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세대 계층이동 지금보다 어려울 것” 한국 사회, 희망 격차 심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 청소년층,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모두 계층간 이동이 어려워져 미래에 대한 ‘희망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심화현상은 진학, 취업, 소득, 가족 형성, 자녀 교육, 노후 준비 등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현실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회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사장 성광제)이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기회불평등 2016: 생애주기별 경험과 인식 조사’ 연구발표회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들이 생애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기회불평등 요소와 원인을 심층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구체적으로 세대를 청소년(고등학생/17~19세), 청년(20~39세), 중-장년(40~59세), 노년(60~74세)으로 나눠 동그라미재단과 한국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한국사회 기회불평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세대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의 구조와 특징을 분석했다.
생애주기별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생애과정의 초기 단계인 고등학생의 경우, 어린 시절 경험과 고등학생 교육 경험은 계층과 지역에 따라서 격차를 보였다. 어린 시절의 문화체험 활동, 예체능 분야 사교육, 국내외 여행 경험에서 지역 간 계층 간 격차를 보였다. 고등학생의 학교교육이나 사교육 기회에서도 수도권지역과 기타지역(강원·호남 등) 간 그리고 상층과 하층 간 큰 격차가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이성균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교육받을 기회는 형식적으로 평등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역의 교육여건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등학생들의 교육경험 차이는 계층이동 기대감에도 영향을 미쳐서,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되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이러한 의식은 주관적으로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집단 혹은 지역적으로 기타지역(강원, 호남 등) 고등학생일수록,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공·사 영역의 교육경험이 적은 학생일수록 많았다. 청소년기부터 기회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그것이 미래의 희망에 대한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애과정에서 청년기는 ‘교육에서 일로의 이행(from school to work)’이 이루어지는 시기인 동시에 결혼을 통해 독립적인 가족생활을 이루는 시기다. 청년기의 경제활동 기회와 가족형성의 기회는 청년기와 그 이후의 생애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연구를 진행한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에서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노동시장 기회와 가족 형성의 기회 모두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사회경제적으로 하층 출신 청년들은 상층 출신 청년들에 비해서 서울소재대학 진학, 대학에서의 경험과 경제활동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애, 결혼, 자녀에 대한 태도에 있어 비정규직 남성이 정규직보다 두 배 이상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즉 그들은 데이트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고, 결혼과 출산 의사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교육 성취, 노동시장 성취와 가족 형성의 기회에서도 젠더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여성과 남성은 교육 성취(학벌, 대학에서의 경험)에 있어서는 매우 유사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성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남성은 저학력일수록 결혼, 출산 의사가 낮은 데 반해 여성들은 고학력일수록 결혼, 출산 의사가 낮은 특징 등이 나타나, 가족 형성의 기회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중-장년 세대는 자신의 현재 경제활동, 자신의 미래(노후)와 자녀의 미래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세대다. 그러므로 중-장년 세대의 불평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여러 가지 파급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기회 불평등은 자녀 교육과 계층이동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자녀 교육과 관련하여 소득계층에 따른 격차가 대단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중-장년층은 과거의 계층 이동과 비교해서 미래의 계층이동이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자녀의 계층이동의 경우가 부모-본인 계층이동의 경우보다 3배~11배 정도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중소도시나 농촌보다 광역도시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장년층 삶의 만족도 차이의 원인은 소득수준의 차이로 나타났고, 공정한 보상에 대한 주관적인 태도도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노년층 삶의 만족과 행복 기회불평등을 연구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인들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장수 세대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새로운 세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세대라는 점에서 문제의 세대이기도 하다”며, “우리나라 노년층의 삶의 만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직까지 소득과 건강상태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머물고 있다. 노년층의 주된 소득원인 공적연금이나 사적 연금 모두 가입 정도가 낮고, 급여액의 수준도 낮아서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에 아직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의 노년층은 경제성장기 동안 사회적 상향 이동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많은 세대다. 과거 소속계층이 하층인 경우에 상승 이동 경험 확률이 68.7%로 가장 높았다. 또한 사회적 상향이동을 경험한 노인일수록 삶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는데, 상향이동 경험이 있는 층이 48%, 상향이동 경험이 없는 층이 2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세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희망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차원의 안정과 교육 기회의 보장이 동시에 필요한데 이는 이는 노동시장, 복지와 조세 등의 영역에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악순환의 고리(경제적 불평등 → 기회의 불평등 → 희망격차 → 불평등 심화와 고착화)가 강화되기 전에, 보다 전면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