.
- 누구나 발행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투자자로 시작한 이후에 얼마든지 발행인의 지위에서 사업자금의 조달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누구에게나 자금조달의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기에,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아이템을 개발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며 지속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해야하는 등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를 살펴보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 후원자로 참여하였다가 본인이 직접 프로젝트를 개설하고 펀딩에 성공하는 케이스를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학습과정을 통해 투자자로 시작하여 자금조달을 시도하는 발행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있습니다.
펀딩의 성공사례에서 나의 투자로 인하여 한 기업이 발전하고 수익도 얻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나의 아이디어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금 조달자로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혹은 커뮤니티 안에서 투자를 위한 지속적인 공부를 하는 중에 스타트업을 만들고 직접 경영해보려는 의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자가 반드시 투자자의 지위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 바로 크라우드펀딩의 매력입니다.
-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의 탄생까지
금융투자상품이란, 결국 투자를 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상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펀드, 보험 등을 들 수 있지요. 이런 금융투자상품들은 대부분 금융기관이 직접 만들고 조성하며 판매합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주식, 채권 등과 같은 것도 금융투자상품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을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대중의 만남을 통해,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서의 활발한 교류와 활동을 통해. 집단지성이 “연결”되면서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이 대중들에 의해 형성되고 판매될 수 있는 세상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금융 프로슈머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 금융
제조자와 소비자의 명확한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입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탄생하고 그 상품에 대한 투자로 이익을 얻으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대중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대.
크라우드펀딩은 바로 그 커뮤니티 금융의 가능성입니다. 수많은 한계가 제거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모든 참여자의 노력이 있을 때에만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과 발행인들로부터 시작되어 모두가 금융 프로슈머가 되는, 모두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모두의 참여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글 : 박진규 現 와디즈 전략기획팀장 / 前 산업은행 기업금융담당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