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혁신의 최대 난관은 재도전 기회 … 제도 개선 및 긍정적 시각 필요
우리사회에 창업실패는 인생실패로 귀결된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부모의 절반 이상은 자식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겠다고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의 창업은 실패했을 때 리스크를 개인이 오롯이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정부차원으로 창업이 독려 돼지만,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미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24일 창조경제연구회가 주최한 26차 정기포럼의 주제는 ‘재도전 기업가를 위하여’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도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현정화 전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현직 중소기업청 인사, 유관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된 패널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좌측부터) 한상하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원장, 조붕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회장,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협회장 ,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성녹영 중소기업청 재도전성장과 과장,배영석 진일회계법인 회계사
유희숙(사)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협회장
재창업을 원하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제도적인 문제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정책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선 재창업자들이 졌던 연대보증이나 납세의무 등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통합 기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출입 은행 등 R&D 사업을 주관하는 주관부처의 제도적 정책이 일반화 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소상공인, 콘텐츠진흥원은 관련 정책도 없는 실정이다. 일관적인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두번째는 재창업 할 시의 자금순환이 어렵다는 점이다. 폐업하면서 동시에 재창업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생계가 전선에 노출돼 있다. 회사가 망하고 재창업하기 전까지의 과정 중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며 가정을 지켰다는 벤처기업가의 얘기도 들었다. 현재 정책인 노란 우산 공제 정도로는 부족하다. 실업수당은 있지만 기업가를 위한 폐업수당은 없다. 이들의 삶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번째로는 민간 측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얘기해야 하지만 재창업자들은 자금순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신용이 회복되는 시기와 사업이 운영되는 시기와 흐름이 엇박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단계별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은행권에 상시 순환할 수 있는 보완책이 준비돼야 한다고 본다.
조붕구 (사)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회장
1997년 처음 창업해 해외포함 11개 사업장을 운영하다 2008년 법정관리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 당시 재창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직접 체험했다.
법정관리를 당하던 기간 동안 각종 금융기관에서 법적 신분이 회복되지 않으면 보증적용이 되지 않았다. 법정관리를 당하는 기업인의 절반은 검찰조사, 고소고발 등에 완전히 노출돼 있었다. 이 과정에 운영자금을 조달받기 어려워져 많은 중소 중견기업이 파산한다.
현재 우리 협회에선 ‘크라우드 펀딩’형식으로 재창업을 원하는 기업을 돕고 있다. 문제를 국가 기관이나 금융기관에 해결해 달라기보다는 민간 스스로가 방법을 찾는게 중요하다. 시장에 직접 참여해 금융당국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상하 (재)재기중소기업개발원 원장
지금 당장 무엇인가 바뀔 것이라 기대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도전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사업실패는 곧 패가망신’이라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실패한 사람들은 음지에서 나오기 어렵다. 이분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국민적 성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기청의 한 부서에서 다루는 일이 아닌 국민적인 관점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정직하게 사업하다 실패한 사람이 재도전하고 성공했을 때 국가에서 축하하는 등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회사 운영의 실패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기업가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해야만 한다. 물론 이때는 척박한 한계극복의 정신과 열정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재도전에 걸맞는 디딤돌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후 규제, 제도가 한발 앞서 지원한다면 올바른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영석 진일회계법인 회계사
공인회계사로 근무 중 출자전환, 회생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본다. 크게 회생법상의 문제, 회계상의 문제, 세무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 입장은 서로 같아야 하는데 현재는 다르다.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 뿐인가. 채권자, 채무자 회계처리도 다르다. 채무자도 상장사, 비상장사자가 다르다. 국제기준 회계와 비상장사가 주관하는 한국 기준 회계도 다르다. 세무상으로 세금 매기는 것 또한 공평 해야하는데 출자전환하는 채권자도 일반 법인이냐 워크아웃이냐, 또는 회생법인이냐에 따라 각각 다르다.
이렇게 잘못된 근본적인 문제는 고쳐져야 한다. 회계세무가 같이 개정되면 어느정도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제도 정책이 빠른 속도로 변해야 한다고 본다. 허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재도전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창업이라는 경기장에 들어가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나타난다고들 한다. 우리 사회 경제구조를 지적하는 표현이다.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게임 룰이 바뀌고 많은 이들이 도전에 실패해도 재도전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도전 창업도 중요하지만 기업 여건, 창업환경이 지금보다 공정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보험, 정부 지원, 개인 공제기금 등이 도와야 한다. 이들이 그걸 모색하고 불필요한 관행 제도를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예비창업자, 후배기업인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발전이 있다.
실패에 대한 관용과 사회적인 인센티브 또한 수반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한 변화와 개선과제를 도출하려 한다.
성녹영 중소기업청 재도전성장과 과장
재도전 기업인들이 힘들어하는 걸림돌은 3개다. 과거의 채무와 그로 인한 신용문제, 미흡한 종잣돈 등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돕는 정부차원의 프로그램이 있다.
성실하게 경영하다 실패한 기업인들이 과거의 채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채무조정제도를 개편해 이들에게 채무를 조정해주고 재창업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3월부터 시행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신용 회복은 1년째가 되면 숨길 수 있게 하고 법인카드와 자동차 리스 등 회사 운영의 현실적인 부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보완책으로 재창업융자자금이 있다. 현재 1천억 원 규모다. 2010년 17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대폭 증가했다. 펀드도 상당부분 구성됐다. 동시에 재도전 기업인들을 위한 재도전 성공패키지를 만들어 지원사업을 펼치고있다. 제도개선도 병행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성실경영 평가제가 도입된다. 벤처 패자부활은 범죄자만 아니라면 여러가지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를 위해 정부, 관련기관 등 실무진의 인식,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관계하는 기관이 모여 컨트롤 타워 아래 같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도가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