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82] 스타트업식 혁신 더해 사회적 가치 실현한다!
“아버지 같은 분들인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두손컴퍼니의 박찬재(29)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홈리스가 만든 종이 옷걸이’로 주목 받았던 두손컴퍼니는 전 직원의 절반 정도가 노숙인으로 구성 돼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현재는 물류 배송 업체로 탈바꿈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가진 혁신을 더해 일자리를 통한 빈곤퇴치에 일조하고 싶다는 박 대표를 만나봤다.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두손컴퍼니, 어떤 기업인가.
‘일자리를 통한 빈곤퇴치’라는 미션을 토대로 물류사업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창업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서울시에서 서울역 노숙자를 강제로 쫓아내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를 본 뒤 이틀동안 서울역에 가서 노숙자들을 만났는데, 평소 관념적으로 노숙자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나중에 안 거지만 안 좋은 행태를 보이는 이들은 전체 노숙자의 10%도 안 된다. 내가 만난 이들은 자활 의지를 가지고 쉼터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때부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돕고 동반 성장하기 위해 사업 초기 단계에 꼬박 6개월을 그들과 함께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컸다. 그래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생각했다.
2012년에 옷걸이를 아이템으로 창업 했다. 그간의 사업 성과를 이야기해 준다면?
옷걸이 사업은 B2B가 기반인 데다가 대단한 자본력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어서 내세울 정도의 고객을 확보하지는 못 했다. 종이 옷걸이를 만드는 제조사업부는 한화 이글스에 납품했고, 뽀로로와 연예인 옷걸이 등을 만들었다. 교복 브랜드와 버커루, 유니클로 등이 우리 고객사다.
물류사업은 나름 성과가 있다. 처음 15평 물류센터로 물류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총 450평 규모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고, 10여개의 고객사와 1,000여개 상품 품종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은 올해 1월 3천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억 5천만원을 넘고 있다. 월 매출이 500% 늘었지만 사람이 그 정도로 늘지는 않았기에 일이 늘었다. 기업의 성장속도를 사람이 못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처음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 시도했던 옷걸이 사업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었나?
간단히 말해 기업에 우리 옷걸이를 배포하고 광고하는 것이었다. 공연기획사와 화장품 브렌드,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곳에 배포됐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옷걸이에 부착된 쿠폰을 뜯어 사용하는 방식이 반응이 좋았다.
옷걸이 사업은 사회공헌적 성향이 커 보인다. 그 쪽에 주안점을 두고 마케팅을 했나?
창업을 시작한 지 반년간을 그렇게 타겟팅 해 영업했다. 국내 기업 CSR(기업 사회공헌)팀은 다 만나 취지를 설명했지만, 단 한건도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기업은 철저히 품질과 광고 효과를 입증하는 것에 반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전략을 바꿔 제품이 내포한 광고 효과와 내구성에 초점을 맞춰 영업하니 주문이 서서히 들어오더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착한 제품’이라고 내세운 건 사업계획서의 마지막 한 장 정도였다.
사회적기업이라는 브랜드를 강조한 게 아니라 제품의 마케팅 효과와 품질로 승부를 본거다.
한 번은 의류 기업의 의뢰로 연예인 옷걸이를 만들었다. 구매 고객에 한해 옷걸이를 증정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제품이 중고제품 판매 사이트에서 웃돈으로 거래되었다. 이걸 보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적극 어필했다. 이후로는 디즈니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자체적으로 옷걸이를 생산했다. 역시나 좋은 반응을 보였다.
기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노숙자들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로 생각한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흔히 노숙자들을 거리에 있는 위험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거리 노숙인은 전체 비중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쉼터에서 지내며 자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타겟팅했다. 쉼터와 미리 얘기해 부자재를 들고가서 그들에게 일감을 가져다 주는 형식을 취했다.
3번의 사업 아이템 변경이 있었다.
2012년 7월 종이옷걸이로 사업을 시도할 때까지 3번의 아이템을 거쳤다. 처음엔 학교 후배들과 함께 프로젝트 하는 정도로 가볍게 일을 시작했다. 서울역 노숙자들이 읽을거리와 쉼터에 대한 니즈가 있어서 헌책방 사업을 해봤지만 잘 안됐다. 다음엔 리사이클 사업으로 옮겨갔고 핸드폰 금속물질 수거를 해봤지만 자본이 많이 들었고, 여러가지 장애물에 부딪쳤다. 1년이 지나니 수입도 없고 아이템도 자꾸 바뀌니 팀원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특별한 미션을 토대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스타트업처럼 속도감 있는 성장세를 타기 어려웠다.
그러다 광고 마케팅에 밝았던 지인이 팀에 합류하면서 사업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옷걸이다. 옷걸이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참여형태가 쉽다. 옷걸이 앞 부분에 광고를 넣을 수 있어 부가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소셜 벤처는 일반기업과 다르게 생산자도 고려해야 한다. 옷걸이는 그 부분을 충족해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무엇보다 쉼터 노숙인들이 일 하는 걸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업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야심차게 시작해도 대다수의 사업이 좌초되기 십상이다. 소위 J커브 직전까지 어떻게 견뎠나.
처음엔 사회문제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했고, 그 다음은 노숙인에 대한 사명감으로 지냈던 것 같다. 지치는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요즘은 그분들이 술을 끊거나 가족과 연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하고 있다. 그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최근에 우리가 고용한 분이 기거중인 쉼터의 복지사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집을 얻어 쉼터를 나가신다고 고맙다고 하셨단다. 큰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을 돕고 있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두손 컴퍼니가 그동안 제작했던 옷걸이와 컵홀더들. 이 중 연예인 옷걸이는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앞선 사업 점진적 발전이었다면 최근 진행중인 물류업은 확장성이 눈에 띈다. 어떻게 물류업을 생각했나?
3년 간 종이 옷걸이를 31만개 정도 만들었다. 제작하는 동안 부자재를 옮기고 납품하고 생산하는 과정, 이를 SCM이라고 하는데 이것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며 익숙해졌다. 그 즈음 친한 소셜 벤처에서 제작한 휴대폰 케이스가 인기를 끌며 주문이 폭증했다. 대표, 디자이너 할 것 없이 포장에만 매달리고 있더라. 그 모습을 지켜보니 우리가 돕는다면 효율성이 높을거라 봤다. 수작업으로 작업하는 것엔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업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그들은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일에 몰두해 좋고, 우리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 상부상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조기반 스타트업 및 사물인터넷 기업들에게서 같은 용건으로 의뢰가 들어왔고 규모가 점점 커져 물류업으로 확장되었다.
두손컴퍼니의 물류 사업은 어떤 차별점이 있나?
온라인 셀러를 위한 맞춤형 물류 대행 서비스다. 온라인셀러를 위한 것, 맞춤형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여타 물류 서비스와 다르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껏 제품을 만들어봤고 판매 및 홍보 활동을 해봤다.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어 전반적인 전자상거래도 알고 있다. 그래서 고객사로부터 제조 단계부터 이해도가 좋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거래하는 회사들은 각각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그들 브렌드를 반영하는 포장을 해주고 있다.
또 물류 배송건에 대해 고객사가 아닌 배송을 담당한 우리가 C/S를 자청한다. 포장 방법 뿐만 아닌 세심함과 미묘함을 담은 물류 배송을 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물건을 배송하는 다른 물류 회사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우린 수작업을 중요하게 여겨서 철저히 개별 기업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 하면서 힘든건 없었나?
사업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문제가 제일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투자유치도 했다.
지난해 8월 소셜 벤처 투자회사 에이치지아이(HGI)에서 투자유치를 했다. 이후 5배 정도 성장했다.
추가적으로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나?
사업의 다음 목표가 혁신이고 사업 성장세가 빨라 BEP를 넘긴 상태다. 투자는 안 받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 속도에 맞춰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추가 투자 유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셜 벤처 혹은 사회적 기업은 어떻게 변화할거라 보나?
소비의 행태 흐름이 이제는 ‘왜’ 사야 하는 것인지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연예인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높게 적용하는 것도 그 흐름의 일환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미션 등 기업 존재 이유가 명확한 소셜 벤처나 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본다. 소셜벤처는 대개 자본 중심적인 사고를 토대로 사업하지 않고 사람을 기반으로 한다. 사업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건데 그런 기본적인 가치 아래 스타트업 특유의 혁신성이 부가된다면 소셜 벤처가 안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시장 가치가 없으면 대중에게 쉽게 외면 받는다. 시장 가치를 따라 사람을 우위에 두고 사업하는 곳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대우를 받을 것이라 본다.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가 수익성에 치우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두손컴퍼니는 어떤가?
기본적으로 회사 수익이 많이 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주고 싶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남겨 사람을 더 고용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셜벤처로 시작한 두손컴퍼니, 대중이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욕심 일 수 있지만 스타트업과 사회적기업 이미지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싶다. 두 가지 힘을 다 믿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강화하고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려면 스타트업 방식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소셜벤처의 미션과 스타트업의 효율성 모두 우리 회사에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힘을 가지고 커지면 사회에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소셜벤처에서 큰 기업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영업이익이 큰 기업은 규모를 키울수록 사람 문제 및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회사가 되면 가치가 상충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우리 사업의 가치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나기도 어려울거고. 그러나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우리의 가치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가치를 존중하는 VC를 만나려고 노력중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구조는 단순히 사업 크기만 키우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갖춰 성장하는 것이다. 현재 노숙인들이 우리를 통해 일을 체험하고, 돈을 저축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는 그들을 교육시켜 기술자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더욱 열심히 매진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뛰어들려는 사람 다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클 것이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다면.
사회적 문제만 해결하려면 꼭 사업을 안해도 된다. 기부와 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 가능하다. 우리가 선택한 건 비즈니스를 통한 문제 해결이 핵심이다. 만약 사업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하려면 우선 건강하게 경쟁할 줄 알아야 하고, 협력하고, 돈도 많이 벌어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며 성장해야 한다. 그말을 해주고 싶다.
끝으로 대표 박찬재에게 두손컴퍼니란 어떤 의미인가?
한 척의 배라고 말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을 지, 멋진 돛을 달 수 있을 지, 증축해서 큰 배를 만들 수 있을지, 얼마나 멀리 갈수 있을 지가 투영된 배다. 동시에 과한 욕심에 짐을 많이 쌓으면 배가 침몰할 수 있어 걱정도 된다. 과하지 않게 운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