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투자인사이드⑭] 모하닉게라지스에게 크라우드펀딩의 의미는?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객입니다.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본은 조달이 가능해지고, 팀원도 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이 있고 우수한 팀원이 있다고 해도 기업의 고객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처럼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고객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고객이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가를 지불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업의 가치와 비전에 공감한다면 어떨까요? 스스로 기업의 홍보대사가 되어 주위에 알리고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 고객 이상의 팬층이 형성된다면 기업은 가치를 메길 수 없는 큰 이익을 얻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며 투자유치를 받는 크라우드펀딩의 특성상 두터운 팬층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 실제로 팬들과 함께 크라우드펀딩을 마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모헤닉게라지스입니다. 230명 정도의 팬으로부터 약 3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사례인데요.
그들의 크라우드펀딩이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모헤닉이 팬들과 어떤 기업으로 함께 성장할지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모헤닉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렇습니다.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은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인디가수 앨범 제작 크라우드펀딩 등몇몇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올해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본의 아니게 이미 이와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공장을 설립할 때 주변 도움을 많이 받고 공장을 지었고, 사실상 그분들의 힘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미 대중에게서 투자를 유치한 경험이 있는 셈입니다.
초반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니 놀랍습니다. 모헤닉은 처음부터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았을 줄 알았는데요.
처음 법인 전환할 때 IR을 했습니다. 그때는 VC나 기관에서 이 사업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대다수의 전문 투자자들이 대한민국에 수제자동차 제조업이 가능하겠냐며 회의적인 생각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그런 전문 투자자들이 모르는 마니아층의 수요는 매우 큽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헤닉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초창기에 이런 마니아들을 상대로 기업공개를 했고, 이런 팬들이 직접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가요?
오기입니다. 기존 제도권 투자유치 시스템과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는 오기가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외국 수제자동차회사와 산업 가능성을 설명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외국은 외국이니까 되고 한국은 한국이니까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 회사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투자유치를 받아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도권에서는 보이지 않던 대중의 힘을 믿었습니다. 그 힘으로 성장하고 싶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매우 컸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하던 당시, 마니아층의 관심도가 매우 증가하던 시기였습니다. 만약 크라우드펀딩에 실패했을 경우 이들의 실망도 클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할 경우 우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기업에 대해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나’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CFO는 하지말자고 말렸고요. 하지만 저는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됐을 때 잃는 것보다 성공했을 때 얻을 것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모든 일을 할 때 항상 90%의 리스크보다 10% 의 가능성을 봅니다. 10%만 있더라고 해도 90%는 이뤄낼 수 있다고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모헤닉의 성공에는 무엇보다도 팬들의 응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팬들은 대한민국에 수제자동차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과 항상 소통하며 모헤닉의 비전을 공유했고요. 당신 꿈과 우리 꿈이 같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이 꿈을 함께 이루려고 많은 팬이 친인척을 다 데리고 와서 펀딩하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며 모헤닉의 가치와 비전을 알리고, 이를 공유한 것이 크라우드펀딩을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의 심리는 어떤 것 같던가요?
크라우드펀딩은 열망입니다. 주머니에 있는 50, 100을 받기는 정말 힘듭니다. 왜냐면 소액 투자에서 수익이 크게 날까요. 수익을 바라는 사람들, 목돈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대중 투자자들에게 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비전이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동을 줘야 합니다. 마음을 움직여야 대중이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피드백(질의응답)도 매우 중요한데, 친절하고 자세한 대답을 직접 다 달아주시기도 했습니다.
피드백 작성은 단련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동차와 관련한 것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이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튜닝 사업으로 폄하하는 이도 많았습니다. 그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거나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작성 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피드백을 하니 사람들은 더욱 신뢰를 얻었고 투자유치에도 좋은 영향을 줬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위해 따로 인력을 배분했나요?
아닙니다. 거의 다 제가 했습니다. 물론 편하게 하려면 편하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와 팀원들은 정말 죽기살기로 좋은 결과물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바쁘게 진행됐고요. 회계적인 관리와 진행 부분은 회계사인 모헤닉 CFO님께서 많이 수고해주셨고, 기존 팀원들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한정된 인력이었지만 진행됐던 것 같습니다. 와디즈에서도 많이 도와 주셨고요.
주주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지난 3월 23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습니다. 대부분의 주주총회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며 진행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 모팸데이라는 행사를 만들어 주주총회를 했습니다. 주주만 오는 게 아니라 주주와 주주 가족 , 차 오너 등 많은 분들을 모시고 재미있는 이벤트부터 바비큐 파티까지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재미와 의미 둘 다 있는 주주총회였습니다.
그분들이 우리의 막강한 영업사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주들은 미래에 우리 차를 사는게 꿈입니다. 우리 차를 사려 적극 영업도 하고 데리고 오고 자기들이 적금도 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소액주주가 많아지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 관심을 가진 팬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예전보다는 10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뭘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외제차 브랜드는 아우*, 벤* 등 몇몇 브랜드만 있는 줄 알지만 영국만 해도 수제자동차회사가 250개가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해 우리가 인식을 개선시켰다는 것에 큰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모헤닉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을 넘어 우리가 원하는 수제자동차 문화를 전하고 팬층이 더욱 두터워 졌습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브랜드가치가 더욱 커진 것입니다.
앞으로 모헤닉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성공적 크라우드펀딩으로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니 관련 지자체나 부서에서 연락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정부와 협력해 대규모 수제자동차공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2차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했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목표금액을 달성했습니다. 이런 기세를 타고 문화브랜드로써 지속적으로 더 많은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먼저, 모헤닉 전용 P2P 대출 금융회사인 모헤닉 파이낸스를 설립했습니다. 이후로도 한정판매 바이크, 진공관 수제작 오디오, 점프슈트, 등을 제작해 모헤닉다운 가치를 가진채로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려 합니다.
다른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데 있어 조언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기술력은 아이덴티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술력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 이상의 가치는 문화적인 것에서 창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대표자의 마인드나 기업가정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헤닉은 수제자동차를 시작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었고, 이를 잘 전파한 것이 성공에 큰 플러스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기업의 비전과 사명을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는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모헤닉의 크라우드펀딩에는 사진과 영상의 힘도 매우 컸습니다. 제가 사진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작업한 것에 대해서는 항상 최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문화브랜드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기에 더 좋은 모습(사진)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영상도 마찬가지고요. 이것들이 SNS상에서 널리 알려지며 크라우드펀딩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조업이 아니더라도 이미지, 영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글 : 류호준 現 와디즈 홍보/크라우드산업연구소 연구원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