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분석방법을 이용하여 알아본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사 네트워크
살다 보면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연, 혈연, 지연 같은 매개체가 있다면 종종 모르는 사람도 참 가깝게 느껴지곤 한다. 이는 아마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스타트업, VC, 엔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 그 외 주체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소셜네트워크 안에서 스타트업 대표, 투자자는 아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인 경우가 허다할 지도 모른다.
그럼 과연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네트워크 안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체들은 네트워크 안에 주어진 정보 또는 사회자본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각 주체들은 네트워크 나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정보, 자금, 인맥의 흐름을 통제하거나 이용할 수도, 오히려 불리한 위치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본문에서는 소셜네트워크 분석 방법론을 이용하여 정량적인 접근법으로 한국 스타트업 네트워크에 대해서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네트워크 분석을 위해 플래텀에서 발행한 2014~2015 스타트업 투자동향보고서를 자료로 사용하였다. 보고서에서 50억 이상의 투자유치 케이스에 대해 연간 최고액 투자유치 스타트업 표(2년 치)를 사용하였으며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관계 정보를 포함한 투-모드 네트워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만약 A투자사가 B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면 A와 B 간의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간주하였다. 50억 이상의 Institutional Money라고 볼 수 있는 케이스만 포함하였기 때문에 자료는 그보다 작은 수준에서 생성된 네트워크 관계를 반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해당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진 후에는 투자자의 역할이 스타트업의 성장에 더욱 중요 해 지는 만큼 서로 간의 관계가 갖는 의미가 더 크다고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투자자, 대표적으로 벤처캐피털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프로세스 개선이나 경영 목표 설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진행할 때는 자신의 과거 투자이력에 맞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스타트업을 매개체로 형성된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는 특정한 구조나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투자관계로부터 얻은 매트릭스를 제곱하여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네트워크를 각자 구할 수 있었는데 본편에서는 투자사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만 진행한다.
투자사 네트워크 분석
자료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하자면 위 네트워크 구조도는 14~15년 플래텀 스타트업 투자동향 보고서의 자료를 기반으로 소셜네트워크 분석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얻게 된 네트워크 구조이다. 총 90개의 노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드는 투자사들이고 이들을 연결한 라인들은 스타트업을 매개체로 한 투자사들 간의 관계이다.
밀도 및 클러스터링 계수
네트워크의 밀도는 0.32(최대밀도: 1)로 이는 실제 연결관계 대비 최대 가능한 연결관계를 반영한다. 투자사들이 서로 상당히 많은 연결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좌측의 투자사들의 연결관계가 우측에 비해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러프하게 구분할 경우 변두리에는 비(非) 벤처캐피털, 중심에는 벤처캐피털이 많이 포진 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평균적으로 벤처캐피털이 더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클러스터링 계수는 0.668로 상당히 높게 측정되었다. 이는 네트워크 내에 군집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계수가 높을수록 네트워크 내에 서로 연결관계가 조밀하게 얽힌 노드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클러스터링 계수로 보아 투자사들의 네트워크에는 서로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그룹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심성 분석
투자사가 네트워크에서 갖는 중심성이 클수록 네트워크의 정보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중심성이 큰 투자사와 관계를 맺을 때 투자액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림 1에서는 연결 중심성(Degree-Centrality)을 기준으로 노드들의 크기를 조정하였는데 크기가 클수록 다른 노드(즉 다른 회사)들과 많은 투자 관계로 얽혀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된 노드들은 연결 중심성이 가장 큰 투자사들인데 캡스톤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의 큰 연결 중심성이 돋보인다. 중심성에는 연결 중심성 이외에도 매개 중심성(Betweeness-Centrality)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는 네트워크 내에서 한 노드가 다른 노드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많이 할 경우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연결중심성과 매개중심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투자사가 있다면 해당 투자사는 네트워크 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결중심성과 매개중심성은 어느정도 비례 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위 그림과 같이 캡스톤 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 먼트 등은 매개 중심성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매개 중심성이 연결중심성보다 떨어졌다. 매개중심성은 네트워크의 연결고리 역할이 얼마나 두드러지는가를 확인하는 지표로서 투자사의 투자성향이 분야 선택에 보다 개방적일 경우 매개중심성이 클 가능성이 높고, 투자 분야가 자신이 속한 그룹에 한정되는 경향을 보일수록 매개중심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K-코어 분석
네트워크 내에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코어에 위치한 투자사들을 찾아본 결과 다음 그림과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3은 5 코어로 제한을 두었을 때 나타난 투자사 그룹들이다. 노드의 색깔별로 형성된 그룹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이들 그룹들은 상호연결이 비교적 복잡하기 때문에 강한 연결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4는 8 코어로 제한을 두었을 때 살아남은 투자사 그룹으로, 본문에서 분석한 네트워크 내에서 가장 강한 상호 연결관계를 지니고 있다.
제약성분석
마지막으로 낮은 제약성은 해당 노드가 네트워크의 구조적 공백(Structure hole)을 이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적 공백이란 네트워크 내에서 노드와 노드 간 혹은 그룹과 그룹 간 연결관계에 공백이 생겨서 이들 간 정보나 자원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데 제약성이 낮은 노드들은 이러한 공백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거나 큰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림 5의 투자사들은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서 다른 투자사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거나 유용한 투자정보들을 독점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
14~15년 투자정보를 바탕으로 투자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자 하며 위 분석을 바탕으로 작은 결론을 내려보자면,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는 몇 개의 메이저 투자사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공동투자를 진행하거나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그룹으로서 행동한다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은 이들의 사회적 인프라를 통해 투자금 이상의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투자사들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는 투자사들과 특정분야에 집중하는 투자사들이 존재하며 투자를 계획 중인 스타트업이라면 이러한 성향을 고려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만하다. 많은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투자사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구조적 공백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큰) 투자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투자와 관련된 핵심적인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들과의 관계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스타트업 투자사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네트워크 분석의 파라미터들을 구해보았다. 정말 깊이 있는 분석과 통계적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파라미터들을 다른 분석 방법론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때 분석 모델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분석방법과 현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는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는 몇몇 인터넷상의 글과 기사를 통하여 접한 지식이 전부이기 때문에 위 분석이 실질적으로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힘들다.
원문 : 한국 스타트업 네트워크 – 투자자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