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시켜달라”는 유학생 부탁에 탄생한 서비스 ‘심야서울식당’
영상영화전공 졸업을 앞둔 박대일 대표는 교수님으로부터 중국 영화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도, 중국어도 몰랐지만, 도전해보지 않으면 더욱 모를 일이라는 생각에 그는 북경으로 향했다. 그곳은 여태껏 그가 상상하던 중국과는 달랐다.
소속 팀의 활동이 종료된 후 그는 귀국 대신 자유 어학연수를 택했다. 퇴직금으로 숙소를 구하고, 영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는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살았던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돌아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계속 똑같은 걸 부탁한다는 특이점에 주목했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양재동 카페에서 만났다.
커들리(Cuddly) 박대일 대표(31)
중국인 유학생들의 ‘부탁’
유학생 친구들이 매일 내게 “치킨을 시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 너는 한국말도 할 수 있으면서 나한테 시켜달라고 하니?”라고 묻자 “전화가 무섭다.”고 하더라.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된다고 설명해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부탁을 하는 친구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행 앱에도 “치킨 시켜주겠다.”고 글을 올렸더니 많은 중국인의 요청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난 기존 여행 앱에서 입장료 할인, 여행지 소개 등의 서비스를 다 빼고, 배달 주문 대행 서비스만 해보자고 결정했다. 나는 주문대행비를 받고, 배달 음식 결제는 현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이다.
중국인들이 대신 음식을 시켜달라고 하는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야말로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이다. “배달 앱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말 주소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보다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중국인들의 ‘귀찮아하는’ 문화적 특성이다. 집 앞에 맥도날드가 있어도 나가기 귀찮아서 내게 햄버거 배달을 시킨다. 한 번은 배달원과 만나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길래 물어보니 한국 유학 3년 차 학생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누워서 메신저 하면, 배달 음식이 도착한다.(躺着玩微信,就能收到外卖)”라는 슬로건으로 작년 12월에 출시한 ‘심야서울식당(深夜seoul食堂)‘은 중국인을 위한 음식 주문·식당 예약 대행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크게 배달 음식 주문 대행과 유명 맛집 예약 대행, 메신저 계정을 통한 음식 관련 콘텐츠 제공으로 나뉜다.
사용 방법은 문자 기반의 개인비서 서비스인 ‘문비서‘와 비슷하다. 먼저, 중국 메신저 ‘위챗(WeChat)‘에 있는 우리 회사 계정을 친구로 추가한 후 문자를 보낸다. 그러면 우리 쪽에서 메뉴판으로 활용하고 있는 심야서울식당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게 되고, 사용자는 메뉴를 보고 음식을 고른 후 ‘주문하기’ 버튼을 눌러 주문번호를 받는다. 이 주문번호와 숙소 주소를 내게 문자로 보내준 후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주문대행비 2천 원을 결제하면 음식이 배달되고, 현장에서 배달원을 만나 음식비를 결제하면 된다.
이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려줄 주소의 경우 호텔 명함을 사진 찍어 보내주거나, 숙소 예약 메일을 캡처한 이미지를 메신저로 전송해줘도 상관없다. 서비스의 핵심은 중국인이 중국에서 쓰는 방식 그대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결제 시스템이나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주로 언제 무슨 음식을 시키는 편인가.
현재까지 위챗 친구등록 수가 905명, 누적 주문 건수가 601건인데, 평균적으로 밤 9시에서 1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배달 음식을 시키는 편이다. 주문 음식으로는 치킨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짜장면, 탕수육, 짬뽕 순서이다.
사용자층은 크게 유학생, 여행객, 구매 대행하러 한국에 온 중국인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뉜다. 유학생은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 여행객은 숙소로 돌아온 후 한밤중에 주로 시키는 편이다. 그리고 화장품과 신발을 구매 대행하러 온 중국인들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문 대행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문할 때에는 쉴 새 없이 나를 찾다가 주문이 끝나면 느긋해져서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는 사용자들로 인해 곤란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사용자와 배달원 사이에 있는 나의 중개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나는 규정을 만들었다. 정확하지 않은 GPS 위치 전송 말고 호텔 호수를 반드시 적을 것, 배달원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므로 무조건 메신저를 확인하고 있을 것 등등이다. 한편으로는 배달 음식 도착 전까지 사용자에게 문자로 말을 걸면서 계속 메신저에 온라인 되어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올해까지 중국 법인 설립과 시드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그리고 법인 설립 후에는 웹페이지 안에서 모든 주문 과정을 끝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스템화할 계획이다. 제휴를 맺은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스템 구축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단기적 목표는 중국인이 한국에 왔을 때 맛집, 음식 관련해서는 무조건 우리를 찾게 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중국인이 외국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푸드테크 회사가 되는 게 꿈이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71] “치킨 시켜달라”던 중국 유학생들 문자에서 탄생한 ‘심야서울식당’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