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몬스터(이하 티몬)는 국내 최초로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2010년, 20대 청년 다섯이 자본금 500만 원으로 시작한 티몬은 설립 1년 반 만에 월 거래액 200억 원을 기록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뒤이어 등장한 쿠팡·위메이크프라이스 등에 선두 자리를 내어준 데다가 매년 적자 폭이 커지면서,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어긋난 인수합병 판단으로 지난 6년 간 소유권이 4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몬은 올해 5월 기준 1,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상반기에만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기업중 하나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한 번 업계 1위 탈환을 꿈꾸는 신현성 대표가 23일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자신감’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영 노하우를 공유했다.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
신현성을 치면 ‘먹튀설’이 연관검색어로 떴다
창업 후 1년 만인 2011년에, 미국 2위 소셜커머스 기업인 리빙소셜에 3천억 원에 티몬을 매각했다. 당시 티몬이 업계의 50%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시기였다. 리빙소셜은 미국에서는 우리가 잘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너희가 잘하고 있으니 힘을 합치자고 제의해왔다. 리빙소셜과 합병하면 우리도 ‘아마존’이나 ‘구글’같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리빙소셜의 재정 상태가 악화했다. 기업 가치가 반 토막 났다거나, 창업자가 회사를 나갔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됐다. 티몬의 수익을 가져다가 미국 회사를 운영한 시기도 있었다.
이때 회사를 매각하는 입장에서도, 모회사에 대한 실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전체의 운명과 미래를 맡겨야 하지 않나. 리빙소셜 여파와 함께 자신감이 꺾였다. 경쟁사인 쿠팡도 치고 올라왔다. 결국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했고, 일명 ‘먹튀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검색창에 ‘신현성’ 이름 세 글자를 치면 ‘먹튀’가 연관 검색어로 떴다. 상당히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고심 끝에 독립만이 티몬이 살길이라고 결정 내렸다. 이에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함께 티몬 지분 59%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되찾았다. 우리가 매각한 금액에 3~4배 높은 금액으로 사들여서 지분율도 많이 떨어졌다. 주변에서는 정말 멍청한 짓이라고 나무랐다. 그게 작년 5월쯤의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오래 가는 자신감’
우여곡절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오래 가는 자신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2년, 한 컨퍼런스에서 넥슨 김정주 회장과 함께 패널 토론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창업과 경영에 대해 여러 가지 노하우를 이야기했다. 근데 김정주 회장은 계속 하나의 말만을 반복하더라. ‘될 때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분이 지금 무슨 말을 하나’ 의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한때의 성공에 치솟아 오르는 자신감보다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 수많은 우여곡절의 시기를 버티면서도 앞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자신감이었다.
진정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WHY’
중요한 것은 ‘왜? (why)’다. 이것을 제일 잘 알고 있던 기업가가 고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가 매일 출근 길 거울을 보면서,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고해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애플의 첫 번째 목표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영구히 운영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 바로 돈을 버는 일이었다. 이 두 목표의 순서가 바뀌어 돈을 벌기 위해 위대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애플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나의 목표가 왜 의미가 있는지, 내가 그리는 끝 그림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는 과정을 통해 오래 지속하는 자신감이 생겨난다.
티몬 문화와 맞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입사할 수 없다
개인을 뛰어넘어 조직 전체가 진정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이 ‘WHY’에 대해 올바른 대답을 가진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판단했다.
먼저 7가지 ‘몬스터 웨이(Monster Way)’라는 기준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내에 ‘써드 아이(Third eye)’라는 조직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모든 면접에 참여해, 7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는지를 살핀다. 결국 우리의 문화에 맞지 않는 면접자가 있다면 무조건 떨어뜨린다. 이미 일하고 있는 직원 중에서도 조직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인재라고 판단할 시 마음 아픈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넷플릭스의 HR도 우리와 같은 정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A급 인재만을 뽑아서, 그들에 대한 어떤 통제와 관리도 하지 않는다. 모두가 A급 직원이기 때문에 믿고 맡겨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티몬도 티몬 WHY에 맞는 인재들만 영입해서 즐거운 조직을 만들고 싶다.
티몬에서 자신감과 열정을 얻고, 직접 창업을 한 경우도 많이 있다. 속상한 일일 수 있지만, 나는 매우 자랑스럽다. 미미박스, 봉봉, 잔디, 버즈빌, 클래스123 등 모두가 좋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티몬에는 자신감 있는 인재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역사가 있다. 현재 티몬의 부사장인 하성원씨는 원래 진주에서 무가지 영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소셜커머스가 지방에서도 흥행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자신이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섰다. 결국 직접 부산에 내려가서 부산 지사를 성공 시켰다.
전 스타일 매거진 편집장이었던 김동윤 씨는 당시 음식점, 뷰티 업체 등 쿠폰 장사만을 하던 티몬에서 상품도 같이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초기 아이덴티티를 허물자는 주장이었다. 결국 지금 티몬에서는 50만 개의 관련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우리 매출의 70%가 이 상품 판매에서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감 있게 아이디어를 내고, 조직을 설득하고, 직접 실행해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들의 자신감이 곧 티몬의 자신감이 됐다.
오늘 이야기 한 ‘진정한 자신감’의 성격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설득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신감’, ‘자신감 있는 사람을 주변에 모으면서 커지는 자신감’, ‘순간적이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 ‘WHY가 기반이 된 자신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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