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78] “좋은 음식 만들면 기회는 올 거라고 믿었다”, 리본키친 문채우 대표
문채우 대표는 8년 전, 헬스케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길에 나섰다. 스마트폰도,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던 시절이었다. ‘3년만 투자해보자’고 시작했던 사업이 올해로 8년째가 됐다.
리본키친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8년간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 문 대표는 “좋은 걸 만들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공부했다”고 답했다.
리본키친은 당뇨 환자식을 포함해서 다이어트식, 디톡스식 등 다양한 건강 식단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다. 얼마 전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디톡스 제품인 ‘딜라잇톡스’가 목표치의 800%를 달성하기도 했다. 연구하는 마음으로 사업하는 사람, 문채우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금융계 출신이라고 들었다.
한참 운동을 열심히 할 때가 있었는데, 회사 다니면서 몸에 좋은 거 찾아 먹기가 힘들더라. 지금처럼 샐러드 파는 곳도 많이 없었다. 당시 헬스 트레이너가 하루 동안 먹은 걸 적어오라고 해서 가져가면, ‘식빵은 100Kcal’하는 식으로 대충 말해줬었다. ‘무슨 근거로 저렇게 말하나?’ 싶어서, 포털에서 열량 정보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검색이 되긴 하는데, 정보가 한 데 모여있는 곳은 없고 모두 흩어져 있더라. 이 데이터를 정리하면 나처럼 건강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애널리스트로서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확신했다. ‘3년 정도만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보자’해서 창업을 한 게 2008년이다.
꽤 오래전 일이다. 지금과 서비스 내용이 다른 걸 보면, 결국 잘 안됐나.
창업 후 3년간 돈을 엄청 썼다. 다이어트 일기 서비스였는데, 나는 개발자도 영양사도 아니지 않나. 사이트 개발은 외주를 주고, 나는 책이나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영양학 공부를 많이 했다. 당연히 잘 안됐다. 2008년이면 국내에 스마트폰도 출시되기 전이고, 헬스케어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으니까.
3년이면 수입 없이 버티기에는 긴 시간일 텐데.
신기한 게 돈이 딱 죽지않을 만큼만 들어오더라. 식품 대기업에서 우리가 영양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협업 제안을 했다. 그렇게 3년을 생존하고보니, 돈을 벌려면 데이터만 가지고는 안되겠더라. 어떻게든 현물 거래가 발생하는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0년에 리본키친을 새로 설립했다.
9년 차 창업가가 됐다.
8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 사업할 거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안 한다고 할 것 같다. 나는 뭔가 하나를 하면 그냥 계속하는 스타일이다. 이익, 손해 이런 걸 별로 따지지 않는다. 일단 시장이 계속 커나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과정이 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지만 ‘뭐, 잘 될 거야’하고 오래 하는 스타일이다. 운동도 그렇게 했고, 원래 성격이 그렇다.
급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대체적으로 창업자들은 뭔가를 빨리 이루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난 기본적으로 뭐든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8년 동안도 그냥 연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은 걸 만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 믿었다. 뭔가를 구체적으로 만들어야겠다, 성공해야겠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정보와 경험을 계속 쌓는 거다. 뭘하든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획도 치밀하게 세우는 편이고.
그래서 2010년에 처음으로 내놓은 실물 제품이 당뇨 도시락이다. 특이하다.
전공이 경제였고, 음식은 전혀 몰랐다. 제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3년간 숙명 여대 등에서 요리와 영양학을 배웠다. 헬스케어 분야 모임을 갖다보니 의사들과 연이 있었는데, 무턱대고 당뇨 도시락을 만들어 납품 좀 할 수 있겠냐고 제안을 했다. 일단 환자식 답지 않게 패키지가 깔끔하고 맛이 괜찮으니, 의사 분들도 좋다고 하더라. 처음 30인 분을 만들어서 환자들에게 시범적으로 내놓았는데, 충격이었다.
반응이 좋았다는 건가, 나빴다는 건가.
도시락을 열기도 전에 환자들 표정이 너무 안 좋더라. ‘도시락 드시기 싫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내용물은 보지도 않고 ‘또 이 맛없는 걸 먹어야 되냐’고 한탄하더라. 당뇨식이 맛없다는 게 이미 이분들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었던 거다. 그들에게 식사는 전혀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당뇨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완치 없이 평생동안 짊어지고 가야 하는 병이다. 평생 맛없는 음식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봐라. 삶의 질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진다. 그때 마음 먹었다. ‘이들이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사이트를 둘러보니 환자식에 대해 상당히 학구적으로 접근해온 역사가 있다.
농담처럼 ‘우리가 김치찌개 집을 차렸으면 수십억을 버는 부자가 됐을 거야’라고 한다. 그만큼 열심히 연구했다. 병원에 오랫동안 도시락을 납품해오면서 환자들이 어떤 것을 맛있게 먹고 남기는지를 관찰하며 메뉴를 개발했다. 만성질환의 예방을 위한 교육 콘텐츠도 제작했다. 2013년에는 당뇨병 관리 앱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기도 했다. 현재 강북삼성병원에서 이 앱을 임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출이 크게 나지 않는 사업이지만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해왔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통해서 리본키친을 접했다. 나중에 보니 목표액 보다 800% 초과 달성했더라.
그 전까진 주 고객이 환자들이었고, 빚도 많이 져서 마케팅할 여력이 없었다. 작년부터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어느 기업 대표의 후기 덕분이었다. 혈압이 180까지 올라가는 분이었는데, 우리 디톡스 제품을 먹고는 너무 어지럽다고 연락을 해왔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해보니 혈압이 100까지 떨어졌다는 거다. 그 때부터 혈압약을 끊었다고 한다. 크라우드펀딩 제안도 그가 해주었고. 딜라잇톡스가 밸런스박스의 매출도 함께 올려주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디톡스 하다가, ‘어, 우리 아빠 당뇨인데’ 하면서 밸런스박스도 함께 주문해주는 식이다. 시너지 효과가 있다.
마케팅을 좀 더 빨리,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5년 동안 빚 갚으면서 식단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주변에서 마케팅을 하거나 투자를 받으라는 충고도 있었다. 마케팅하려면 돈을 끌어다 써서라도 할 수 있었을거다. 근데 그때까지 내 마음에 딱 드는 제품이 아니었다. 괜히 어설프게 광고하고는 ‘쟤네는 맛없는 건강식 만드는 회사야’라고 낙인 찍히는 게 싫었다. 디톡스 식품이 진짜 맛 없지 않나. 근데 5년간 환자 피드백을 분석하면서 확실한 기준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사람이 먹어서 괴로운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아무리 건강해진다고 해도 그런 건 안 팔린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있다. 우리 제품 맛있다. 디톡스 식이 아니라 그냥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만든다. 일단은 맛있는데, 먹으면 건강에도 좋은 양질의 음식.
디톡스 음식과 함께 배송되는 마인드 키트도 인상적이었다. 고민거리를 적어서 불에 태우고 그 위에 씨앗을 심는. ‘마음도 디톡스 하라는 거구나’, 아기자기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헬스케어는 기계적인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뭐랄까, 정말 그 사람을 돌봐줘야 한다. 보통 건강이 나쁜 사람은 마음도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임신했을 때 당뇨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하고 전화하면 눈물바다다. 또 내 경험상 다이어트를 위해서 운동 많이 하고, 좋은 거 먹어도 스트레스 받으면 말짱 헛것이 된다. 폭식하게 되니까. 고민을 적고 태우는 건 나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디톡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참여자들을 단체 채팅방에 모아 매시간 메뉴를 알려주고 의지를 북돋워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험많고 상냥한 언니가 자기를 24시간 지켜봐 주는 느낌’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고객의 심리 케어는 헬스케어 사업을 할 때 정말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은 어떤 기준에서 리본키친 제품이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걸 믿을 수 있나.
먼저 우리는 당일 시장에 나온 재료로만 조리한다. 화학조미료도 일체 안쓴다. 가끔 팀원들이 앓는 소리를 한다. ‘케첩이랑 치즈 조금만 넣으면 완전 맛있을텐데!’라고. 근데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10Kcal, 설탕 한스푼 이런 게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우리는 영양 정보를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회사다. 그런 걸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
메뉴 개발은 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프로그램 기획은 내가 직접한다. 그 내용에 대해 팀 내의 임상 영양사와 일반 영양사가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맞는지를 검토한다. 그 다음 메뉴 개발팀이 제조팀과 함께 메뉴 개발을 하고, 푸드 디자이너가 레시피를 짠다. 조리팀에서는 1차 조리 실험을 한 뒤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음식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3일 프로그램을 했는데, 배송을 두 번 받았다.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흐르지 않게 포장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송은 어떻게 진행되나.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인천에 자체적인 공장과 물류 창고를 가지고 있다. 우리 고객이 강남, 판교 쪽에 몰려있는데, 외진 지역의 경우에는 택배를 권해드리기도 한다. 지난 5년간 배송 실험을 많이 해봤다. 관련 노하우가 있다.
건강식 업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리본키친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로, 우리는 작은 회사에서 갖기 어려운 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덮밥류, 한식, 샐러드, 볶음밥, 주스, 요거트 등, 이 정도 제품군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최근엔 디톡스 주스에 많이 쏠려있는 추세다.
두 번째로 맞춤형 서비스다. 고객이 자기 생활 습관과 환경 등을 입력하면, 우리가 직접 메뉴 제안을 해준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타민 C 섭취가 필요하다. 그러면 그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주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한 번은 신부전증 환자 분이 우리 당뇨식을 시켜드신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제품이 신부전증 환자분에게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 그 한 분에게만 별도의 환자식을 조리해서 배송한 적이 있다. 사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돈을 벌거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아왔다. 우리 조직은 원래 일은 이렇게 힘들게 해야하는 건 줄 안다. 쉬운 거면 남들이 먼저하지,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현재 직원은 몇 명인가.
현재 총 15명이다. 임상영양사, 푸드디자이너,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들이다. 이 중 배송 직원은 총 3명이다.
‘제품에 대해 이제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계획도 있나.
그렇다. 나는 투자에 대한 관점이 좀 다르다. 모든 게 철저한 기브앤테이크다. 주식회사라는 건 주주의 이익을 책임질 수 있을 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뭘로 확실히 돈을 벌지도 아직 모르고, 공부하고 있는 회사에 누가 투자를 하겠나. 내가 주주들에게 받은 게 있는데, 줄 게 없으면 서로 불행해지기 시작하는 거다. 이제야 자신이 생겼고, 얼마 전 법인을 세웠다. 지금은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구인이 시급하다고 들었다. 어떤 분들이 필요한가.
CTO, COO를 찾고 있다. 나는 되게 치밀하게 그리고 질기게 일을 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나와 반대 성향의 분들이 필요하다. 어떤 부분은 빠르게 쳐낼 수 있어야 하니까. 원한다면 파트너, 대표 이사를 해도 된다. 3년 동안 개발자 채용을 여러 번 실패했다. 일단 내가 개발 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외주를 주면 효율이 떨어졌다. 우리는 많은 콘텐츠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걸 잘 묶는다면 세상에 아직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많은 지원 부탁드린다.
8년간의 질긴 생존 과정을 넘어서서, 이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인상이다. 꿈이 있다면?
건강식 계의 맥도날드를 만드는 거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항상 손에 닿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나도 회사원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기회가 너무 적다. 주변에 안 좋은 음식이 너무 많아서, 잘 먹으면서 살기가 어렵다.
그 첫 걸음으로 올 연말에는 광화문 교보 문고 지하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 직장인에게 맞는 메뉴를 개발해서 판매할 예정이다. 우리 고객이 많은 지역에 순차적으로 매장을 늘려가려고 한다. 아마 강남이 2순위 지역이 될 거다. 맛있는데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미국, 중국에도 수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