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뒤의 창업가] 최영찬 대표, “부산 창업 생태계, 민간이 움직일 때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부산을 중심으로 동남권 지역의 기술기반 창업팀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액셀러레이터다. 무엇보다 30년 전통의 부산기반 조선 및 해양 기업 ‘선보공업’이 모회사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기술기반 스타트업 전문 투자기관이자 액셀러레이터로 법인설립부터 VC 후속 투자 연계까지 A-Z 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를 이끄는 최영찬 대표는 선보공업의 2세 경영인으로 세 번의 창업 경험이 있는 기업가이다. 2005년 선보공업 생산직 입사 시절 직원들이 너무 일에만 매달리는 환경을 보며 삶과 일 <워크앤라이프, 워크앤패밀리>를 모토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춰주는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여성가족부, 이화여대 및 미국 기업들과 연합해 회사를 설립했으며 법제화까지 시켰다. 두 번째 창업을 했던 미국 유학 시절에는 페이스북, 휴렛팩커드, 페덱스를 꿈꾸며 외국 친구와 교포 등 10명이 모여 첫 창업과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를 차렸다. 최 대표는 그런 경험이 이후에도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부산은 지금 창업 생태계가 활발히 조성되고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지역 액셀러레이터로 생태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창업 2급지로 회자되고 있는 부산에 기반을 두고 부산 중심 동남권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뛰어든 향토기업 2세의 포부와 그가 체감하고 전망하는 지역 창업생태계의 상황과 활성화 방안을 듣고 싶었다.
선보엔젤파트너스 최영찬 대표를 센텀기술창업타운(CENTAP) 오피스에서 만났다.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
부산에서 스타트업 엔젤투자, 액셀러레이팅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부산이 여타 지역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보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부산은 창업 생태계에 대한 저변 등 환경적인 부분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져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등과 같은 이야기를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고, 한 단계 한 단계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부산시 지원으로 부산에도 ‘센텀기술창업타운(센탑, CENTAP)’이 조성되었고, 젊은 세대의 창업에 대한 인식도 상당부분 바뀌고 있다. 기술 기반 창업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민관이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도 하고 육성시켜 나간다면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벨트가 형성될거라 확신하고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 보육 대상이다.
우리는 요소기술 ,딥테크쪽을 중점으로 보고 있다. 일단 소프트(Soft)한 서비스나 IoT 분야는 서울이 앞서간다고 본다. 인구나 수요층이 많으니까. 대신 동남권은 기술기반, 제조기반에 강점이 있다. 기술과 기반이 있으니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술은 해외로 나가는 데 있어 언어 제약이나 문화에 덜 영향을 받는다. 한 마디로 글로벌화가 용이하다. 세계로 나가서 경쟁해야지 로컬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를 성장시키고 동남권을 발전시키려면 해외로 나가서 수출하고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투자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역할에 중점을 두고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사업부문에 VC는 없다. 현재 액셀러레이터로 100% 전환 했다. 올해 2월 VC 설립을 준비할 때 열에 아홉은 말렸다. 스타트업 투자는 통계적으로는 99%는 안 되기에 확률적으로 승산이 없는 게임이라고 했다.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6개월 정도 운영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지속성과 지역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는 데 액셀러레이터가 더 비전이 있다고 봤다.
이유가 뭔가?
우리가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액셀러레이팅을 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기본적인 역할은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끔 VC에게 바톤터치를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제대로 액셀러레이팅하면 그들을 받아 줄 VC는 아주 많겠다고 봤다. 또 액셀러레이터 법안이 통과되어서 굳이 VC를 안 만들어도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가지고 투자하면 되겠다 싶었고.
또 부친께서 30년 전에 자본금 300만 원으로 창업하는 것을 지켜봤고 나도 세 번이나 창업을 했다. 액셀러레이터가 내 적성에 더 맞겠다고 봤다. 사실 난 기업 출신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밝은편도 아니다. 그래서 내 DNA에도 맞고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성향에도 맞겠다 싶어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선택했다. 단순한 변심이 아니다. 확고한 비전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
선보공업이 선보엔젤파트너스의 모회사다. 양쪽의 시너지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어떻게 보면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선보공업의 신사업 발굴 차원의 액셀러레이터라고도 볼 수 있다. 선보공업의 기존 사업과 매칭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면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상호 성장할 수 있는 형태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모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스타트업을 잘 액셀러레이팅한다면 본사 차원의 규모 있는 후속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그것의 가교 역할이다.
부산을 포함해 동남권 스타트업 발굴에 어려움은 없는지, 주목하고 있는 투자 분야가 있다면 말해달라.
부산 경남은 이너서클(Inner Circle) 성향이 다소 강한 측면이 있다. 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숨은 보물들이 많다. VR 쪽을 눈여겨 보고 있다. 또한, UNIST에서 연구하는 차세대 에너지, 신소재,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접목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핀테크쪽 스타트업도 최근에 투자를 진행하였다.
부산 창업생태계를 어떻게 보고 있다. 수도권처럼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전망을 해준다면?
서울이나 대전 등에 비해 부족하지만, 기반은 잡혔다고 생각한다. 기관에서 적극적이다. 지금은 민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부산에는 지역 기반 VC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역 중견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결집력의 원천은 준비되어 있지만 방향성을 잡아 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부산대학교에서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을 주관했다. 대학생들의 가능성을 보았나?
처음에 선보엔젤 임직원이 9명이었고, 그중 인턴 4명이 부산대 출신이었다. 인턴들이 너무 열심히 일해서 뭔가를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한 공모전이다. 공모전 아이디어도 당시 인턴이 낸 것이었다. 대학생의 관점에서 아이템을 찾아보고 창업을 간접 경험해보라는 의도도 있었다. 공모전에서 2등 한 팀은 물류대행서비스 스타트업인 ‘마이창고’를 대상으로 밸류업하고 분석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마이창고’가 얼마전 투자도 유치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도 관심을 두고 있던 스타트업이어서 무척 기뻤다.
사람과 비즈니스에 대한 본인의 마인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인가? 그리고 경영 철학이 있다면?
선보그룹 직원이 860명 정도 되는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 모회사가 이러한 마인드로 운영되고 있기에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도 이러한 문화를 가지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의 영향인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실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 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